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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 인생 2막 최대한 활용토록 적극 지원”

‘서울 50+(플러스) 국제포럼 2017’ 참가 캐리 디컨, 영국 인생 2막 기금 프로그램 매니저

등록 : 2017-09-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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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사회참여 활동에

400만 파운드 지원 발표

네스타가 기금 운영 맡아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 도와

캐리 디컨 영국 네스타(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는 지난해 영국 정부가 마련한 ‘인생 2막 기금’을 운영하며 중장년층의 사회참여 활동을 돕고 있다.

“많은 나라가 고령화로 향후 수십년간 엄청난 변화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변화가 개인과 사회 전체에 가져다줄 새로운 기회를 주목해야 하고, 영국 역시 더 많은 중장년층이 인생 후반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오는 26일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서울 50+(플러스) 국제포럼 2017’이 열린다. 캐리 디컨(37) 네스타(NESTA·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 포럼에서 ‘영국 50+세대의 시간과 재능 공유 지원’에 대해 발표하고, 50+ 혁신 프로그램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서울&>과 전자우편 인터뷰를 하며 중장년층의 사회참여 활동 지원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모처럼 중장년층에 관심을 기울이며 종합계획을 세우고 나서는 이때, 더 많은 중장년층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 영국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2016년 9월 영국 정부는 중장년층의 사회참여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400만파운드(약 61억2000만원)의 자금 지원을 발표했다. 네스타가 이 기금의 운영을 맡았다. 현재 기금은 ‘지속 참여 증진 기금’ ‘봉사활동 알선 기금’ ‘인생 2막 기금’ 등으로 나눠 운영된다. 디컨은 이 가운데 인생 2막 기금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인생 2막 기금은 인생 후반기를 시작하는 중장년층의 시간과 역량을 동원해 다른 사람을 돕는 각종 혁신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네스타로 옮겨오기 전 디컨은 약 15년간 교육부와 법무부에서 혁신 관련 업무를 했다. 정부 밖에서 사회 혁신을 끌어내고 확산시켜가는 시민사회 조직을 지원하는 일이었다. 그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네스타의 혁신적인 활동 방식에 끌려 이직을 했다며,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공공서비스 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네스타가 공공서비스와 지역 기관에 적용해 실행하고 있는 몇백개의 소규모 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고 전한다. 네스타는 2010년부터 ‘대중이 주도하는 공공서비스’라는 기치를 내걸고 적극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다.

네스타는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보다는 검증받은 아이디어의 개발과 성장에 주로 지원한다. 현재 총 270개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춤으로 노인들의 다리 힘을 길러주는 ‘댄스 투 헬스', 손주를 돌보는 노인들에게 놀이 방법 등을 알려주는 ‘에덴 프로젝트' 등이 있다.

한 노부부가 ‘에덴 프로젝트’에 참여해 손녀와 꽃놀이를 하고 있다. 캐리 디컨 제공

그는 네스타가 자랑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고령사회를 위한 아이디어 경진대회’의 운영 특징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대회는 참가 팀을 공모해 25팀을 준결승으로 진출시킨다. 이 팀들을 개회식에 초청하며, 두달 동안 각 팀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세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섯 팀이 결승에 진출하고 마지막 평가를 거쳐 우승팀이 뽑힌다.

네스타는 전체 참가 팀들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많은 사람이 대회를 거치며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게 하려는 뜻이다.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참가자는 대회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한다. 대회 과정에서 만들어진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여러 후원단체와 협력단체의 지지와 지원을 얻기도 한다”고 그는 전했다.

은퇴 뒤 시간을 잘 활용하면, 사회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디컨은 강조한다. “다양한 프로젝트로 더 많은 중장년층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기부하면, 청년층과 지역사회는 물론 참가자 자신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여러 연구에서, 나이 들어 봉사를 비롯한 사회참여 활동을 적극 하면 몸이 건강해질 뿐 아니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고립과 고독감은 줄어들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단다.

디컨은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그는 서울의 혁신 사례를 보고 싶어한다. “우리는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혁신 사례에서 배우고 영감을 많이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 서울과 한국의 다양한 사회 혁신 사례에 대해서도 많이 듣고 있다”며 이번 방문에서 서울의 사회 혁신 잠재성과 가능성을 확인하려 한다.

그는 “인생 2막의 시간과 자신의 재능을 어떤 흥미로운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며, 나이라는 숫자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경험과 열정을 사회에 의미 있게 활용할 것을 한국의 50+세대에게 권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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