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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제정, 봉사 활성화 기여
10개 봉사팀 운영, 워크숍 연 1~2회
김 의원, 1992년부터 재능기부 활동
광주 서구 조례 보고 바로 준비
지난 14일 고척동 국화경로당에서 김영곤 구로구의원이 이·미용 재능봉사단 ‘단정’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구로구 제공
“시원하죠?” “날아갈 것 같네.” “날아가면 안 돼. 경로당 회원 한 사람 줄어.” (웃음)
지난 7일 낮 구로구 개봉동의 개명경로당 어르신들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매달 첫째 화요일마다 이·미용 봉사단 ‘단정’ 봉사자들이 방문해 어르신들의 머리를 잘라준다. 추석 연휴로 두달 만에 찾아와서인지 어르신들은 봉사단을 더 반갑게 맞았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주민 20여명으로 이뤄진 단정봉사단원들은 매달 첫째, 둘째, 넷째 화요일에 경로당과 거동이 불편한 이웃들의 집을 찾아가 머리를 잘라준다. 이날은 김막자·인명애·최찬희·한미령 등 네 미용사가 봉사자로 참여했다.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이 머리 자른 뒤 거울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입 모아 말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미용도구에 대한 구청의 지원이 부족해 봉사자들에게 적잖이 부담이 된다. 가위나 이발기 등 대부분의 소모품을 봉사자들이 자기 것을 가져와 쓰는데, 머리를 자주 감지 않는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하다 보면 도구가 빨리 망가진단다.
구로구의회의 김영곤 의원(더불어민주당·행정기획위원장)이 재능기부 봉사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법제도 기반을 만들었다. 김 의원은 주민들이 귀한 시간을 내어 봉사하는데, 이들이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조례를 발의했고 2015년 12월 마침내 제정되었다. 김 의원이 조례 제정에 발 벗고 나선 데에는 개인적 경험이 영향을 줬다. 그는 1992년 처음으로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당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지역에서 합기도 체육도장을 개관해 운영하고 있었다. 근처 개봉중학교를 찾아 호신술반을 만들어 1년간 지도했다. 지역 봉사활동은 보람이 컸다. 그런데 학교는 무관심했다. “학교 행사일을 미리 알려주지 않아 헛걸음한 적도 있었어요. 재능기부 봉사에 대한 무관심이 안타까웠죠.” 그는 광주광역시 서구의 재능기부 활성화 조례를 보고 주저 없이 조례 준비에 나섰다. “우리 구에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5개월에 걸쳐 지역의 현황을 조사해 조례안을 마련했어요.” 조례에는 상호부조로 지역공동체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밝혔고, 재능기부 사업 추진 내용으로 다양한 재능기부를 개발해 지원을 확대하도록 명시했다. 조례 제정 과정에 논란이 있기도 했다. 기존 자원봉사 지원 조례(2003년 6월 제정)와 비슷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있었다. 굳이 따로 만들지 않고 기존 조례를 개정하는 것으로 대신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김 의원은 재능기부 개념을 명확히 하려면 단순히 자원봉사 지원 조례를 개정하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두루뭉술하게 자원봉사의 일부로 보기보다는 특화해서 지역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재능기부 봉사가 인식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복지건설위 소속이었던 김 의원은 다른 상임위인 행정기획위에서 발의하는 게 부담이 되었지만 직접 제안 설명을 할 정도로 조례 제정에 앞장섰다. 현재 구로구의 자원봉사센터는 재능기부 봉사단 10팀을 꾸려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재능(이·미용, 나들이, 집수리, 밑반찬, 집수리 등)을 활용하는 팀도 있고, 재능을 교육(종이접기, 구연동화, 풍선아트)해 봉사활동을 이어주는 팀도 있다. 