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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12번째…인식 부족해 늦은 편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도 구조
전문 인력·시설 갖춰 재활까지 가능
외톨이 새끼는 함부로 구조해선 안 돼
지난달 25일 관악구 신림동 서울시야생동물센터에서 신남식 센터장(왼쪽부터)이 신윤주 수의사, 이유진 재활관리사와 함께 황조롱이의 입속을 검사하고 있다.
‘삐이애액!’
얼굴을 감쌌던 수건을 벗기는 순간, 날카로운 비명이 진료실을 가득 메웠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처럼 치료 내내 악을 썼다. 천연기념물 제323호 황조롱이였다. 명색이 맹금류인데 온몸에 끈끈이가 묻은 채 바닥을 기어다니다 발견됐다. 아마도 사람이 놓은 끈끈이에 붙잡힌 쥐를 노렸을 것이다. 자주 있는 일이라고 했다. 지나가는 사람이 보고 신고하지 않았다면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끈끈이 탓에 날 수 없게 되자 얼마나 용을 썼던지 발과 다리 모두 상처투성이였다.
지난달 25일 오후 관악구 신림동 서울시야생동물센터에서는 신남식 센터장이 황조롱이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었다. 구조 보름 만에 끈끈이는 거의 제거했고, 발의 상처만 조금 남은 상태였다. “보름 전 도봉구에서 구조해 이곳으로 이송했는데, 야생동물이 사람 때문에 의외의 사고를 많이 당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람이 쥐를 잡으려고 놓은 끈끈이가 맹금류에게는 치명적이거든요.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가 서울에 꼭 필요했던 이유기도 합니다.”
자연 생태계와 동떨어진 곳처럼 느껴지지만 서울은 한강 수계 등 물이 많고, 산으로 둘러싸여 야생동물이 살기에 좋은 조건이다. 인구밀도가 높기에 문제가 생긴 야생동물도 바로 발견하기 쉽다. 신 센터장은 10년 전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으로 있을 때부터 구조·관리센터를 만들자고 주장했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에 무슨 야생동물이냐’며 반응은 싸늘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3년 전부터 구조·관리센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준비해온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서울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구조센터의 설치와 운영을 맡은 서울대는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을 고쳐 지난 7월1일 서울시야생동물센터의 문을 열었다. 그 전에 구조된 야생동물은 어떻게 관리됐나? “각 자치구가 지정한 동물병원이나 민간기관으로 보내졌다. 야생동물을 위한 전문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일차적인 치료는 할 수 있어도 지속적인 관리는 어려웠다. 반면 센터에는 나 말고도 수의사 2명, 재활관리사 3명 등 전문 인력이 항상 있고, 진료처치실·수술실·입원실·먹이준비실 등 시설도 있다. 구조된 동물이 건강하게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치료부터 재활훈련까지 할 수 있다. ” 지금까지 어떤 동물이 구조됐나? “7~9월에 구조된 150건 가운데 조류가 80%고, 나머지 20%는 포유류와 파충류다. 그 가운데 소쩍새, 솔부엉이,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도 있고, 구렁이, 새호리기, 참매, 큰덤불해오라기 등 멸종위기종도 14마리 정도 된다. 생태계 보전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약 1000건 예상한다.” 다른 지역에도 구조·관리센터가 있나? “광역 지자체에는 거의 다 있다. 부산, 울산, 대전 등 대도시에도 있다. 서울은 12번째로 아주 늦은 편이다. 10여년 전부터 환경부와 지자체가 구조·관리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건, 구조도 구조지만 야생동물의 교육장이라는 큰 뜻이 있다. 지난 여름방학 때 수의학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 300명이 참가한 수의 아카데미가 열렸다. 센터에 견학 온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수의사나 사육사에 대한 꿈이 구체적이고 정확해서 깜짝 놀랐다. 몇명은 신입생으로 들어올 텐데 기대가 크다.”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때 주의사항이 있나? “가장 중요한 건, 함부로 구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여름에 고라니나 새 새끼들이 많이 들어온다. 일반인이 보면 새끼가 홀로 있으니까 이거 잘못됐구나 싶어 번쩍 집어와서 신고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어미가 먹이 활동을 하러 주변에 나가 있는 상태다. 