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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화유기>가 대형 사고를 냈다. 컴퓨터그래픽(시지) 작업을 하지 않은 원본 화면이 여러 차례 나갔다. 스턴트맨이 와이어에 매달려 촬영한 장면은 시지를 거쳐 요괴로 만들어야 했고, 액자를 당기는 실을 지워야 했는데 시간에 쫓겨 하지 못했다. 지금껏 드라마에서 잡음이 들어가거나 화면이 멈추는 등의 소동들은 있었지만, 이런 사고는 처음이다.
스태프 사고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화유기>를 둘러싸고 노동자의 인권 문제, 나아가 한국 드라마의 빠듯한 일정 등 구조적인 문제가 거론된다. 새로운 한 해가 열린 시점에서 시스템을 바꿔보려는 문제 제기는 이어질 듯하다. 이 사고가 많은 것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까?
<화유기> 방송 사고를 보면서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은, 시지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방송 사고의 이유로 “시지 작업이 생각보다 지연됐다”고 말한다. 드라마 제작 일정이 아무리 촉박하다고 해도 4회까지는 먼저 찍어 놓은 상태에서 1회를 시작한다. <화유기>도 사고가 난 2회가 방영된 날 6회를 촬영하고 있었다. 문제가 된 장면은 11월 초에 찍어 둔 것이다. 한 달이 넘도록 시지 작업을 마치지 못했다고? 제작진은 시지를 맡긴 시점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여러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2회 방영을 코앞에 두고 맡겼을 가능성이 크다. 한 달 전에 촬영했어도 시지 작업은 회차별로 편집이 끝난 뒤 맡기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사고가 난 장면도 한 달 전에 촬영했지만, 2회 방영을 앞두고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시지 작업은 늦어도 방영 3시간 전에 완료해야 하고, 확인 등을 거쳐서 내보낸다. 백업용도 따로 마련해놓는다. 작업도 안 된 원본이 나갔다는 것은 백업할 겨를도 없이 촉박했다는 뜻이다. 작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무슨 배짱으로 방송을 내보냈을까? 시지는 70분을 20~30분씩 나눠서 하기 때문에, 앞부분이 방영되는 동안 중간 부분이 완성될 것이라고 계산했다.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으니 그 장면을 교체하지 못했고 그냥 방송에 나간 것이다.
제작진은 일정이 빠듯하고, 회차를 뒤죽박죽 교차해서 찍는 게 많아서 시지 작업은 방영 전에 급박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 장면이 편집 과정에서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늘 편집이 끝난 뒤 맡겨왔다고 한다. 늘 그래 와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관행을 누구 하나 나서서 바로잡지 못해 결국 이런 대형 사고가 났다. 원래 그렇다는 말로 계속 그럴 것인가? 시지 사고? 부상? 더 큰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