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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1월15일 문화방송 파업이 잠정 중단되면서 예능 프로그램이 정상화됐다. 당장 <라디오 스타>부터 시작해 <복면가왕> <나 혼자 산다> <세상의 모든 방송> <섹션 티브이 연예 통신> <음악 중심> 등이 차례로 방영됐다. <무한도전>은 한 주가 지나 25일부터 재개됐다.
파업이 잠정 중단되자마자 프로그램들의 방영 시기는 각각 달랐다. 발 빠르게 당일 바로 내보낸 프로그램도 있지만, 준비 기간을 거쳐 한주 뒤 찾아온 프로그램도 있다. 어떻게 준비했던 것일까? <라디오 스타>와 <나 혼자 산다>는 파업 전에 녹화해놓은 것이 있어서 바로 내보냈다. 예능 프로그램은 보통 2회 정도 여유 있게 녹화를 해놓는다. 여러 아이템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무한도전>은 파업 다음 날인 16일 출연자들과 간단히 첫 녹화를 한 뒤 한주 지나 25일부터 내보냈다. 라디오 프로그램은 게스트 섭외 등으로 정상화를 한주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진행자들이 대부분 연예인이기에 그들의 일정도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발 빠른 편성은 평소 피디들이 머릿속으로 다양한 아이템을 구상해왔기에 가능했다. 이런 것을 해보면 어떨까, 저런 것을 할까? 파업에 집중하는 틈틈이 브레인 스토밍을 해놨다. 작가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기획안을 짜놓기도 했다. 피디들은 파업에 열중하면서도 집에 돌아가 몸을 뉘이면 이런저런 아이템이 자동으로 떠올랐다고들 한다. 천상 예능인들이다. 덕분에 파업 72일 만에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이 가결되면서 돌아온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전의 인기를 되찾고 있다. <나 혼자 산다>는 돌아오자마자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이고, <무한도전>과 <복면가왕>도 시청률 10%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무한도전>은 파업 전에는 8%대까지 떨어졌는데, 오히려 파업으로 문화방송을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서인지 시청률이 올랐다. 김태호 피디는 시청률 5% 정도를 예상했는데 두배가 나왔다.
파업을 겪은 뒤 문화방송 예능국은 더 활력이 넘친다. 파업 동안 문화방송 예능은 모두 재방송을 내보냈다. 그사이 문화방송 직원이 아닌 작가와 스태프 등 프리랜서들은 정상 고료를 받지 못했다. 보통 본방송이 나가야지 회당 출연료 혹은 작가료를 받는다. 결방하면 받지 못하고, 재방송은 일부분만 받는다. 돈을 번다는 기쁨,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기쁨이 크겠지만, 무엇보다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만들 수 있다는 즐거움이 더 커 보인다. 어둡고 춥던 시절을 지나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문화방송 예능국이, 예능 피디들이 자유를 동력 삼아 마음껏 창조하기를.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