새끼를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미가 보살피는 것이다. 새끼가 다친 게 아니라면 어미가 다가올 수 있도록 멀리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철새로 인한 조류인플루엔자(AI) 문제가 심각하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사람·동물 공통 질병이라 죽은 조류를 발견하면 절대 만지지 말고 신고부터 해야 한다. 우리도 조류를 구조할 때는 먼저 조류인플루엔자부터 검사해 음성으로 확인된 개체만 데려온다. 너구리도 광견병을 옮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몇년 전 은평구와 경기도 화성에서 너구리에 물려 광견병이 생긴 적이 있다. 이런 질병들에 대해 센터는 서울대 수의과대학·동물병원과 함께 예방책을 연구하고 있다.” 글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자연 생태계와 동떨어진 곳처럼 느껴지지만 서울은 한강 수계 등 물이 많고, 산으로 둘러싸여 야생동물이 살기에 좋은 조건이다. 인구밀도가 높기에 문제가 생긴 야생동물도 바로 발견하기 쉽다. 신 센터장은 10년 전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으로 있을 때부터 구조·관리센터를 만들자고 주장했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에 무슨 야생동물이냐’며 반응은 싸늘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3년 전부터 구조·관리센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준비해온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서울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구조센터의 설치와 운영을 맡은 서울대는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을 고쳐 지난 7월1일 서울시야생동물센터의 문을 열었다. 그 전에 구조된 야생동물은 어떻게 관리됐나? “각 자치구가 지정한 동물병원이나 민간기관으로 보내졌다. 야생동물을 위한 전문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일차적인 치료는 할 수 있어도 지속적인 관리는 어려웠다. 반면 센터에는 나 말고도 수의사 2명, 재활관리사 3명 등 전문 인력이 항상 있고, 진료처치실·수술실·입원실·먹이준비실 등 시설도 있다. 구조된 동물이 건강하게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치료부터 재활훈련까지 할 수 있다. ” 지금까지 어떤 동물이 구조됐나? “7~9월에 구조된 150건 가운데 조류가 80%고, 나머지 20%는 포유류와 파충류다. 그 가운데 소쩍새, 솔부엉이,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도 있고, 구렁이, 새호리기, 참매, 큰덤불해오라기 등 멸종위기종도 14마리 정도 된다. 생태계 보전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약 1000건 예상한다.” 다른 지역에도 구조·관리센터가 있나? “광역 지자체에는 거의 다 있다. 부산, 울산, 대전 등 대도시에도 있다. 서울은 12번째로 아주 늦은 편이다. 10여년 전부터 환경부와 지자체가 구조·관리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건, 구조도 구조지만 야생동물의 교육장이라는 큰 뜻이 있다. 지난 여름방학 때 수의학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 300명이 참가한 수의 아카데미가 열렸다. 센터에 견학 온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수의사나 사육사에 대한 꿈이 구체적이고 정확해서 깜짝 놀랐다. 몇명은 신입생으로 들어올 텐데 기대가 크다.”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때 주의사항이 있나? “가장 중요한 건, 함부로 구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여름에 고라니나 새 새끼들이 많이 들어온다. 일반인이 보면 새끼가 홀로 있으니까 이거 잘못됐구나 싶어 번쩍 집어와서 신고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어미가 먹이 활동을 하러 주변에 나가 있는 상태다. 새끼를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미가 보살피는 것이다. 새끼가 다친 게 아니라면 어미가 다가올 수 있도록 멀리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철새로 인한 조류인플루엔자(AI) 문제가 심각하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사람·동물 공통 질병이라 죽은 조류를 발견하면 절대 만지지 말고 신고부터 해야 한다. 우리도 조류를 구조할 때는 먼저 조류인플루엔자부터 검사해 음성으로 확인된 개체만 데려온다. 너구리도 광견병을 옮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몇년 전 은평구와 경기도 화성에서 너구리에 물려 광견병이 생긴 적이 있다. 이런 질병들에 대해 센터는 서울대 수의과대학·동물병원과 함께 예방책을 연구하고 있다.” 글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