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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에선 5만명 어려워도 온라인에선 100만명도 가능”

고수입 유튜버가 말하는 자립의 길

등록 : 2017-12-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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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고 길게 봐야”

구독자 5만명 넘어야 직업으로 가능

‘섭이는 못 말려’ 조섭, 구독자 107만명

월수입 1000만~1500만원

유튜브 채널 ‘코리안 브로스’를 운영하는 남석현(31) 대표(사진 오른쪽부터)와 강재창(28) 이사, 박진형(29) 이사가 코리안 브로스 스튜디오에서 촬영 장비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 이들은 전문 유튜버가 되려는 이들에게 “결코 조급하게 결정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유튜버를 직업으로 삼는 것이 가능할까?’

서울문화재단 1기 ‘생활문화MCN 크리에이터’(이하 영상 크리에이터) 송광호(28)씨는 영상 크리에이터 활동을 마친 뒤 전문 유튜버를 꿈꾸고 있다. 송씨는 “아직은 매형이 운영하는 공업사 홍보 동영상을 만들어주고 용돈 수준인 10만원을 받고 있지만, 타이 말을 하는 친구와 함께 동남아시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송광호씨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선배 유튜버들은 “물론 가능한 일”이라면서도 “조급해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유튜버들이 최근 자신의 채널 등에 공개한 월수입에 따르면, 구독자 108만7000여만명인 채널 ‘섭이는 못 말려’를 운영하는 유튜버 조섭씨의 월수입은 1000만~1500만원이다.

하지만 구독자 43만8000여명인 유튜버 신동훈씨는 지난해까지 월 4만~42만원 정도를 벌다가 올해 5월 이후에야 10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인기 유튜버라 할지라도 단번에 높은 수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며, 몇년간의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온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체험 동영상을 주로 올리는 ‘코리안 브로스’의 오랜 준비 과정은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이 채널의 남석현(31) 대표에 따르면, 올해 코리안 브로스의 연수입은 2억5000만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 수입뿐만 아니라 브랜드 광고와 용역 계약까지 합친 금액이다. 물론 이런 수입이 단번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코리안 브로스의 성과 역시 몇년에 걸친 준비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 대표가 동영상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재학 시절인 2011년으로 돌아간다. 당시 남 대표는 ‘동해 수문장’이라는 팀을 만든 뒤 캐나다·미국·유럽 등지를 4개월간 돌면서 동해 표기 청원 서명 운동을 했다. 학교의 지원금과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충당한 이 활동을 남 대표는 동영상으로 모두 기록했다.

2013년 한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 ‘세이울’(세상을 이롭게 하는 울타리가 되자)을 설립해 운영한 것도 온라인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오프라인에서 5만명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만, 온라인에서 100만명에게 알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국립해양조사원과 동해연구회 의뢰를 받아 유럽인들의 동해 인식 조사를 위해 2015년 6~8월에 다시 유럽을 갔을 때 이미 동영상의 위상은 달라져 있었다.

동영상이 2011년에는 단지 활동을 기록하는 수단이었다면, 이때는 당당히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됐다. 남 대표는 “당시 동해 관련 동영상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젊은 세대가 공감하는 동영상을 찍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한다.

남 대표의 동영상 경험은 2016년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벤처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다시 한 차례 크게 성장한다. 지난해 하반기 동안 한달에 8편 정도씩 모두 50편의 동영상을 찍으며 기획부터 스타일 갖추기, 속도감 내기, 내레이션 하기 등 세부적인 동영상 기술을 몸에 익혔다. 남 대표가 코리안 브로스와 관련해 법인등록을 한 것은 이런 과정을 거친 뒤인 지난해 11월1일이었다.

남 대표는 법인등록을 한 뒤 그 이전에 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콘텐츠를 한국인 대상 콘텐츠로 바꾸었다. 외국인 유학생이 산낙지나 대하 등을 먹는 ‘한국 체험’ 동영상에 많은 사람이 호응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코리안 브로스는 현재 한달에 약 10편 정도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해외문화홍보원 등으로부터 용역 등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2011년 동영상을 처음 활용했던 때로부터 6년 만의 일이다.

남 대표는 “전문 유튜버가 되겠다고 조급하게 움직이지 말고 구독자가 5만명 정도 될 때까지는 지금 하는 일과 병행할 것”을 권한다. 5만명쯤 되면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없을지 감이 온다는 것이다.

국내 유튜버들을 관리하는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사업자 ‘비디오빌리지’의 공동창업자 임시우(27)씨도 유튜브 시장이 계속 커지는 시장이라고 하면서도, 전업 결정은 신중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비디오빌리지 역시 중앙대학교 동문 5명이 뉴미디어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2014년 10월 창업한 벤처로, 지금은 직원 24명에 월매출 20억원 정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비디오빌리지 공동창업자 임씨는 자신들이 관리를 맡고 있는 유튜버 중 변승주(21)씨의 경우 2014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미 인기를 누리던 유튜버였지만, 고3 때 대학 진학을 위해 1년간 유튜버 활동을 중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변씨는 공대에 진학한 뒤 ‘공대생 변승주’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실험 실습 콘텐츠를 올리면서 구독자 수를 102만3000여명 수준으로 높였다고 말한다. 아마 변씨가 고등학교 때 인기에 끌려 전문 유튜버 선언을 했다면 그의 삶의 궤도는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런 시장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임씨는 “유튜브 시장은 아직 완성된 시장은 아니어서 수익 구조 또한 안정적이지 않다”며 “조급하게 직업으로 삼고 뛰어들기보다는 취미로 시작한 뒤 전업 여부를 천천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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