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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봉 5250명 중 4인 가족은 유일
자봉 경험 많은 작은딸 제안에 합심
아빠는 88올림픽 때 참여를 꿈꿔
엄마는 ‘면접 떨어질까’ 두려움 이겨
지난 19일 평창올림픽을 응원하는 예술배너전이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찾은 홍기룡씨 가족. 아빠 홍씨와 작은딸 홍수민양, 큰딸 홍소진씨, 엄마 장희수씨(사진 왼쪽부터)가 내년 2월 평창올림픽의 가족봉사단이다. 홍씨 가족은 자원봉사가 가족애를 다지는 ‘귀한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나누었다.
“앞으로 30년을 더 기다려도 다시 올지 모를 귀한 가족여행입니다.”
아빠 홍기룡(49)씨의 말에 엄마 장희수(46)씨와 대학 2학년생인 큰딸 홍소진(20)씨, 그리고 고3인 작은딸 홍수민(18)양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둘러보러 나온 네 사람이 ‘귀한 가족여행’이라고 한 것은 내년 2월9~25일 열리는 평창올림픽에서 할 자원봉사 활동을 말한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이번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는 1만9548명에 이른다. 이 중 서울 시민이 5250명으로 가장 많지만, 가족 4명이 모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경우는 이 가족이 유일하다.
올해 대입을 치르는 둘째까지 포함한 네 사람 모두 올해 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자원봉사자 면접을 치렀고, 하루 5시간씩 이틀에 걸쳐 모두 10시간의 교육까지 마쳤다. 그러니 어쩌면 당연하게 봉사활동이 ‘귀하게’ 느껴질 법하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편에서 본다면 이들은 ‘매우 귀한 자원봉사자’다.
평창올림픽의 경우 자원봉사자의 남녀 비율이 2 대 8로 여성의 참여가 앞도적으로 높고, 24살 이하가 90.87%, 고등학생·대학생이 90.13%로 대부분의 참여자가 대학생이다. 이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의 경우와 비교된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두 올림픽 자원봉사자는 25~64살이 약 80%, 직장인이 약 70%로 나타났다고 한다. 따라서 어쩌면 이 가족은 우리나라 자원봉사활동의 변화를 상징하는 ‘귀한 씨앗’이 될 수도 있다. 홍기룡씨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은 둘째가 제안했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부터 케냐와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던 수민양은 전 세계인이 모이는 올림픽 같은 큰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지난해 여름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모집공고가 나자마자 가족들에게 함께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아빠가 가장 먼저 호응했다. “1988년 9월16일 열린 88올림픽 개막식을 군에 입대해 논산훈련소에서 티브이로 봤습니다. 내 인생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여할 기회가 다시 있을까? 그래도 한번쯤은 더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며 화면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빠는 그렇게 ‘30년 묵은 소원’을 이루었다. 아빠는 “건설사업을 직접 운영해 일반 직장인보다는 시간 내기가 조금 수월한 탓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언니도 동참했다. 연세대 신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언니는 학내 봉사동아리 ‘봉봉’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오다가 우리나라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 수 있는 봉사활동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 엄마는 처음엔 망설였다. “전업주부로 있다 보니까 면접도 두렵고, 외국인을 만나는 것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 이름을 달고 나설 자리가 점점 없어져 아쉬웠는데 가족이 다함께 간다면 큰 의미가 있겠다 싶어 결심을 했다”고 한다. 참여를 결정한 뒤 가족이 가장 두려웠던 것은 “혹시 면접에서 나만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가족 모두 합격해 ‘가족여행’을 고대하게 됐다. 가족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모두 다른 장소에서 다른 봉사를 하게 된다. 아빠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수하리에 있는 바이애슬론(스키와 사격을 합친 경기) 경기장에서 교통 담당 봉사를 할 예정이다. 엄마는 대관령면 용평리조트에 건설되는 선수촌에서 참여 선수나 기자들의 불편사항을 점검하는 활동을 한다. 언니는 패럴림픽 때 선수들의 경기장 입장을 도울 예정이다. 또 자원봉사자들을 대표해 성화봉송 주자로도 나선다. 이렇게 각각 떨어져 활동하지만, 이번 여행이 네 사람을 가족애로 더욱 단단히 묶어줄 것이라고 서로 확신한다. 약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한마음으로 참여한다는 자부심 또한 가족을 이어주는 든든한 끈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단다. 엄마는 이 특별한 가족여행이 벌써부터 이웃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전한다. 주변 사람들이 “우리도 할걸” “우리에게도 진작 자원봉사 모집 사실을 알려주지” 하는 부러움 섞인 얘기들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언제 우리나라에서 다시 올림픽이 열릴지 예상하기 쉽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봉사활동은 앞으로 돈이나 시간이 있어도 갖기 어려운 가족들 간의 특별한 소통과 연대의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서울시민들은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이유로 첫째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를, 둘째 ‘일생일대의 기회이기 때문에’를 꼽았다고 한다. 