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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 저항 딸, 폭력 쓰려는 엄마
둘 사이 중재해보지만 소용없어
딸아이의 엄마 무시는 멈출 줄 몰라
치우치지 않고 오래 버티는 역할 해야
Q4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제 고민은 제 아내와 딸의 관계 악화가 심각해서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고1 딸 하나뿐인데, 제법 키도 크고 날씬하며 이쁘고 공부도 잘하는 편이라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애입니다. 제가 ‘딸바보’ 소리를 예전부터 듣고 있습니다.
제 딸도 초등학교 때까지는 부모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였는데, 중 2때부터인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전학 간 학교에서 친구 문제로 힘들어했고, 남친을 사귀다가 저와 아내에게 심하게 혼나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 딸아이가 엄마와 대화 중에 예전과는 다르게 격하게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물러서지 않고 언성을 높이며 대응했고, 결국 딸아이는 부모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게 되고, 아내는 그런 것에 더욱 흥분해서 폭력을 가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자주 반복되었는데, 그럴 때 저는 처음엔 말로써 둘을 중재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폭력을 쓰려는 아내만큼은 적극 저지했습니다.
저는 아내와 대화를 시도했으나 아내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제가 딸아이 편을 들어서 훈육이 제대로 안 되어 딸아이 버릇이 나빠졌다는 것이죠. 딸아이에게도 엄마와 관계 개선을 하길 주문했지만 아이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상태입니다.
딸아이는 고1이 되면서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아내와 딸아이를 서로 분리시키는 것이 좋을 듯해서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주말가족이 되었는데, 모이면 아내와 딸아인 싸우고 이로 인해 분위기는 가라앉게 됩니다. 저와 딸아인 주말에 만나면 대화를 자주 합니다. 제가 딸아이와 유일하게 대화하는 가족인 셈이죠. 제가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아내는 부모로서 딸아이에게 존경받길 원하고, 과거 아내가 어릴 때 장인어른께 한 것처럼 예의를 갖추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학생이니 공부에만 집중하길 바라고, 외모(화장, 옷)에 신경 쓰는 것을 못마땅해합니다. 반면 딸아인 엄마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딸아이는 “아빠가 우리 가족 수입의 대부분을 버는데 왜 엄마에게 꼼짝 못 하냐?” “왜 엄마 같은 성격의 여자와 결혼했느냐?”고 물을 정도입니다. 딸아이에 대한 제 생각은, 엄마와의 관계 악화로 사춘기인 딸아이를 부모 모두가 몰아붙이면 애가 갈 곳은 최악일 것입니다. 최소한 나쁜 길로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부모 중 한 사람은 아이의 숨통을 틔워주고, 대화 상대가 되어주자는 것입니다. 이번 주말에도 아내는 고향 친구를 만나기 위해 혼자 고향으로 내려갔고, 저는 딸아이를 기숙사에서 데려오고 둘이서 밥 먹고, 영화 보고, 대화 나누고, 다시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왔습니다. 과연 우리 가족의 문제는 무엇이며, 해결 방법은 어떤 것인가요? 정동우 A위계적이고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어른은 요즘 아이들과 소통하기 어렵습니다. 소통하지 못하면 아이를 양육하거나 지도하기 어려워지는데도 그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꺾지 않습니다. 당신의 아내가 그런 어른인 것 같습니다. 아내가 자신의 문제를 성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연을 보낸 분이 남편이니 당신이 참고해야 할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얘기해보겠습니다. 우선 딸아이와 아내 사이에서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하셨겠네요. 아이가 상처 입을까봐 따뜻하게 다독이는 아빠의 모습,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아내가 가족관계에서 너무 소외되어 있다는 것은 이유가 어찌 됐든 걱정입니다. 애초에 정동우 님의 가족은 아빠를 중심으로 딸아이와 아내가 삼각관계의 긴장 속에 있었을 겁니다. 결국 딸바보였던 당신이 아이를 보호하면서 의도치 않게 아내가 배제되었지요. 아이와 더 친밀한 남편, 아이에게 한없이 허용적인 남편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잃고 소외감을 느끼는 아내가 은근히 많습니다. 당신의 아내도 오래전부터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지 추측하게 되네요. 사실 가족관계의 중심축은 부부여야 합니다. 부부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아이를 함께 돌봐야 하지요.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고 해서 꼭 사이가 좋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견이 달라서 충돌이 있더라도 끈기 있게 대화하고 이견을 조율해서 부부가 아이에게 어느 정도는 합의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두 분의 의견차가 너무 크다면 아이 문제로 대화하기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에 대한 얘기 말고 다른 일상적인 대화라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원이 가족관계 안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당신은 아내에게, 설득하고 제재하는 아버지 노릇을 해왔을 거고, 딸에게는 엄마와 아빠 역할을 모두 하느라 힘에 부쳤을 겁니다. 아내가 딸에게 따뜻한 부모 역할을 하지 못하니 당신이 모성적인 역할을 강화했겠지요. 딸에게 당신은 연인일 거고, 아내의 빈자리는 딸이 채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가족이 불화하거나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가족구성원은 거의 본능적으로 역할 바꾸기를 시도합니다. 나름으로는 가족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말이지요. 이것이 가족의 역동입니다. 문제는 역할 바꾸기를 하는 과정에서 가족원 모두 혼란과 불편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당신은 아내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그녀 곁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남편이 자신을 떠나지 않는다고 아내가 느끼는 게 필요합니다. 아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 아이에게도 좀 더 너그러워진다는 걸 명심하세요. 불안하시겠지만 그녀에게 엄마의 자리를 돌려주세요. 