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예능

‘라디오 스타’의 품격

등록 : 2017-09-07 13:47

크게 작게

<라디오 스타>(문화방송)는 ‘막말’로 인기를 얻었다. 과거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초대 손님을 모셔놓고 좋은 이야기만 했다.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꺼냈다. 2006년 시작한 <황금어장>(문화방송)은 출연자의 ‘치부’를 건드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사건·사고 등 잘못한 일을 과감하게 물어보고 사과 등을 받아냈다. <황금어장> 속 5분 꼭지로 시작했던 <라디오 스타>는 한발 더 나아가, 초대 손님에게 “이미지가 비호감이다”처럼 ‘팩트 폭행’으로 시청자의 가려운 곳을 긁으며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다. 솔직한 이야기가 없던 시절, <라디오 스타>의 ‘도발’은 눈길을 끌었고, 솔직한 게 좋다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시청자들도 다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뭐든 정도가 지나치면 화를 입는다. <라디오 스타>는 갈수록 ‘막말’의 정도가 심해졌다. 김구라를 주축으로 가끔 받아치던 것에서 어느 순간 막말이 대화의 중심이 됐다. 지난달 30일 방송에서는 김생민의 절약 습관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진행자인 김구라가 김생민의 아끼며 사는 인생을 두고 “짜다고 철든 건 아니다”라거나 “우리가 이걸 철들었다고 해야 하는 건가”라는 식으로 비하했다.

<라디오 스타>의 적절치 않은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에는 임신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배우 황영희한테 불쾌감을 느끼는 말도 했다. 그럴 때마다 사과했지만, 잘못은 반복됐다. 급기야 시청자들은 포털사이트에서 ‘김구라의 퇴출을 위한 서명운동’까지 벌이며 하차를 요구하고 있다. 3일 현재 3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라디오 스타>에서 의미 없는 막말이 심해지는 것은 ‘노이즈 마케팅’의 하나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조금만 솔직해도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막말 일색이다 보니 웬만해서는 화제가 되지 않는다. 시청률이 떨어질수록 막말은 더 심해지고, 더 세진다. 그러다 보니 점차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라디오 스타> 진행자 중 한명은 오래전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막말과 말 끊기 등 경청하지 않는 진행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됐다”고 했지만, 그도 이제 아무렇지 않게 의미 없는 말을 던지고 남의 말을 자른다.

<라디오 스타>의 ‘막말’은, 포장하지 않고 무턱대고 칭찬하지 않고, 그 사람에 대한 평가와 그 사람이 했던 행위 등에 대해 있는 그대로 얘기하던 솔직함이었다. 그래서 가려운 곳을 긁었고, 그래서 사랑받았다. 그 막말이 이제는 정말 밑도 끝도 없는 ‘막말’이 됐다. 막말에도 정도가 있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