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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은 자신이 99% 맞다 확신
뭐든 잘하는 여성이 이상형
억지로 맞추려 하면 피해의식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Q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남친은 30대 중반이 되면서 너무도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고 느꼈기에 본인의 생각이 99% 맞다고 확신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런 남친이 처음에는 멋지고 당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서로 의견 차이가 생길 때마다 대화 시간이 길어져 너무 힘이 듭니다.
지나고 보면 정말 아무 일도 아닌 얘기로 대화가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남친은 파스타 잘하는 여자가 좋은데 제가 맛있게 못 만들었어요. 그럼 맛이 없다는 얘기를 돌려서 얘기합니다. 그러고선 안 먹죠. 후에 이 일로 얘기하다가 그때 자기는 짜증 나고 화나고 속상했다. 처음부터 잘하지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했느냐고. 제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지 않으냐. 요리를 해주는 것이 고맙지 않으냐 물으면, 하나도 고맙지 않다. 그걸로 재료가 낭비된 것이 아니냐란 식으로 얘기합니다.
남친은 뭐든지 잘하는 여자가 이상형이라 했습니다. 제가 그런 이상형이 아니라 나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맘에는 안 차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그런 일로 말다툼을 하거나 제 의견을 얘기하면 언제나 기승전패입니다. 대부분 제 말이 틀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답답하다, 속상하다, 다 후회된다는 말을 합니다.
제가 부족한 탓에 저의 죄책감을 이용해 저를 통제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중간에 이별할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만 그러기엔 서로 좋은 마음이 많아 다시 조율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상황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헤어지는 것이 답일까요? 풀꽃 A상대를 만족시키거나 도움 주는 걸 유독 좋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얼른 알아채서 준비해줍니다. 풀꽃님의 사연을 읽으니 문득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 떠오르네요. 친절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합니다. 나의 편의를 우선으로 생각해주는 건 참 좋은 일이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친절에는 대부분 상응하는 대가가 청구된다는 점에서 불편합니다. 그들은 상대가 감사와 고마움을 표현해주기를, 자신의 친절로 상대에게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오로지 상대의 호의적인 반응에서 자신이 한 행동의 가치를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친절에 대해 자기도취적인 면이 있어서 자기 식대로 친절을 베풀면 당연히 상대가 고마워할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런데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일에 상당히 지쳐 있다는 것을요. 매너와 예의를 지키는 것도 일종의 감정노동과 같아서, 자신이 느끼지 않는 감정을 억지로 표현하는 데서 오는 감정의 부조화를 경험합니다. 고맙지 않지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 것, 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야 하는 일에 말입니다. 그래서 나중엔 정말 고마운 일이 있어도 진심을 표현하는 일이 힘들어집니다. 긍정적인 감정이 위선과 뒤섞여 오염되었고, 너무 많은 인사치레에 지쳐버렸으니까요. 풀꽃님! 남친이 지나친 원칙주의자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해도 감사를 강요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감사의 마음은 논리적 생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감정입니다. 감정은 강요할 수 없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억누르고 가짜 감정을 말해야 할 때, 내면에서는 그만큼의 분노가 생긴답니다. 그리고 풀꽃님! 남친이 감사하게 생각할 일을 하지 마시고,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파스타를 만드는 일이 자신에게 먼저 즐거운 일이어야 합니다.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까지 그에게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 그만큼의 피해의식이 내면에 쌓이고, 그 피해의식이 바로 상대의 칭찬과 인정을 요구합니다. 여성들이 당당한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면 대부분 그가 당당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도우려고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주인공과 조력자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당한 남성들은 자신이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조력자가 있었으며 그 조력자들이 사랑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자신의 재능이 모두 자신에게서 나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남친은 뭐든지 잘하는 완벽한 여자가 이상형이라고 여친에게 당당히 밝히는 사람인가 봅니다. 추측건대 당신은 그런 남친의 이상형에 부응하려고 애쓰고 있고요. 이런 관계에서는 풀꽃님이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고, 동등한 동반자로서의 관계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풀꽃님! 남친의 이상형에 자신을 맞추는 일은 이제 그만두세요. 그의 이상형을 당신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늘 부족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속의 이성, 그러니까 남성 내면의 여성상이나 여성 내면의 남성상은 대부분 비현실적 이상형입니다. 어찌 보면 신적인 존재지요. 그런 이상형과 경쟁하지 마세요. 당신은 그냥 당신입니다. 당신이 그것과 경쟁하는 순간 당신 자신을 잃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경쟁심이나 존경심, 선망 등을 갖게 되면 그 순간부터 자기소외가 시작됩니다. 자신의 본성을 외면하고 그와 동일시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와 헤어질까를 고민하기보다 먼저 당신이 그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지키는 법을 찾아보세요. 