그녀가 딸과 갈등하더라도 물러나와 끈기를 가지고 지켜보세요. 딸을 이해하는 품 넓은 엄마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갈등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딸도 마찬가지입니다. (완전하진 않더라도) 엄마를 이해하게 될 때까지 엄마와 좀 더 싸우게 허용해주세요. 싸우는 것도 일종의 소통이니까요. 이제 딸은 사춘기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엄마와 그토록 격렬하게 대적할 수 있는 딸이라면 당신이 염려하듯 그렇게 약한 존재도 아닙니다. 당신의 역할이 무척 중요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말고 버텨주세요. 다행인 것은 당신이 무척 따뜻하고 자상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지면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blessmr@hanmail.net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딸아이는 고1이 되면서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아내와 딸아이를 서로 분리시키는 것이 좋을 듯해서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주말가족이 되었는데, 모이면 아내와 딸아인 싸우고 이로 인해 분위기는 가라앉게 됩니다. 저와 딸아인 주말에 만나면 대화를 자주 합니다. 제가 딸아이와 유일하게 대화하는 가족인 셈이죠. 제가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아내는 부모로서 딸아이에게 존경받길 원하고, 과거 아내가 어릴 때 장인어른께 한 것처럼 예의를 갖추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학생이니 공부에만 집중하길 바라고, 외모(화장, 옷)에 신경 쓰는 것을 못마땅해합니다. 반면 딸아인 엄마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딸아이는 “아빠가 우리 가족 수입의 대부분을 버는데 왜 엄마에게 꼼짝 못 하냐?” “왜 엄마 같은 성격의 여자와 결혼했느냐?”고 물을 정도입니다. 딸아이에 대한 제 생각은, 엄마와의 관계 악화로 사춘기인 딸아이를 부모 모두가 몰아붙이면 애가 갈 곳은 최악일 것입니다. 최소한 나쁜 길로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부모 중 한 사람은 아이의 숨통을 틔워주고, 대화 상대가 되어주자는 것입니다. 이번 주말에도 아내는 고향 친구를 만나기 위해 혼자 고향으로 내려갔고, 저는 딸아이를 기숙사에서 데려오고 둘이서 밥 먹고, 영화 보고, 대화 나누고, 다시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왔습니다. 과연 우리 가족의 문제는 무엇이며, 해결 방법은 어떤 것인가요? 정동우 A위계적이고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어른은 요즘 아이들과 소통하기 어렵습니다. 소통하지 못하면 아이를 양육하거나 지도하기 어려워지는데도 그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꺾지 않습니다. 당신의 아내가 그런 어른인 것 같습니다. 아내가 자신의 문제를 성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연을 보낸 분이 남편이니 당신이 참고해야 할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얘기해보겠습니다. 우선 딸아이와 아내 사이에서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하셨겠네요. 아이가 상처 입을까봐 따뜻하게 다독이는 아빠의 모습,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아내가 가족관계에서 너무 소외되어 있다는 것은 이유가 어찌 됐든 걱정입니다. 애초에 정동우 님의 가족은 아빠를 중심으로 딸아이와 아내가 삼각관계의 긴장 속에 있었을 겁니다. 결국 딸바보였던 당신이 아이를 보호하면서 의도치 않게 아내가 배제되었지요. 아이와 더 친밀한 남편, 아이에게 한없이 허용적인 남편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잃고 소외감을 느끼는 아내가 은근히 많습니다. 당신의 아내도 오래전부터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지 추측하게 되네요. 사실 가족관계의 중심축은 부부여야 합니다. 부부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아이를 함께 돌봐야 하지요.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고 해서 꼭 사이가 좋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견이 달라서 충돌이 있더라도 끈기 있게 대화하고 이견을 조율해서 부부가 아이에게 어느 정도는 합의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두 분의 의견차가 너무 크다면 아이 문제로 대화하기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에 대한 얘기 말고 다른 일상적인 대화라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원이 가족관계 안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당신은 아내에게, 설득하고 제재하는 아버지 노릇을 해왔을 거고, 딸에게는 엄마와 아빠 역할을 모두 하느라 힘에 부쳤을 겁니다. 아내가 딸에게 따뜻한 부모 역할을 하지 못하니 당신이 모성적인 역할을 강화했겠지요. 딸에게 당신은 연인일 거고, 아내의 빈자리는 딸이 채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가족이 불화하거나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가족구성원은 거의 본능적으로 역할 바꾸기를 시도합니다. 나름으로는 가족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말이지요. 이것이 가족의 역동입니다. 문제는 역할 바꾸기를 하는 과정에서 가족원 모두 혼란과 불편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당신은 아내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그녀 곁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남편이 자신을 떠나지 않는다고 아내가 느끼는 게 필요합니다. 아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 아이에게도 좀 더 너그러워진다는 걸 명심하세요. 불안하시겠지만 그녀에게 엄마의 자리를 돌려주세요. 그녀가 딸과 갈등하더라도 물러나와 끈기를 가지고 지켜보세요. 딸을 이해하는 품 넓은 엄마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갈등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딸도 마찬가지입니다. (완전하진 않더라도) 엄마를 이해하게 될 때까지 엄마와 좀 더 싸우게 허용해주세요. 싸우는 것도 일종의 소통이니까요. 이제 딸은 사춘기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엄마와 그토록 격렬하게 대적할 수 있는 딸이라면 당신이 염려하듯 그렇게 약한 존재도 아닙니다. 당신의 역할이 무척 중요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말고 버텨주세요. 다행인 것은 당신이 무척 따뜻하고 자상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지면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blessmr@hanmail.net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