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요즘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이 칼럼을 통해 제가 직장생활, 일과 자유, 2막 인생을 자주 다룬 때문인지 이와 관련한 사연을 보내오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남들은 여름 휴가철이라 말하지만 저는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퇴직 후 반년이 지났어도 계속 놀다 보니 이건 휴식이 아니라 고문이군요. 대학 졸업한 제 아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이중삼중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인 가운데 한명은 독립해서 억대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니 무력감마저 생깁니다. 남들은 훌쩍 어디라도 떠나서 쉬다가 오라고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으니 아무것도 못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년까지는 몇년 남았습니다만, 이미 한직을 겉돌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퇴물 취급당하고 있는 거지요. 저와 흔쾌히 점심식사 함께 해줄 직원들도 몇명 없습니다. 점심때가 되면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와 김밥이나 샌드위치 하나 사들고 혼자서 공원 산책하는 날이 늘고 있습니다. 기분 같아서는 사표를 내던지고 싶은데, 현실을 고려하면 그럴 수 없어서 하루하루가 비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분들의 얘기를 들으니 오래전의 ‘월천거사’가 떠오릅니다. 퇴직 후 한달에 천만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자랑처럼 떠들고 다녀 동창생들로부터 시기심의 주인공이 되었던 분의 별명입니다. 벌써 10년 전 이야기니 지금 물가로 하면 훨씬 많은 수입이겠지요.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소득불균형과 청년실업, 중년실직이 더 심각해졌습니다. 저 역시 1년6개월 동안 무직자로 지낸 유경험자로서, 그리고 직업적 관찰자로서 다섯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앞의 월천거사, 아니 월억거사가 등장한다고 해도 흔들리면 안 됩니다. 설혹 일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자꾸 누군가와 비교하면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연봉, 타이틀, 성공한 누군가의 그것과 비교하면 초라해집니다. 스스로 불행하다 느끼고, 더 나아가 의욕까지 상실됩니다. 그러면 다시 일어나기 힘듭니다. 중국 국공내전에서 장제스 군대에 쫓기며 마오쩌둥이 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너는 너의 전투를 하라! 나는 나의 전투를 할 것이다!”
2막 인생도 대장정입니다. 길게 봐야 합니다. 조급해하거나 비교하는 순간 승부가 어긋납니다.
둘째, ‘프레임’에 갇히지 말아야 합니다. 프레임이란 조직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고, 스스로 규정한 것도 있습니다. ‘퇴직 이후는 용도 폐기’라는 생각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오래 다니던 직장의 규정에 따라 나와야 하지만, 직장에서 용도가 없어졌다고 곧 인생에서 자신의 용도까지 없어졌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포기하기에는 인생은 너무 깁니다. 먼저 조직이 만들어놓은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네모난 상자 같은 딱딱하고 고정된 사고방식이지요. 창의력을 강조할 때 영어로 ‘out of the box'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처럼, 우선 그 네모난 상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2막 인생의 폐활량이 넓어집니다. 셋째, 템포를 조절해야 합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숨 가쁘게 지내왔을 겁니다. 한국의 직장생활에서 생존하기 위해 대부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회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나 일거리가 없다고 말하는 분이나, 퇴직 후 6개월 된 분 모두 위기인 것은 사실입니다. 자칫 영원히 놀게 될 가능성도 엄연한 현실이니까요. 그렇지만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옛말처럼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불안하다 해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잠시 벗어나 보시길 권유합니다. 작은 것일망정 저에게 역할이 다시 부여되기 시작한 것은 무직생활 1년6개월이 지나서였습니다. 넷째, 내 자본을 큐레이팅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자본이 다릅니다. 자본이라고 하면 금융자본만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금융자본은 현실적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금융자본 이외에 사회자본(인맥 등), 학술자본(학위 혹은 인기학과), 매력자본(외모뿐 아니라 분위기를 이끄는 능력), 기술자산(특정 분야의 테크놀로지), 창의자본(아이디어, 기획능력)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은 유형자산이지만, 나머지 것들은 무형자산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자산이 숨겨져 있지만 잘 찾아내지 못합니다. 객관적인 평가가 제각각이고 그래서 안목이 중요합니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추려서 시장이 원하는 형태로 편집해야 합니다. 편집력(力)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생각과 가능성은 넓게 가져야 하지만, 핵심은 단순화해야 합니다. 