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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 조성된 공공 미술작품 를 만든 김승영 작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시민 6000명 투표 통해 선정
다양성·광장·토론이 열쇳말
작품 앞서 말하면 그대로 들려줘
소통 의미로 스피커 소재에 천착
지난 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한켠에 독특한 청동 조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양새가 달라 보이는 200여개의 스피커를 5.2m의 높이로 탑처럼 쌓아놓은 작품이다. 설치미술 작가인 김승영(54)씨의 작품 <시민의 목소리>다. <시민의 목소리>는 서울시가 진행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오늘’의 첫 초대작이다. 오는 12월까지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광장은 원래 많은 사람들이 떠들고 섞이는 곳이니 <시민의 목소리>라는 제목이 설치 장소와 잘 어울린다. 작품을 떠받치고 있는 전시 좌대(2m×2m)에는 ‘공공미술의 주인은 시민입니다’라는 문구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친필 글씨로 새겨져 있다. 첫 초대작이 됐다. 소감은. “고맙다. 시민 6000명이 투표로 작품을 선정해줬으니. 사실 ‘오늘’이라는 프로젝트 이름이 어느 정도 부담이긴 했다. 작가는 ‘지금 이 순간’을 놓쳐선 안 되지만, 미래와의 영속성도 의미가 있으니까.” 서울시는 지명 공모를 통해 3개의 후보작을 정한 뒤 지난 3월20일부터 4월14일까지 온라인으로 시민투표를 벌였다. 모두 5951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시민의 목소리>는 48.7%의 지지를 얻었다.
작품을 구상하며 생각한 핵심 개념들이 있었나. “다양성, 광장, 토론 등을 열쇳말로 생각했다.” 작품 이름을 <시민의 목소리>라 정한 이유는. “설치 작품은 공간 해석이 중요하다. 어느 자리에 놓이느냐에 따라 의자 하나도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서울광장은 다양한 목소리가 혼재하는 곳이다. 다양한 목소리, 즉 생각의 다양성을 드러내고 존중하자는 뜻에서 이렇게 정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들었나. “실리콘 등으로 스피커 70여개의 앞면을 본뜬 뒤 주물공장에서 7~25㎝ 두께로 200개 정도의 청동 스피커 형상을 만들었다. 두께에 차이를 둔 것은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서다. 어떤 것은 좀 튀어나오고, 어떤 것은 좀 들어가고. 불과 화학약품을 이용해 각각의 스피커에 색깔 차이를 낸 뒤 타워처럼 네 방면으로 쌓았다. 서울의 중심인 서울광장에서 동서남북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고, 소통한다는 의미다. 작품 내부엔 배수 장치와 피뢰침, 환기 장치, 음향시설 등이 들어 있다.” <시민의 목소리>는 사람이 말을 하면 이를 들려준다는 특색이 있다. 일종의 ‘참여형’ 작품인 셈인데. “시민이 타워 마이크에 말을 하면 내부 음향시설을 통해 다양한 배경 소리들과 실시간으로 섞여 재생된다. 듣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소리가 조금씩 다르게 들린다. 배경 소리는 사운드 디자이너인 오윤석 계원예술대 교수가 채집하고 편집했다. 오 교수와는 15년 넘게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왜 스피커와 타워인가. “1999~2000년에 1년 동안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 분관(MoMA PS1) 레지던시(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위해 제공하는 작업실)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150여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섞이고 부딪히며 생기는 에너지가 좋았다. 이 다양한 느낌, 다양한 언어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스피커를 이용한 바벨탑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스피커야말로 다양한 나라, 다양한 브랜드가 있고, 세월에 따라 질감이 다양하지 않나” 김 작가는 국내 대학의 조소과를 졸업하고 작품 활동을 하다 장기간 외국 생활을 한 것은 뉴욕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때 경험한 언어의 장벽은 그에게 ‘소통’이라는 주제에 천착하게 했고, <성서>에서 다양한 언어와 인종을 낳았다고 전해지는 바벨탑을 통해 역설적으로 소통의 소중함을 환기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보세요>(2007), <타워>(2009), <공사 중인 평화의 탑>(2014) 등 스피커를 이용한 여러 작품들을 세상에 내놨다. 스피커가 많이 필요할 텐데. “지금까지 600여개를 모은 것 같다. 물론 같은 제품도 많다. 욕심 같아선 2000개 정도를 모아, 정말 높은 타워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시민의 목소리>는 12월까지 서울광장에 전시된 뒤 5년가량 한강 변 등 서울시의 공공장소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김 작가는 “하나의 작품은 수용자의 번역(해석)을 통해 수많은 작품으로 재탄생된다고 생각한다”며 “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보고, 느끼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 2개월여 동안 <시민의 목소리>에 매달렸던 그는 오는 9월에 종로구 평창동의 김종영미술관에서 불과 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2018년에 전시될 차기 작품의 공모를 8월 중 시작한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