하지만 홍씨 가족은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귀한 봉사활동’으로 ‘가치 있는 일’과 ‘일생일대의 기회’를 모두 성취하는 자원봉사자가 될 것 같다. “저희 가족의 가훈은 ‘행복하게 살자’입니다. 그 행복이라는 가치를 요즘 고민하고 있는데, 올림픽 자원봉사가 ‘우리 가족이 한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서 오는 행복’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니 소진씨의 말에 아빠·엄마·동생이 모두 잔잔한 웃음으로 응답했다. 글·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평창올림픽의 경우 자원봉사자의 남녀 비율이 2 대 8로 여성의 참여가 앞도적으로 높고, 24살 이하가 90.87%, 고등학생·대학생이 90.13%로 대부분의 참여자가 대학생이다. 이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의 경우와 비교된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두 올림픽 자원봉사자는 25~64살이 약 80%, 직장인이 약 70%로 나타났다고 한다. 따라서 어쩌면 이 가족은 우리나라 자원봉사활동의 변화를 상징하는 ‘귀한 씨앗’이 될 수도 있다. 홍기룡씨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은 둘째가 제안했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부터 케냐와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던 수민양은 전 세계인이 모이는 올림픽 같은 큰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지난해 여름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모집공고가 나자마자 가족들에게 함께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아빠가 가장 먼저 호응했다. “1988년 9월16일 열린 88올림픽 개막식을 군에 입대해 논산훈련소에서 티브이로 봤습니다. 내 인생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여할 기회가 다시 있을까? 그래도 한번쯤은 더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며 화면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빠는 그렇게 ‘30년 묵은 소원’을 이루었다. 아빠는 “건설사업을 직접 운영해 일반 직장인보다는 시간 내기가 조금 수월한 탓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언니도 동참했다. 연세대 신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언니는 학내 봉사동아리 ‘봉봉’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오다가 우리나라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 수 있는 봉사활동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 엄마는 처음엔 망설였다. “전업주부로 있다 보니까 면접도 두렵고, 외국인을 만나는 것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 이름을 달고 나설 자리가 점점 없어져 아쉬웠는데 가족이 다함께 간다면 큰 의미가 있겠다 싶어 결심을 했다”고 한다. 참여를 결정한 뒤 가족이 가장 두려웠던 것은 “혹시 면접에서 나만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가족 모두 합격해 ‘가족여행’을 고대하게 됐다. 가족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모두 다른 장소에서 다른 봉사를 하게 된다. 아빠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수하리에 있는 바이애슬론(스키와 사격을 합친 경기) 경기장에서 교통 담당 봉사를 할 예정이다. 엄마는 대관령면 용평리조트에 건설되는 선수촌에서 참여 선수나 기자들의 불편사항을 점검하는 활동을 한다. 언니는 패럴림픽 때 선수들의 경기장 입장을 도울 예정이다. 또 자원봉사자들을 대표해 성화봉송 주자로도 나선다. 이렇게 각각 떨어져 활동하지만, 이번 여행이 네 사람을 가족애로 더욱 단단히 묶어줄 것이라고 서로 확신한다. 약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한마음으로 참여한다는 자부심 또한 가족을 이어주는 든든한 끈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단다. 엄마는 이 특별한 가족여행이 벌써부터 이웃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전한다. 주변 사람들이 “우리도 할걸” “우리에게도 진작 자원봉사 모집 사실을 알려주지” 하는 부러움 섞인 얘기들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언제 우리나라에서 다시 올림픽이 열릴지 예상하기 쉽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봉사활동은 앞으로 돈이나 시간이 있어도 갖기 어려운 가족들 간의 특별한 소통과 연대의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서울시민들은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이유로 첫째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를, 둘째 ‘일생일대의 기회이기 때문에’를 꼽았다고 한다. 하지만 홍씨 가족은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귀한 봉사활동’으로 ‘가치 있는 일’과 ‘일생일대의 기회’를 모두 성취하는 자원봉사자가 될 것 같다. “저희 가족의 가훈은 ‘행복하게 살자’입니다. 그 행복이라는 가치를 요즘 고민하고 있는데, 올림픽 자원봉사가 ‘우리 가족이 한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서 오는 행복’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니 소진씨의 말에 아빠·엄마·동생이 모두 잔잔한 웃음으로 응답했다. 글·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