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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관 앞에서 유언장 작성
유언장 낭독 뒤 수의로 갈아입어
웰다잉 인식 넓어지면 우리 사회
밝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발의
지난 4월28일 영등포구 영중로 효원힐링센터 체험장에서 김광수 서울시의원이 임종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관 속에 앉아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이제 여러분은 죽습니다. 숨이 멎었습니다. 관 뚜껑을 닫고 화장하겠습니다.”
지난 4월28일 토요일 오후 영등포구 당산동 효원힐링센터에서 정용문 센터장이 죽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죽음 체험은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깨닫고 삶의 가치를 되찾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체험에 앞서 죽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강의를 듣고 영정사진도 찍었다. 이날 60여 명의 참가자 대부분은 20~30대 청년이었고, 40~50대도 10여 명 있었다. 행복아카데미 수강생, 간호대생, 일반인 등이 센터 누리집에서 사전신청해 참가했다.
체험장에는 50여 개의 관이 놓여 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관 옆에 앉아 유언장을 쓴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앞에 두고 모두 숨죽여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난다. 참가자들은 돌아가며 유언장을 낭독한 뒤 수의로 옷을 갈아입는다. 스스로 관 뚜껑을 연다. 관에 들어가 중앙에 앉아 다리를 쭉 뻗는다. 눈을 감고 마음으로 이승의 인연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천천히 몸을 젖혀 관 바닥에 눕는다. ‘툭, 툭’ 관 뚜껑 닫히는 소리가 이어지다, 순간 멎는다.
깜깜한 체험장에 적막이 흐른다. 10분 뒤 불이 켜진다. 정 센터장이 “관 뚜껑이 열립니다. 함께 새 세상도 열립니다”라며 여태껏 삶을 버텨온 자신에게, 가족들에게 박수를 쳐주자고 부탁했다. 힘찬 박수 소리가 체험장을 가득 채웠다. 강의와 체험의 2시간이 마무리됐다. 서울시가 이달부터 웰다잉(품위 있는 죽음) 현장 체험 시민교육에 나선다. ‘서울시 웰다잉 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에 따른 사업이다. 2016년 12월 김광수 시의원(더불어민주당·도봉2)이 대표 발의해 제정된 이 조례안은 서울시가 웰다잉 문화 조성 종합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홍보·교육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시장은 시민의 웰다잉 문화 인식조사를 할 수 있게 보장하고, 고령자 등 시민이 스스로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임종 준비 교육과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 의원은 지역 복지관에서 우연히 웰다잉 강의를 듣고 웰다잉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 우리 사회가 좀더 밝아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죽음은 삶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삶과 죽음을 같이 생각하면 배려와 감사하는 마음을 더 가지게 됩니다.”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담당 부서를 정하는 거였다. 공무원들의 웰다잉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아 담당 부서를 정하는 데 혼란이 있었다. 교육 대상을 주로 노인으로 해야 하니 어르신복지과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전 연령의 시민을 대상으로 하려면 건강증진과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두 달 가까이 승강이를 하다 마침내 두 부서가 상의해 건강증진과로 결정이 났어요. 노인들은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웰다잉 인식과 교육 확산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거죠.” 사업의 방향을 잡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이병철 서울시 건강환경지원팀장은 “시민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의견이 모여 현장 체험 교육부터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웰다잉 문화 조성 사업의 올해 예산은 3500만원이다. 앞으로 웰다잉 문화 조성에 대해 인식조사도 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문가 자문회의를 구성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에도 나선다. 서울시가 현장 임종체험장으로 검토하고 있는 효원힐링센터는 2012년부터 죽음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효원상조의 사회공헌사업으로 6년간 454회, 1만8천 명이 참가했다. 죽음 체험에는 다양한 사람이 참여한다. 특히 범죄자 교정 프로그램이나 학교폭력과 가정폭력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김 의원은 “현장 체험 교육 등으로 삶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자살률이 낮아지고 시민의 행복도가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웰다잉 상담소 운영에도 관심이 많다. 한 사람의 죽음은 남은 가족에게 큰 아픔을 주기에 이들의 상처를 쓰다듬어주는 상담이 이어지길 바란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 3선 도전에 나서는 김 의원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웰다잉 문화 조성 사업이 더 활성화되고 시민들이 효능을 체감할 수 있게 더 노력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깜깜한 체험장에 적막이 흐른다. 10분 뒤 불이 켜진다. 정 센터장이 “관 뚜껑이 열립니다. 함께 새 세상도 열립니다”라며 여태껏 삶을 버텨온 자신에게, 가족들에게 박수를 쳐주자고 부탁했다. 힘찬 박수 소리가 체험장을 가득 채웠다. 강의와 체험의 2시간이 마무리됐다. 서울시가 이달부터 웰다잉(품위 있는 죽음) 현장 체험 시민교육에 나선다. ‘서울시 웰다잉 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에 따른 사업이다. 2016년 12월 김광수 시의원(더불어민주당·도봉2)이 대표 발의해 제정된 이 조례안은 서울시가 웰다잉 문화 조성 종합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홍보·교육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시장은 시민의 웰다잉 문화 인식조사를 할 수 있게 보장하고, 고령자 등 시민이 스스로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임종 준비 교육과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 의원은 지역 복지관에서 우연히 웰다잉 강의를 듣고 웰다잉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 우리 사회가 좀더 밝아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죽음은 삶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삶과 죽음을 같이 생각하면 배려와 감사하는 마음을 더 가지게 됩니다.”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담당 부서를 정하는 거였다. 공무원들의 웰다잉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아 담당 부서를 정하는 데 혼란이 있었다. 교육 대상을 주로 노인으로 해야 하니 어르신복지과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전 연령의 시민을 대상으로 하려면 건강증진과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두 달 가까이 승강이를 하다 마침내 두 부서가 상의해 건강증진과로 결정이 났어요. 노인들은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웰다잉 인식과 교육 확산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거죠.” 사업의 방향을 잡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이병철 서울시 건강환경지원팀장은 “시민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의견이 모여 현장 체험 교육부터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웰다잉 문화 조성 사업의 올해 예산은 3500만원이다. 앞으로 웰다잉 문화 조성에 대해 인식조사도 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문가 자문회의를 구성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에도 나선다. 서울시가 현장 임종체험장으로 검토하고 있는 효원힐링센터는 2012년부터 죽음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효원상조의 사회공헌사업으로 6년간 454회, 1만8천 명이 참가했다. 죽음 체험에는 다양한 사람이 참여한다. 특히 범죄자 교정 프로그램이나 학교폭력과 가정폭력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김 의원은 “현장 체험 교육 등으로 삶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자살률이 낮아지고 시민의 행복도가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웰다잉 상담소 운영에도 관심이 많다. 한 사람의 죽음은 남은 가족에게 큰 아픔을 주기에 이들의 상처를 쓰다듬어주는 상담이 이어지길 바란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 3선 도전에 나서는 김 의원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웰다잉 문화 조성 사업이 더 활성화되고 시민들이 효능을 체감할 수 있게 더 노력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