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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안 할 자유가 없다?

등록 : 2017-08-1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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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에? 놀랍다. 가수 강남과 가수 유이가 사귀기가 무섭게 이별했다. 연인 사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지 한달 만이다. 전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와 가수 에프티(FT)아일랜드 최종훈도 다섯달 만에 헤어졌다.

두 커플의 연애 사실은 파파라치 매체에 의해 강제로 공개됐다. 사진이 찍혀서,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 유이는 “연애 사실은 오보”라고 말했다가 사진이 공개되자 거짓말했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강남과 포옹하는 모습이어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손연재와 최종훈도 누가 봐도 연인처럼 보이는 사진이었다.

연예계에서는 두 커플의 빠른 이별에 ‘강제 공개’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본다. 두 커플의 연애 사실이 알려지자 이상하게 비난이 잇따랐다. 유이는 이전에 사귀었던 배우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됐다는 이유로 욕을 먹었다. 사귀면서 사귀지 않는다고 했다고 비판받았다. 손연재 이미지가 너무 앳되다 보니, 최종훈한테도 안 좋은 얘기만 나왔다. <해피투게더> 진행자들은 초대 손님으로 나온 최종훈한테 노래가 아닌 손연재 이야기만 물어댔다.

공개 연애가 득보다 실이 된 모양새다. 그러다 보니 헤어지지 않았는데, 헤어졌다고 발표했다는 말까지 나돈다. 진실 여부를 떠나 ‘강제 공개’가 이들의 연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왜 공개 연애를 강요당해야 할까? 놀라웠던 것은 두 커플의 연애를 삐딱하게 보던 이들이, 이들을 미행하며 사진을 찍은 매체에 대해서는 어떤 비판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커플의 연애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몰래 따라다니며 마음대로 사진을 찍고 배포한 파파라치 매체의 행태다.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연애는 사적인 영역이고, 공개 여부는 자유다. 사진을 찍었더라도, 해당 연예인이 공개를 원치 않으면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 남을 미행하는 파파라치 매체가 ‘언론’이라고 떠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며 사생활을 강제로 까발리고도 당당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오래전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의 불륜이 파파라치 매체에 의해 공개됐다. 반응의 대다수는 ‘그래서 뭐?’(so what?)였다. 오히려 남의 사생활을 멋대로 촬영한 파파라치 매체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대통령의 연애는 사생활이고, 이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왜 남의 연애가 공개적으로 까발려져야 하고, 그로 인해 ‘이별’당해야 할까? 남을 몰래 찍어 사생활을 까발리는 파파라치 매체에 왜 이다지 관대한 걸까? 누구나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공개 여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남의 사생활에 관심을 끄자. 제발.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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