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당신의 아들은 아직 성장 중일지도…

주변 정리 잘 못하는 25살 아들 때문에 울화 어머니 “제가 어떻게 해야”

등록 : 2017-11-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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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만드는 아들

그 모습 보면 분노 치밀어

비난하는 어머니보다는

소통하는 어머니 되세요

Q저희 아들은 군대 다녀와서 자퇴하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머문 곳의 흔적을 절대로 치우지 않습니다. 음식 먹은 뒤 그릇들, 수건, 팬티, 오늘 신은 양말, 책, 연필, 화장지 등이 사방에 굴러다닙니다.

전에 저는 우울증을 앓았고 이제 조금 나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회사에 다녀와 방 청소, 식사 준비 또 통신대학 학과 공부 등을 하다 지쳐 있는데, 아들의 모습을 보면 분노가 치밉니다. 마치 티브이에 나오는 쓰레기더미에서 사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납니다. 치우면 바로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이것 때문에 아들과 대판 싸우는데 아들은 뭐가 문제냐며 제게 대듭니다. 대학 다닐 때 툭하면 술 취해 들어오기도 했어요. 신앙을 가진 내게 반발이라도 하듯이…. 어렸을 때는 말을 안 들어 매도 많이 맞았습니다. 그러다가 나가서 공부하겠다며 광주에서 몇 개월 살다 왔고, 서울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살다가 들어왔는데 고쳐지질 않습니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다가도 심해지면 내가 분노가 일어나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청소년도 아니고 25살 청년이 왜 그럴까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고로 지금은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아들이 아르바이트해서 자기 책값과 용돈을 벌어서 씁니다. 푸른달


A많은 어머니가 더 이상 통제할 수 없게 된 아들 때문에 고민합니다. 부모로서 가르치거나 교육을 할 수 없게 된 건 물론이고, 가족 간에 나눌 수 있는 기본적인 대화도 불가능해졌다고 하소연합니다.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는 은둔형 아들, 소리 지르고 길길이 날뛰는 폭력형 아들, 독립할 나이가 되었는데 취업도 결혼도 생각하지 않는 무력한 아들, 삶의 쾌락을 좇아 즉흥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들, 게다가 푸른달님의 경우처럼 집안을 쓰레기통으로 만들려고 작정한 듯 치우지 않는 게으른 아들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부모의 속을 태웁니다.

너무 낯설게 변해버려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자식이 아니라 괴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두려움이 밀려들기도 합니다. 간혹 참을 수 없을 만큼 분노나 짜증이 치밀어오르면 통제하지 못하고 서로 악을 쓰며 싸우는 게 부모 자식 간 대화의 전부입니다.

아들들이 그렇게 변한 데는 심리적이거나 생리적인 이유가 있겠지요. 우선 20대 중반까지는 발달심리학이 말하는 성장 과정 중에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발달이 다른 나라보다 굉장히 늦다고 하지요. 이를테면 미성숙한 자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시기도 서구 청소년보다 4~5년 늦으며, 자기 정체성을 탐색하고 획득하는 시기도 늦습니다. 또한 발달 과정 중에 있는 아이들은 보통 성장과 퇴행, 정체 과정을 반복하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는데, 20대 중반까지도 그런 특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아들도 그 과정에 있다면 지나치게 우려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 형편상 제대로 양육받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생계로 바빠서 방치된 상태로 10대를 보냈거나, 가족의 불화 때문에 숨죽이며 살았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고루한 방식으로 아이를 통제했거나 아이가 폭력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아들의 마음속에 부모와 연결된 기억은 상처로 점철되어 있을 것입니다. 부모에게 이해받지 못해서, 부모가 못마땅해서, 자신이 부모를 만족시킬 수 없는 부족한 존재라서, 부모를 떠올리면 불편함만 밀려옵니다. 그렇지만 아들들은 감정적인 표현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소통을 포기하고 입을 다물어버립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울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남자아이들은 외부에서 겪는 고통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학교에서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수도 있고 군대에서도 따돌림의 대상이었을 수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청년기에는 자기 정체성을 탐색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고 삶의 목표나 가치를 찾지 못하게 되면 아이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방황하게 됩니다. 그때 부모가 아이를 비난하면 아이는 더욱 심한 타격을 입습니다.

푸른달님, 당신은 어떤 부모입니까? 물론 어려운 가운데서 최선을 다해 아이를 지켰겠지만 그것 말고 아이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측면에서 어떤 엄마인가요. 아이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계십니까? 부모로서 아이에게 애정을 표현하시는 편인가요?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잘못된 교육을 합니다. 분노, 역정, 흥분된 목소리, 신랄한 비난 등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하거나 아이의 기질이나 생각, 상태는 알려고 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생각만 계속 반복해 강요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또는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는 데 몰두해서 아이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푸른달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들은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정체성을 갖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매를 자주 맞았다면, 자퇴 후 이런저런 모색을 하고 있지만 아직 자기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그리고 엄마가 그토록 싫어하는데도 자기 주변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만성적인 우울감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들을 걱정하는 잔소리가 역효과만 낳을 것입니다.

푸른달님, 아들을 걱정하거나 야단치거나 아들의 행동을 참는 것 말고, 소통을 시도해 보세요. 아들이 아르바이트로 공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수고한다, 고생이 많네, 잘 버텨줘서 고맙다, 하는 말을 하셔도 좋습니다. 오래 소원했던 관계에 소통이 가능해지려면 상대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지지하고 믿어주는 이야기를 주로 해야 합니다. 비난하는 엄마, 야단치는 엄마가 아니라 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글 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천만번 괜찮아><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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