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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익이 현 위치는…” 장애인 학교에 진출한 사물인터넷

서울동천학교 위치정보 서비스 사라지기 일쑤인 학생 위치 파악

등록 : 2018-01-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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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서울동천학교 6학년2반 김현찬 담임선생님이 지난 9일 학교 건물 앞에서 ‘서울동천학교 안심케어 서비스’ 앱이 깔린 휴대전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노원구와 서울동천학교가 함께 준비한 이 서비스는 사물인터넷의 일종인 비콘을 활용해 발달장애가 있는 서울동천학교 학생들이 교사의 시야에서 벗어나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등 이 학교의 교육환경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래 사진들은 김 선생님의 스마트폰에 전달된 학생들의 현재 위치 알림문자들이다. 정용일 류우종 기자 yongil@hani.co.kr

“이창익의 현재 위치는 F2_치료실입니다.”

겨울방학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28일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발달장애인 학교인 서울동천학교. 6학년2반 담임 김현찬 선생님은 방금 휴대폰에 뜬 문자메시지를 보며 조용히 웃었다. 문자메시지에는 2분 전 교실을 나간 창익(가명)이의 현재 위치가 ‘F2_치료실’이라는 것과 함께 ‘2017.12.28. 10:36’이라는 도착 시각이 찍혀 있었다. 수학 공부를 하다가 답답해해서 2층 ‘놀이치료실’에 잠시 보낸 창익이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한 것이다.

김현찬 선생님은 다시 교실 안에 있는 학생 5명에게 눈길을 돌렸다. 창익이 걱정이 사라진 만큼, 교실에 남아 태블릿피시로 수학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더 관심을 쏟을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이 6학년이지만 평균적으로 초등학교 2~3학년 정도의 학습능력과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어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렵다. 아이들은 조금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화장실에 가고 싶다’거나 ‘물을 마시러 가고 싶다’며 어려움을 회피하려 한다. 이런 상황이면 지금까지는 선생님 한 분이 따라나서야 했지만, 이제부터는 선생님이 교실에 남아 다른 학생들을 돌볼 수 있게 됐다. 전체 220여 명의 학생이 학교의 어떤 곳에 있더라도 위치 파악이 되는 ‘서울동천학교 안심케어 서비스’ 덕분이다.

안심케어 서비스는 노원구가 서울시의 ‘사물인터넷(IoT) 도시 조성 실증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다. 노원구는 지난해 4월부터 중계본동을 중심으로 8가지 실증사업을 준비했으며, 올 3월부터 본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2015년부터 실시된 서울시의 사물인터넷 도시 조성 실증사업은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일정 지역에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노원구는 중계본동을 중심으로 ‘서울동천학교 안심케어 서비스’와 함께 영신여고 근처 안심존 구축 얼굴 인식 도어락 설치 중계본동 문화예술센터에 ‘상황인지형 대피 안내 서비스’ 실시 자동제세동기 통합관리 서비스 구축 미세먼지 측정 서비스 실시 방과후 아동센터에 전자칠판 설치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한마디로 중계본동을 중심으로 그 일대를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스마트시티 시범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동천학교 안심케어 서비스’는 이들 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이다.

1980년 문을 연 서울동천학교(교장 권병화)는 발달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사회 진출을 위한 ‘전공과’를 갖춘,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발달장애인 학교다. 권 교장 선생님은 “학생 220여 명에 교사 64명과 교육지원사, 관리나 청소를 하시는 분까지 합치면 급식을 400인분 정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학교가 크다보니 등하교와 교외 교육활동 때, 그리고 심지어 학교 안에서조차도 ‘학생들이 사라지는’ 일이 생긴다. 권 교장선생님은 “일전에 한 학생이 음악 수업을 듣기 위해 이동하다가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꼭 잠그고 있는 바람에 학교에서 큰 소동이 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김동일 서울동천학교 교육정보부장 선생님은 “교외 교육활동은 학생들에게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야외에서 학생들이 한번 길을 잃어버리면 미아가 될 가능성이 일반 학교 학생들보다 높기 때문이다. 김 선생님은 “그래서 지금까지는 야외수업을 나가면 수업 현장 입구마다 교사들이 지키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학생이 현장을 벗어나 인천까지 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 3월부터 본격 시작될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안심케어 서비스’는 앞으로 선생님들의 이런 걱정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서비스가 교내는 물론 교외에서도 학생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노원구 서울동천학교 김현찬 선생님이 지난 12월28일 6학년2반 교실에서 태블릿피시로 진행하는 학생들의 수업을 지도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안심케어 서비스’는 사물인터넷의 일종인 비콘(등대처럼 위치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신호를 주기적으로 전송하는 기기)을 활용한 서비스다. 비콘은 최대 50m 안에 있는 스마트단말기를 인식해 그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주는 장치다. 서울동천학교의 3층짜리 본관 건물에는 현재 학년별 교실은 물론 식당·부엌·화장실 등에 모두 120여개의 비콘이 설치됐다. 다시 말해 학교 안 학생들의 위치를 파악할 ‘120개의 장소 이름표’가 생긴 셈이다.

학생들은 모두 스마트 단말기를 이름표 대용으로 달게 된다. 학내에 설치된 100개가 넘는 비콘이 이 ‘이름표 스마트 단말기’를 인식한 뒤 바로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학생들의 위치를 알려준다. 학생들이 락스나 주방용 칼 등이 있어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식당이나 기계실, 옥상 등에 간다면 지체 없이 경고문자를 날리게 돼 있다.

‘안심케어 서비스’의 활용 지역은 교내로 제한되지 않는다. 이 서비스는 통학용 버스에도 적용돼 등하교 때 버스가 어디쯤 지나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김동일 선생님은 “앞으로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겨울철에 부모들이 학생들의 통학용 버스를 무한정 기다리지 않으셔도 된다”고 설명한다. 스마트폰으로 지켜보다가 통학용 버스가 집 앞에 도착하기 직전에 나가 학생들을 마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교외수업 때는 교외수업 현장에 ‘야외용비콘’을 설치해, 수업 중 학생 중 한 명이라도 없어지면 바로 신호를 보낸다. 김동일 선생님은 “이에 따라 학생들이 길을 잃을 위험이 크게 낮아질 뿐 아니라, 학생들의 이동시간도 짧아져 좀더 쾌적한 교육환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동천학교 안심케어 서비스’가 노원구와 서울동천학교의 멋진 ‘2인3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앞으로의 사물인터넷 사업 확장을 위해 눈여겨볼 대목이다. 애초 이 사업은 노원구의 제안과 설득으로 시작됐다. 사물인터넷 실증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노원구 디지털홍보과 문동욱 주무관은 “사물인터넷은 일반인보다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 필요한 사업”이라며 지난해 4월부터 서울동천학교를 여러 차례 방문해 사업의 의미를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학교에서도 지난해 5월부터 김동일 선생님을 팀장으로 한 전담팀(태스크포스)을 꾸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전담팀에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전공과를 대표하는 선생님 한 분씩과 통학용 버스 기사 중 한 분이 참석해 몇 차례 논의했다고 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전공과 등 각각의 자리에서 봤을 때 안심케어 서비스에 기대하는 바가 조금씩은 달랐기 때문이다. 현재 120여 개 비콘의 설치 위치 등은 이런 집중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노원구와 서울동천학교의 협업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사물인터넷 실증사업을 하는 다른 구에서는 주로 행정 쪽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노원구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좀더 초점을 맞춰 전개했다”며 “앞으로는 좀더 다양하고 복잡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주거·안전·교육 등 각 분야에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도입해 주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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