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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시·사바에시 행복지수 높은 건 기초지자체서 주민생활 책임지기 때문”

구청장 정책워크숍 뒷이야기 이모저모

등록 : 2018-03-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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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필 관악구청장이 도야마시의 경전철 안에서 꽃다발을 든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일본 도야마에서는 꽃을 500엔(약 5000원) 이상 사면 경전철 표(200엔)를 준다. 도시 분위기를 밝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꽃을 들고 트램을 탄 할머니에게 ‘할머니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말했더니 좋아하셨다. 신림 경전철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지난 2월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2월21~22일 일본의 도야마시와 사바에시를 방문한 서울시구청장협의회의 몇몇 구청장들은 틈틈이 소감을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전했다.

이번 정책워크숍에서 구청장들은 소소하지만 주민생활에 도움을 줄 만한 행정 아이디어를 눈여겨봤다. 참가 구청장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것은 눈 치우기 방법이다. 호쿠리쿠 지역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다. 하지만 통행에 큰 불편은 없다. 눈이 내리면 도로와 길바닥에 있는 조그만 배수구들에서 지하수가 절로 나와 눈을 녹인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눈이 오면 물이 나와 보행로를 확보하고 도로도 정리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도야마시 노면 배수구에서 나온 지하수에 눈이 녹아 보행로가 생겼다.

도야마 시청 1층 입구에는 시청을 방문하는 주민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보행 보조기들이 여러 개 준비돼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에 대응하는 도야마시 나름의 꼼꼼한 서비스다.

담당 부서의 이름은 ‘장수복지과’.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는 ‘노인복지과’보다 친화적이다. 3층 아동가정과 옆에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키즈 존’이 있고, 8층 가장 높은 층은 전망대로 시민에게 개방한다.

구청장들은 시청 건물 창문의 빨간 역삼각형 표시도 살펴봤다. 지진이나 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2층 이상 건물 유리창에는 붉은색 역삼각형을 표시해 ‘탈출용 유리창’을 법으로 지정하게 돼 있다고 한다. 강화유리가 아닌 잘 깨지는 유리를 써 비상일 때 안에서는 쉽게 나갈 수 있고, 밖에서 구조대가 빨리 들어올 수 있다.


도야마시가 시행하고 있는 도심 활성화 방법 중 민관 제휴 사업 방식도 구청장들의 관심을 받았다. ‘도야마도심종합케어센터’는 시와 민간 운영회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지었다. 공공시설과 민간시설을 각각 지어, 공공시설은 시가 운영하고 민간시설은 운영기관이 사용한다. 민간시설은 토지 사용권 계약, 공공시설은 운영권 계약을 맺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민관 협력의 이상적 모델로 공공기관은 사업 목적을 이루고, 민간은 개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청장들은 도야마시의 도시기반 시설을 둘러보고 활발하게 의견을 나눴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신월동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져 경전철 수요가 많은데, 막대한 예산이 고민”이라며 경전철 ‘포트램’에 관심을 보였다. 서울에서 요양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어 대응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자치구들이 서울 외곽지대에 공동 요양시설을 설립해보자”고 즉석 제안을 하기도 했다.

사바에시 중학생들이 안경 디자인체험교실에서 만든 종이 안경을 써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바에시의 ‘모노쓰쿠리’(장인정신을 갖고 혼신의 힘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뜻) 교육은 기술뿐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쳐 애향심을 높이는 몫을 한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지역 교육책임자를 시장이 임명하기에 모노쓰쿠리 교육이 가능한 것 같다”며 “이는 행정자치와 교육자치가 결합한 형태”라고 덧붙였다.

사바에시에서는 초등학생부터 안경, 칠기, 섬유 등 지역 특화산업을 배운다. 중학생 땐 안경 디자인을 체험하게 하고, 고등학생 때는 현장실습도 나간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지역산업과 교육을 연계하려는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서 구청장들은 새삼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도야마시와 사바에시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주민생활의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알고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책임지고 운영할 때 가장 효율적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한 뒤 “우리도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도야마시·사바에시/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사진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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