나의 포트폴리오를 냉정하게 짜야 합니다. 그것이 큐레이팅입니다. 다섯째, 제안 능력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회가 없다고 한탄합니다. 하지만 막상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되지 않은 분들을 자주 봅니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신문사 혹은 매거진에서 지면개편을 하면서 기획을 요구하면 즉각 내놓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그것이 제안 능력입니다. 반드시 기회는 찾아옵니다. 그 기회를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퇴직은 분명 위기입니다. 하지만 ‘위기’라는 단어가 그러하듯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합니다. 마흔네 살에 실직자가 된 마키아벨리가 쓴 책이 저 유명한 <군주론>입니다. 만약 피렌체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불후의 명작은 쓰지 못 했을 겁니다. 퇴직이 다가온다는 것은 오래도록 갈망하던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생의 완성은 직장 이후에 달려 있습니다. 일천거사에 흔들리지 마세요!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글 손관승 CEO·언론인 출신의 라이프 코치, 저서 <투아레그 직장인 학교> 등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둘째, ‘프레임’에 갇히지 말아야 합니다. 프레임이란 조직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고, 스스로 규정한 것도 있습니다. ‘퇴직 이후는 용도 폐기’라는 생각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오래 다니던 직장의 규정에 따라 나와야 하지만, 직장에서 용도가 없어졌다고 곧 인생에서 자신의 용도까지 없어졌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포기하기에는 인생은 너무 깁니다. 먼저 조직이 만들어놓은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네모난 상자 같은 딱딱하고 고정된 사고방식이지요. 창의력을 강조할 때 영어로 ‘out of the box'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처럼, 우선 그 네모난 상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2막 인생의 폐활량이 넓어집니다. 셋째, 템포를 조절해야 합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숨 가쁘게 지내왔을 겁니다. 한국의 직장생활에서 생존하기 위해 대부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회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나 일거리가 없다고 말하는 분이나, 퇴직 후 6개월 된 분 모두 위기인 것은 사실입니다. 자칫 영원히 놀게 될 가능성도 엄연한 현실이니까요. 그렇지만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옛말처럼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불안하다 해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잠시 벗어나 보시길 권유합니다. 작은 것일망정 저에게 역할이 다시 부여되기 시작한 것은 무직생활 1년6개월이 지나서였습니다. 넷째, 내 자본을 큐레이팅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자본이 다릅니다. 자본이라고 하면 금융자본만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금융자본은 현실적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금융자본 이외에 사회자본(인맥 등), 학술자본(학위 혹은 인기학과), 매력자본(외모뿐 아니라 분위기를 이끄는 능력), 기술자산(특정 분야의 테크놀로지), 창의자본(아이디어, 기획능력)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은 유형자산이지만, 나머지 것들은 무형자산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자산이 숨겨져 있지만 잘 찾아내지 못합니다. 객관적인 평가가 제각각이고 그래서 안목이 중요합니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추려서 시장이 원하는 형태로 편집해야 합니다. 편집력(力)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생각과 가능성은 넓게 가져야 하지만, 핵심은 단순화해야 합니다. 나의 포트폴리오를 냉정하게 짜야 합니다. 그것이 큐레이팅입니다. 다섯째, 제안 능력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회가 없다고 한탄합니다. 하지만 막상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되지 않은 분들을 자주 봅니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신문사 혹은 매거진에서 지면개편을 하면서 기획을 요구하면 즉각 내놓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그것이 제안 능력입니다. 반드시 기회는 찾아옵니다. 그 기회를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퇴직은 분명 위기입니다. 하지만 ‘위기’라는 단어가 그러하듯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합니다. 마흔네 살에 실직자가 된 마키아벨리가 쓴 책이 저 유명한 <군주론>입니다. 만약 피렌체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불후의 명작은 쓰지 못 했을 겁니다. 퇴직이 다가온다는 것은 오래도록 갈망하던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생의 완성은 직장 이후에 달려 있습니다. 일천거사에 흔들리지 마세요!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글 손관승 CEO·언론인 출신의 라이프 코치, 저서 <투아레그 직장인 학교> 등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