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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식품 관련 신문에 해방 후 서울의 대표적인 제빵제과점 흥망사를 분석하고 우리나라 제빵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동네 빵집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는 소비경제가 중심이 된다. 산업시대의 가격경쟁을 버리고 소비경제인 비가격 가치경쟁을 추구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을 유지할 수 없는 시대가 될 것이다. 동네 빵집, 지역 빵집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같은 산업경제의 가격경쟁으로는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나라 경제는 소비경제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가고 있다.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꼭 그렇게 가야만 한다. 특히 농업과 농촌, 식품, 외식업, 건강, 관광 분야에서는 여태껏 보지 못한 상생과 협업의 경제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분야는 다양성이 존중이 되고 독특한 가치, 그리고 소비자의 주권이 존중이 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는 지역 커뮤니티 빵집의 미래도 밝게 보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전제가 붙는다. 단기간에 떼돈 벌 생각을 접고 전통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그 가치를 창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태극당과 같이 말이다. 또한 빵집 주인은 프랜차이즈점 확대와 같은 허황된 꿈을 접어야 한다. 자기 집만의 독특함을 바탕으로 그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공동체적 문화와 가치 창출에 서로 노력하며 같이 가야 한다.
또한 생산경제의 달콤한 유혹을 버려야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소비경제로 유명했던 ‘메주와 첼리스트’(된장 회사)는 대량생산 경제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경쟁에 대한 개념도 바꿔야 한다. 이웃 빵집을 공생이 아닌 경쟁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어떻게든 경쟁에서 이겨 나만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러한 유혹들을 극복하고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는 빵집이 된다면 어떠한 대기업도 쉽게 넘볼 수 없을 것이다. 기술의 벽은 대기업이 쉽게 무너뜨릴 수 있어도 가치의 벽은 대기업에도 난공불락의 벽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할 일은 이러한 동네 빵집이 그 지역 커뮤니티 중심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생산자금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 창출과 문화적인 커뮤니티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지금의 제품 개발, 생산에 쓰이는 식품정책 비용의 100분의 1만이라도 이런 정책 지원에 쓰인다면 동네 빵집은 그 지역의 유명 빵집으로 거듭날 것이다. 대전의 ‘성심당’, 전주의 ‘풍년제과’, 군산의 ‘이성당’처럼 말이다.
소비자 주권이 강조되고 소비자가 다양하게 진화하고 지구촌화하는 글로벌 시대에는 다양성과 소프트파워가 경쟁력이다. 전통적 제빵 제조의 다양성, 빵 제품의 다양성, 문화 역사성, 지역적 특이성, 맛의 특이성, 건강성과 과학성 등 다양한 스토리 콘텐츠가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자극하고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이러한 전통과 가치, 소프트파워 구축에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 본질을 지키고 가치를 추구하는 동네 빵집은 소규모로도 글로벌 시대에 경쟁이 아닌 상생으로 충분히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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