논리로 그와 논쟁하지 마세요. 우리의 욕구와 느낌, 감정 등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욕구와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명하세요. 나는 내 의도를 높게 평가해주는 사람이 좋아. 난 그런 사람이야. 난 당신이 친절할 때 행복해져, 그냥 난 그래, 라고 말입니다. 당신의 논리는 반박하지 못하겠지만 완전히 인정하긴 어려워, 왠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래, 라고 말해도 좋습니다. 마치 당신의 남친처럼 당당하게 말이지요. 그렇게 그 앞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지면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blessmr@hanmail.net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글 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제가 부족한 탓에 저의 죄책감을 이용해 저를 통제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중간에 이별할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만 그러기엔 서로 좋은 마음이 많아 다시 조율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상황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헤어지는 것이 답일까요? 풀꽃 A상대를 만족시키거나 도움 주는 걸 유독 좋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얼른 알아채서 준비해줍니다. 풀꽃님의 사연을 읽으니 문득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 떠오르네요. 친절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합니다. 나의 편의를 우선으로 생각해주는 건 참 좋은 일이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친절에는 대부분 상응하는 대가가 청구된다는 점에서 불편합니다. 그들은 상대가 감사와 고마움을 표현해주기를, 자신의 친절로 상대에게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오로지 상대의 호의적인 반응에서 자신이 한 행동의 가치를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친절에 대해 자기도취적인 면이 있어서 자기 식대로 친절을 베풀면 당연히 상대가 고마워할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런데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일에 상당히 지쳐 있다는 것을요. 매너와 예의를 지키는 것도 일종의 감정노동과 같아서, 자신이 느끼지 않는 감정을 억지로 표현하는 데서 오는 감정의 부조화를 경험합니다. 고맙지 않지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 것, 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야 하는 일에 말입니다. 그래서 나중엔 정말 고마운 일이 있어도 진심을 표현하는 일이 힘들어집니다. 긍정적인 감정이 위선과 뒤섞여 오염되었고, 너무 많은 인사치레에 지쳐버렸으니까요. 풀꽃님! 남친이 지나친 원칙주의자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해도 감사를 강요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감사의 마음은 논리적 생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감정입니다. 감정은 강요할 수 없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억누르고 가짜 감정을 말해야 할 때, 내면에서는 그만큼의 분노가 생긴답니다. 그리고 풀꽃님! 남친이 감사하게 생각할 일을 하지 마시고,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파스타를 만드는 일이 자신에게 먼저 즐거운 일이어야 합니다.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까지 그에게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 그만큼의 피해의식이 내면에 쌓이고, 그 피해의식이 바로 상대의 칭찬과 인정을 요구합니다. 여성들이 당당한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면 대부분 그가 당당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도우려고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주인공과 조력자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당한 남성들은 자신이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조력자가 있었으며 그 조력자들이 사랑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자신의 재능이 모두 자신에게서 나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남친은 뭐든지 잘하는 완벽한 여자가 이상형이라고 여친에게 당당히 밝히는 사람인가 봅니다. 추측건대 당신은 그런 남친의 이상형에 부응하려고 애쓰고 있고요. 이런 관계에서는 풀꽃님이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고, 동등한 동반자로서의 관계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풀꽃님! 남친의 이상형에 자신을 맞추는 일은 이제 그만두세요. 그의 이상형을 당신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늘 부족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속의 이성, 그러니까 남성 내면의 여성상이나 여성 내면의 남성상은 대부분 비현실적 이상형입니다. 어찌 보면 신적인 존재지요. 그런 이상형과 경쟁하지 마세요. 당신은 그냥 당신입니다. 당신이 그것과 경쟁하는 순간 당신 자신을 잃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경쟁심이나 존경심, 선망 등을 갖게 되면 그 순간부터 자기소외가 시작됩니다. 자신의 본성을 외면하고 그와 동일시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와 헤어질까를 고민하기보다 먼저 당신이 그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지키는 법을 찾아보세요. 논리로 그와 논쟁하지 마세요. 우리의 욕구와 느낌, 감정 등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욕구와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명하세요. 나는 내 의도를 높게 평가해주는 사람이 좋아. 난 그런 사람이야. 난 당신이 친절할 때 행복해져, 그냥 난 그래, 라고 말입니다. 당신의 논리는 반박하지 못하겠지만 완전히 인정하긴 어려워, 왠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래, 라고 말해도 좋습니다. 마치 당신의 남친처럼 당당하게 말이지요. 그렇게 그 앞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지면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blessmr@hanmail.net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글 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