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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피디들은 명절 연휴가 가장 바쁘다. 각자가 맡은 정규 프로그램을 하는 틈틈이 명절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명절을 앞두고는 안 그래도 짙은 제작자들의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다. 올해는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2>(KBS2)의 총파업으로 추석 특집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이 생겼다. <아이돌 육상선수권대회>(문화방송) 녹화가 취소되는 등 준비하던 특집 프로그램들이 ‘스톱’됐다. 방송 정상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시청자를 생각하면 피디들의 마음은 무겁다.
명절 특집 프로그램은 보통 2~3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예전에는 ‘명절 특집용’으로 따로 만들었는데, 몇년 전부터는 정규 프로그램 후보들을 내놓는다. 명절에 단발성 프로그램으로 내보낸 뒤 반응을 보고 다음 개편 때 정규 편성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피디들은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 사활을 건다. 명절 특집 프로그램은 피디들에게 기획안을 받고, 그중에서 괜찮은 몇개를 제작한 것이다.
정규 편성의 첫번째 조건은 시청률이고, 포털 등에서 화제성이 높은 것도 선택될 확률이 높다. 시청률이 아무리 높아도 지속가능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소재에 대한 비판이 거세면 정규 편성되지 못한다. 2016년 2월에 방송했던 <본분 금메달>(한국방송2) 시청률은 명절 특집 프로그램으로는 높은 7%(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했지만, 여자 아이돌은 언제 어디서든 예쁜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등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비난이 쇄도해 정규 편성되지 못했다.
명절 특집 프로그램은 진행자 섭외 전쟁도 벌어진다. 모든 방송사가 명절 연휴 2~3개월 전으로 제작 시기가 겹치기 때문이다. 신동엽, 김성주, 강호동, 유재석, 이휘재 등 인기 진행자는 한정돼 있으니 발 빠르게 움직여 그들을 잡아야 한다. 요즘은 진행자들도 신중하게 선택한다. 예전처럼 한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개편 때 정규 편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획안을 받아보기도 하고, 그 시간에 다른 방송사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하는지 눈여겨본다.
‘외국인 노래자랑’처럼 비슷한 포맷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소재도 다양하다. 내가 맡은 프로그램과 내용이 겹치지는 않는지도 중요하게 본다. 한때 성시경이 포맷이 비슷한 <신의 목소리>와 <듀엣 가요제>를 동시에 진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쨌든, 제작진의 이런 노력 덕분에 명절 특집 프로그램은 볼거리가 다양해졌다. 시청자의 눈은 즐겁다. 방송이 조속히 정상화돼 다시 풍성한 명절 프로그램을 만나기를 고대해본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