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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안내 표시 안된 곳 많아
전성기재단 공모전서 영웅에 뽑혀
함씨도 장애인, 편집만 최대 6시간
10년간 마술사로 지내다 사고
전동휠체어 지하철 환승 정보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 ‘함박TV‘ 운영자 함정균씨가 8월3일 공덕역에서 환승 안내 정보를 살피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전방에 가파른 경사가 보이니까 내려가는 거는 정말 무서워요. 아, 생각보다 아주 무섭습니다.” 전동휠체어 지하철 환승 정보를 올리는 채널 ‘함박TV’ 운영자 함정균(45)씨가 유튜브에서 리프트를 직접 타면서 느낀 소감을 생생하게 전한다. 지금까지 그가 만든 서울 지하철역 40개의 환승 구간 90곳의 동영상은 장애인은 물론 유모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꽤 유용한 정보가 되고 있다.
함씨는 2013년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은 중도 장애인이다. 목뼈 골절로 중추신경을 다쳐 팔과 다리가 마비되어 전동휠체어에 의지해 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환승 정보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왔다.
그의 이런 활동을 콘텐츠로 다룬 작품이 지난 7월 라이나전성기재단의 ‘숨은 영웅 찾기 사용자제작콘텐츠(UCC) 공모전’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함씨와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영상교육을 함께 받던 후배가 ‘전동휠체어를 탄 지하철 환승 내비게이터’라는 제목으로 출품했다. “둘 다 영상을 이제 배우는 단계라 별 기대 없이 참가했는데 얼떨결에 영웅이 되어 기쁘네요.”
함씨는 장애인들도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환승 정보 동영상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려면 30분 이상 헤매기 일쑤였어요. 안내 표시가 잘되어 있지 않은 곳도 있고요. 나만의 문제가 아닐 거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도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제대로 영상을 찍어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팔다리가 불편한 그에게 동영상 촬영과 편집 작업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함씨의 전동휠체어에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360도 카메라 두대가 달려 있다. 움직일 수 있는 두 손가락만으로 제대로 작동하기가 쉽지 않다. 지하철을 탈 때 승강장과의 거리가 멀어 틈새에 바퀴가 낄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다. 편집엔 시간이 오래 걸려 그만큼 체력 소모가 많다. 왼쪽 중지와 오른쪽 검지 두 손가락으로 편집하고 자막을 입력하다 보니 동영상을 편집하는 데에는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 “지하철역 한곳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는 데는 반 시간 정도 들어요. 하지만 편집하는 데 길게는 6시간 걸리기도 해요. 일이라 생각하면 못 하죠. 재미있고 즐겁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어요.” 함씨는 한때 잘나가던 마술사였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할 때만 해도 마술사가 된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마술은 운명처럼 그의 삶에 들어왔다. 회사 일로 영어학원을 다니며 스피치 발표 과제를 하게 되었는데, 너무 밋밋해 인터넷에서 찾은 마술을 끼워넣었다. 그런데 다른 수강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이때부터 마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엔 마술학원을 찾기 어려웠다. 인터넷에서 외국 사이트를 뒤져 책과 비디오를 주문해 독학했다. 실력이 일취월장해 1년 만에 마술대회에서 3등 상을 받았다. 2003년부터는 아예 마술사로 전업했다. 마술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관객이 손뼉 쳐주고 좋아하는 모습에 덩달아 신이 났다. 이렇게 10년간 마술사로 공연과 강연을 다니며 바쁘게 지내다, 교통사고 뒤 그의 삶은 마술처럼 완전히 바뀌었다. “건강할 때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어요. 사고가 없었더라면 사회생활 하느라 가족들은 계속 뒷전이었을 거예요. 지금은 가족에게 가장 신경을 많이 쓰죠. 불행이 행복의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사고 뒤 함씨는 한동안 몸과 마음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다. 2년의 병상 생활 동안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러나 쌍둥이 남매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아이들이 사고 당시 7살이었어요. 그런데 몸이 불편한 저를 아이들이 오히려 도와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었죠. 몸이 불편해도 즐겁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열심히 살려 해요.” 그는 한창 커가는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지 못하고 여행을 마음대로 같이 못 하는 걸 가장 아쉬워한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브이로그(vlog, 비디오 형식으로 인터넷에 올리는 블로그)를 시작해 카메라를 챙겨 다니며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찍어놓았던 마술 영상도 함께 올린다. 얼마 전에는 딸과 얼굴 낙서 놀이를 한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함씨는 자신의 영상을 보는 이들에게 정보와 즐거움을 주는 비디오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한다. “현재 영상 수준으로는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는 못해 더 노력하려 해요.” 