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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정보 욕구를 어떻게 채워줄지가 도서관의 과제죠”

‘공공도서관 시민 대토론회’ 여는 이정수 서울도서관장

등록 : 2017-11-1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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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목요일 직원들과 점심 토론

“도서관은 개인·사회 접점” 신념

가짜뉴스 판별할 지식 제공해야

대토론회 열어 시민 의견 중요하게 반영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이 지난 10일 옛 서울시청 건물을 리모델링한 서울도서관 열람실에서 오는 25일 열리는 ‘공공도서관 시민대토론회’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변화를 많은 서울시민과 함께 처음 고민해보는 자리입니다.”

지난 10월 서울도서관에서 만난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오는 25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공공도서관 시민 대토론회’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500여명이 참가해 오후 2시부터 3시간에 걸쳐 이어지는 이번 토론회는 ‘제2차 서울시 도서관발전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자리다. 다시 말하면 ‘2018~2022년 서울시가 도서관을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좋을지’ 논의한다. 시민 토론자 250명, 시민 참관인 180여명, 서울시 문화본부장, 시의원, 도서관·독서 관련 단체 등이 함께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도서관에 대한 시민들 의견을 듣기 위해 참석할 예정이다.

올해 1월 서울도서관장 업무를 시작한 이 관장이 이 새로운 토론회의 기획자이면서 연출가다. 보통 ‘무슨 무슨 발전종합계획’은 전문가에게 용역으로 주는 경우가 흔한데, 이 관장은 별나다. 도서관 직원 55명과 함께 지난 6월부터 스스로 발전종합계획을 만들어왔다고 한다. 전문가 용역은 겉은 화려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적용해보면 활용도가 떨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도서관 직원들은 우선 지난 6월부터 화요일과 목요일이면 점심을 빨리 먹고 ‘도서관의 변화’를 주제로 연구모임(스터디)을 해왔단다. 여기에 더해 9월부터는 외부 전문가를 모셔서 일주일에 한 차례 강연도 듣고 있다. 그 밖에 일주일에 한번 이 관장이 참석하는 발전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회의도 꾸준히 해왔다.

“직원들을 너무 괴롭히시는 것 아니냐” 물었더니 “직원들이 더 좋아한다”며 웃음 섞인 대답을 돌려준다.

“사실 힘들죠. 힘든 과정을 불평도 없이 참여해준 직원들이 고맙지요. 직원들도 ‘발전종합계획을 마무리하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들 얘기합니다. 그러나 도서관 직원으로서, 사서로서 자신들의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쁜 마음으로 힘든 과정들을 견뎌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기쁨’은 곧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기쁨’이 될 것이다. 직원들의 ‘기쁨’이 ‘서비스 향상’으로 도서관 이용자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서울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 관장을 맡던 시절(2005~2016년), 이 도서관이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의 전국 도서관 운영평가에서 2009~2011년 3년 연속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된 것도 이런 ‘별남’과 ‘남다른 노력’이 바탕이 됐다.

그런데 이 관장이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제2차 서울시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세우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2012년 제1차 서울시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이 세워진 지 5년이 흐르는 동안 도서관 환경이 많이 변했습니다. 당시는 걸어서 10분 안에 도서관에 갈 수 있도록 하자는 도서관 인프라 구축이 핵심 정책이었습니다. 그런 정책이 성과를 내서 지금은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구립도서관이 144개에 이릅니다. 교육청이 운영하는 도서관이 22개가 있고, 또 작은 도서관은 1000개가 넘습니다. 이제 인프라가 아닌 시민들의 정보 욕구를 채워주는 질적인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 질적인 문제와 관련해 이 관장은 “도서관은 개인과 사회를 연결해주는 접점”이라고 강조한 뒤 “따라서 도서관은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판별할 수 있는 지식 등을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시민 대토론회는 ‘전문가 용역이 아니라 도서관 직원과 시민이 만드는 도서관종합계획 수립’이라는, 이 관장 기획·연출 프로젝트의 정점에 해당하는 자리다. 도서관 직원들이 그동안 그려온 밑그림의 유용성을 시민들과 함께 확인하고 수정함으로써 ‘앞으로 5년간의 도서관 방향성’을 완성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토론회 때 연령대별로 관련 단체 추천 등을 받아 구성한 250명의 시민 토론자들이 직원들이 고민해온 큰 방향성에 구체성과 살을 붙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80명의 시민 참관인들도 단순 참관자가 아니다. 이들도 현장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자기 의견을 밝히게 된다. 또 참가한 시민들의 발언 하나하나는 모두 기록돼 ‘제2차 서울시 도서관발전종합계획’ 수립에 주요한 자료로 쓰인다.

역사적으로 도서관은 기원전 669년 12월 아시리아 왕 아슈르바니팔이 제국의 수도였던 니네베(현재 이라크 모술 근처)에 최초로 지은 뒤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도서관은 처음엔 절대적 통치자가 자신의 통치 문서를 보관하는 장소였지만, 발전과 변신을 거듭하며 현재는 시민들의 지식창고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이 관장의 ‘별난 도전’은 관이나 전문학자들이 주도해왔던 도서관 발전 방향 설정마저도 시민들이 참여해 완성하는 쪽으로 바꾸어놓으려는 것이다.

‘도서관은 살아 있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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