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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하이킥!> 등을 만든 김병욱 피디가 새 시트콤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내놨다. 이달 4일부터 월~목 저녁 8시20분에 방영되고 있다. 그런데 방송사가 종합편성채널 ‘티브이조선’(TV조선)이다. 지상파도, 티브이엔(tvN)도, 제이티비시(jtbc)도 아니고 드라마를 만든 경험도 거의 없는 티브이조선이라니! 김 피디는 이렇게 답했다. “편성 등 여러 면에서 가장 정성을 기울여줬다. 보통 방송국이 이념이 있는데 나한테 모든 걸 맡겼다.”
제작진 편에서는 방송사가 어디든 중요하지 않다. 제작진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해주는 곳에 마음을 연다. <너의 등짝에 스매싱>도 여러 방송사와 얘기가 오갔지만, 방영 시간이나 제작비 등 제작진의 마음을 가장 헤아려준 곳이 티브이조선이었다. 채널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겠지만, 어쨌든 그것이 ‘마침’ 시트콤이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있다.
시트콤은 지상파에서 홀대받는다. 1998년 <순풍산부인과>부터 2011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까지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자취를 감췄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집중했고,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제작비 대비 수익 나지 않는 장르는 죄다 없앴다. 열풍이 부는 동안에도 시트콤을 가볍게 보고 투자도 하지 않았다. ‘김병욱’이라는 이름 석 자에 기댔다. 김 피디가 잘 만들어서, 적은 제작비로도 큰 효과를 내서 전성기를 이끌었다. 매일 방영은 힘들다, 제작비가 더 필요하다 등의 하소연에도 아랑곳하지 않아 김 피디는 그렇게 10여년을 고군분투했다. 결국 김 피디가 너무 지쳐 손을 놓자 지상파에서 시트콤도 사라졌다.
이후 다른 피디들이 수차례 도전했지만, 잘 안 됐다. 노도철 피디 등 시트콤에 소질 있던 피디들의 능력을 잘 키워줘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시트콤을 찾던 피디들은 드라마로 눈을 돌렸다. 그랬던 지상파들이 결국 정극 드라마도 케이블에 밀리게 되자, 1년여 전부터 시트콤에 마음을 열고 있다. 적은 제작비로도 잘만 하면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트콤’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예능드라마’라고 한다. 시트콤인데, 매회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고 사건이 연속되는 성격을 강조해 시트콤과 드라마의 경계에 두려 한다. “시트콤이라고 하면 광고도 안 팔리는데, 예능드라마라고 하면 드라마라는 느낌이 더해져 광고가 붙는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래저래 시트콤은 홀대받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편이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것이 반가우면서 씁쓸하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