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척! 이 조례

예술인 살기 힘든 서울을 예술 친화 도시로

예술인 복지 증진 조례…조례 제정 앞장선 이윤희 의원

등록 : 2018-02-0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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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이성희 의원과 함께 발의

5년마다 복지 증진 계획 수립

대학 졸업 뒤 문화기획자로 활동

서울, 예술인 살기 좋은 곳 35위

지난달 25일 성북구 동선동 극단 ‘초인’의 지하 연습실에서 ‘예술인 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둘 둘러싸고 조례 발의자인 이윤희 의원(왼쪽 3번째)과 성북구 연극인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상희 극단 초인 부대표, 정연숙 성북구 연극협회 이사, 이 의원, 최종원 성북구 연극협회 회장, 고동업 성북구 연극협회 이사.

“‘예술인 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이제는 현장 예술인들이 좀더 몸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 등을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최종원 성북구 연극협회 회장·전 국회의원)

1월25일 성북구 동선동 극단 ‘초인’의 지하 연습실에서 열린 성북구 연극인들의 대화 자리는 ‘예술인 복지 조례’ 얘기로 뜨거운 분위기였다.

“조례가 제정되면서 예술인들도 주민들과 함께하는 예술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순수창작예술 지원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동업 성북구 연극협회 이사)


“앞으로 연극인들이 자립·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정연숙 성북구 연극협회 이사)

“극단 ‘초인’과 어린이용 극단 ‘사과’를 운영하다 현재 운영이 어려워 ‘사과’를 접은 상태입니다. 최근 서울문화재단이 임차료 지원 공고를 내 신청한 상태인데, 선정되면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이상희 극단 초인 부대표)

이날 연극인들과의 대화 중심에 선 이는 이윤희 서울시의원(49·더불어민주당·성북1)이다. 바로 지난해 ‘예술인 복지 조례’를 발의한 의원이다. 이날 모임은 이 의원이 조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조례가 좀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애프터서비스’를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의원은 이날도 “지금까지는 예술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들어간 예술가의 노력이 인정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숨어 있는 노력에도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예술인 복지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시했다.

‘예술인 복지 조례’는 이 의원이 지난해 9월 이성희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강북2)과 함께 발의해 통과시킨 조례다. 조례는 서울시가 5년마다 예술인 복지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제4조)하고, 예술인 주거·창작공간 확충, 예술인 활동 기회 확대, 신진·청년 예술인 활동기반 강화 사업을 추진(제7조)하도록 하고 있다. 또 예술인복지증진위원회를 설치하고(제8조), 예술인 및 후원인 사이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제10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모인 연극인들은 이 조례의 지원 대상이기도 하지만, 이 의원이 이 조례를 발의할 수 있도록 제안한 ‘멘토’들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성북구 다문화 음식축제’ 현장에서 만난 최종원 회장 등 성북구 연극인들이 예술인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복지 조례 제정 필요성을 강조한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는 이미 ‘예술인 복지법’이 2012년에 제정된 상황이었다. 최 회장이 제18대 국회의원 재직 당시 제정을 위해 애쓴 덕이다. 그러나 최 회장 등은 이 법률에 더해 서울시 차원에서도 ‘예술인 복지 조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 것이다. 이 의원도 금방 공감을 표시했단다. 이 의원은 “법은 어기지만 않으면 된다는 정도지만, 조례 제정은 해당 자치단체가 그만큼 적극적으로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보았다.

사실 서울시의회 의원 중에 이 의원만큼 예술인들의 처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의원도 드물다. 이 의원은 1993년 대학을 졸업한 뒤 문화기획자로 활동했다. 1989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한 그는 가정과학대학 학생회장을 지내는 등 학생운동을 했다. “1987년 6월 항쟁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당시, 학생운동이 하는 모든 행사가 문화기획이었어요.” 이 의원은 이후 성북구청 문화공보담당관에 임용된 뒤, 성북구청장 정책보좌관을 거쳐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이 의원은 조례 발의를 준비하면서 서울시도 비슷한 조례의 필요성을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다. 서울시는 2016년 8월부터 ‘예술인 플랜’을 시행하고 있었다. 예술인 플랜은 ‘예술인이 많이 살고 있지만, 예술인이 살기 힘든 도시 서울’을 예술 친화 도시로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다.

2015년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 세계 주요 도시 40여 곳 중 ‘예술인이 살기 좋은 곳’ 항목에서 35위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창작 작품과 창작 공간을 지원하고, 예술가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일자리는 공공미술·거리예술축제·예술교육·예술치유 등의 프로그램으로 2020년까지 1만5000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 프로젝트를 적극 시행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서울시는 이 의원 등이 조례안을 발의했을 때 “서울 예술인 플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이 의원은 “조례 제정 이후 한성대 입구역 근처에 연극창작 지원시설이 2019년에 공사를 시작하기로 확정되는 등 예술인 복지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시의회의 이런 행복한 협업이 ‘예술 친화 도시 서울’을 피부로 느낄 날을 앞당기리라 기대한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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