이런 바람을 담아 그는 이번 공모전에서 받은 영웅후원금으로 영상작업용 컴퓨터와 카메라 장비를 마련했다. 주중 오전에는 재활치료를 받고, 틈틈이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영상제작 교육에도 참여한다. 공모전에서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고 함씨는 많은 힘을 얻었다. 앞으로 전동휠체어로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역 환승 구간 모두를 촬영하고, 경기도 지하철역 환승 영상도 찍으려 한다. 지하철역 주변에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볼만한 곳이나 기차로 갈 수 있는 곳도 찍을 계획이다. “의미 있는 작업으로 인정받은 게 무엇보다 기쁘고, 더 열심히 하려 합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함씨는 장애인들도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환승 정보 동영상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려면 30분 이상 헤매기 일쑤였어요. 안내 표시가 잘되어 있지 않은 곳도 있고요. 나만의 문제가 아닐 거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도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제대로 영상을 찍어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팔다리가 불편한 그에게 동영상 촬영과 편집 작업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함씨의 전동휠체어에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360도 카메라 두대가 달려 있다. 움직일 수 있는 두 손가락만으로 제대로 작동하기가 쉽지 않다. 지하철을 탈 때 승강장과의 거리가 멀어 틈새에 바퀴가 낄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다. 편집엔 시간이 오래 걸려 그만큼 체력 소모가 많다. 왼쪽 중지와 오른쪽 검지 두 손가락으로 편집하고 자막을 입력하다 보니 동영상을 편집하는 데에는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 “지하철역 한곳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는 데는 반 시간 정도 들어요. 하지만 편집하는 데 길게는 6시간 걸리기도 해요. 일이라 생각하면 못 하죠. 재미있고 즐겁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어요.” 함씨는 한때 잘나가던 마술사였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할 때만 해도 마술사가 된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마술은 운명처럼 그의 삶에 들어왔다. 회사 일로 영어학원을 다니며 스피치 발표 과제를 하게 되었는데, 너무 밋밋해 인터넷에서 찾은 마술을 끼워넣었다. 그런데 다른 수강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이때부터 마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엔 마술학원을 찾기 어려웠다. 인터넷에서 외국 사이트를 뒤져 책과 비디오를 주문해 독학했다. 실력이 일취월장해 1년 만에 마술대회에서 3등 상을 받았다. 2003년부터는 아예 마술사로 전업했다. 마술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관객이 손뼉 쳐주고 좋아하는 모습에 덩달아 신이 났다. 이렇게 10년간 마술사로 공연과 강연을 다니며 바쁘게 지내다, 교통사고 뒤 그의 삶은 마술처럼 완전히 바뀌었다. “건강할 때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어요. 사고가 없었더라면 사회생활 하느라 가족들은 계속 뒷전이었을 거예요. 지금은 가족에게 가장 신경을 많이 쓰죠. 불행이 행복의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사고 뒤 함씨는 한동안 몸과 마음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다. 2년의 병상 생활 동안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러나 쌍둥이 남매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아이들이 사고 당시 7살이었어요. 그런데 몸이 불편한 저를 아이들이 오히려 도와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었죠. 몸이 불편해도 즐겁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열심히 살려 해요.” 그는 한창 커가는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지 못하고 여행을 마음대로 같이 못 하는 걸 가장 아쉬워한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브이로그(vlog, 비디오 형식으로 인터넷에 올리는 블로그)를 시작해 카메라를 챙겨 다니며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찍어놓았던 마술 영상도 함께 올린다. 얼마 전에는 딸과 얼굴 낙서 놀이를 한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함씨는 자신의 영상을 보는 이들에게 정보와 즐거움을 주는 비디오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한다. “현재 영상 수준으로는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는 못해 더 노력하려 해요.” 이런 바람을 담아 그는 이번 공모전에서 받은 영웅후원금으로 영상작업용 컴퓨터와 카메라 장비를 마련했다. 주중 오전에는 재활치료를 받고, 틈틈이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영상제작 교육에도 참여한다. 공모전에서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고 함씨는 많은 힘을 얻었다. 앞으로 전동휠체어로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역 환승 구간 모두를 촬영하고, 경기도 지하철역 환승 영상도 찍으려 한다. 지하철역 주변에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볼만한 곳이나 기차로 갈 수 있는 곳도 찍을 계획이다. “의미 있는 작업으로 인정받은 게 무엇보다 기쁘고, 더 열심히 하려 합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