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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이 있어야 성공하는 곳이 연예계다. 실력 논란에 시달리거나 나보다 못한 이가 잘되는 상황을 보면서 자존심이 상해야 악을 품고 노력하고,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자존심이 요즘 제대로 빛을 발한 배우들이 눈에 띈다. 바로 정려원과 윤계상이다. 정려원은 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 성공을 꿈꾸는 검사 ‘마이듬’ 역할을 맡아 일취월장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윤계상은 영화 <범죄 도시>에서 신흥 범죄조직의 악랄한 보스 ‘장첸’으로 살벌한 연기를 기가 막히게 소화한다. 두 배우는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오랫동안 연기를 했다. 윤계상은 1999년 지오디로 데뷔해 2004년 영화 <발레 교습소>로, 정려원은 2000년 샤크라로 데뷔해 2002년 <색소폰과 찹쌀떡> <똑바로 살아라> 등 드라마로 연기를 시작했다.
둘 다 최근까지도 연기력 논란이 따랐다. 가수를 하면서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해 비슷한 역할을 주로 맡았고, 변신해도 기초가 부족한 탓에 발음, 표정 등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지 못했다. 악플도 나왔고 언론 평가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오랫동안 노력해 마침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연기력 논란이 일 때마다 비판을 수용해 자신을 내려놓고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며 이를 악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존심이 너무 세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나올 때마다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는 두 여자 배우는 자존심이 너무 세서 오히려 연기가 늘지 않는다. 한 배우는 연기력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면 항의하기 바쁘고, 또 다른 배우는 방영 전에 언론사를 돌며 비판 기사를 예방하는 ‘여우 작전’을 쓰기도 한다. 스스로 연기를 못하는 걸 알아 신경도 쓰이지만, 자존심이 너무 세서 자신을 인정할 줄 모르는 게 문제다. 둘 중 한명은 연기를 잘해보려고 선생님을 찾아간 적이 있는데, 자신을 향한 지적을 참을 수 없어 울며 뛰쳐나간 뒤 돌아가지 않았다.
반대로, 자존심이 너무 없어도 연기가 늘지 않는다. 매번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오르는 한 남자 배우는 연예계에서 착하기로 유명하다. 함께 작업한 이들은 “정말 착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래서 연기가 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비판에 화도 나야 이를 악물 텐데 착해서 상처를 안 받는 것 같다.” 실력은 없는데 자존심이 넘치거나 아예 없는 배우들이 정려원과 윤계상의 성장을 보며 적당한 자존심을 갖길 기대해본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