봉사자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워크숍을 연 1~2회 열고, 활동이 활발한 봉사단에는 표창도 한다. 지원 예산도 조금씩 늘고 있다. 봉사자 활동비 예산은 지난해 451만원에서 올해 1422만원으로 늘었다. 최은준 자원봉사팀장은 “내년도 예산이 확대 편성될 예정으로 재능기부 봉사자의 교통비와 식대를 올리고 재료비 지원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역에 퇴직한 공무원, 교직자 등이 늘고 있다. 이들이 재능을 기부하고 싶어도 마땅한 창구를 쉽게 찾지 못한다. 구청에서 적극 안내해 자격증 취득으로 연결하는 등 재능기부 봉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사회봉사를 하면서 노후를 보람 있게 보낼 수 있게 하는 것도 노인 복지라고 생각하는 김 의원은 “어르신의 사회적 역할이 강화되는 사회가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구로구의회의 김영곤 의원(더불어민주당·행정기획위원장)이 재능기부 봉사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법제도 기반을 만들었다. 김 의원은 주민들이 귀한 시간을 내어 봉사하는데, 이들이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조례를 발의했고 2015년 12월 마침내 제정되었다. 김 의원이 조례 제정에 발 벗고 나선 데에는 개인적 경험이 영향을 줬다. 그는 1992년 처음으로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당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지역에서 합기도 체육도장을 개관해 운영하고 있었다. 근처 개봉중학교를 찾아 호신술반을 만들어 1년간 지도했다. 지역 봉사활동은 보람이 컸다. 그런데 학교는 무관심했다. “학교 행사일을 미리 알려주지 않아 헛걸음한 적도 있었어요. 재능기부 봉사에 대한 무관심이 안타까웠죠.” 그는 광주광역시 서구의 재능기부 활성화 조례를 보고 주저 없이 조례 준비에 나섰다. “우리 구에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5개월에 걸쳐 지역의 현황을 조사해 조례안을 마련했어요.” 조례에는 상호부조로 지역공동체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밝혔고, 재능기부 사업 추진 내용으로 다양한 재능기부를 개발해 지원을 확대하도록 명시했다. 조례 제정 과정에 논란이 있기도 했다. 기존 자원봉사 지원 조례(2003년 6월 제정)와 비슷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있었다. 굳이 따로 만들지 않고 기존 조례를 개정하는 것으로 대신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김 의원은 재능기부 개념을 명확히 하려면 단순히 자원봉사 지원 조례를 개정하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두루뭉술하게 자원봉사의 일부로 보기보다는 특화해서 지역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재능기부 봉사가 인식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복지건설위 소속이었던 김 의원은 다른 상임위인 행정기획위에서 발의하는 게 부담이 되었지만 직접 제안 설명을 할 정도로 조례 제정에 앞장섰다. 현재 구로구의 자원봉사센터는 재능기부 봉사단 10팀을 꾸려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재능(이·미용, 나들이, 집수리, 밑반찬, 집수리 등)을 활용하는 팀도 있고, 재능을 교육(종이접기, 구연동화, 풍선아트)해 봉사활동을 이어주는 팀도 있다. 봉사자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워크숍을 연 1~2회 열고, 활동이 활발한 봉사단에는 표창도 한다. 지원 예산도 조금씩 늘고 있다. 봉사자 활동비 예산은 지난해 451만원에서 올해 1422만원으로 늘었다. 최은준 자원봉사팀장은 “내년도 예산이 확대 편성될 예정으로 재능기부 봉사자의 교통비와 식대를 올리고 재료비 지원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역에 퇴직한 공무원, 교직자 등이 늘고 있다. 이들이 재능을 기부하고 싶어도 마땅한 창구를 쉽게 찾지 못한다. 구청에서 적극 안내해 자격증 취득으로 연결하는 등 재능기부 봉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사회봉사를 하면서 노후를 보람 있게 보낼 수 있게 하는 것도 노인 복지라고 생각하는 김 의원은 “어르신의 사회적 역할이 강화되는 사회가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