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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인기의 척도는 몸값이다. 내가 얼마를 받느냐는 자존심과도 직결된다. 그래서 한 푼이라도 더 달라는 이들의 아우성은 곳곳에서 들린다. 한 유명인은 어떤 계약과 관련해 라이벌보다 100만원이라도 더 달라고 요구했고 실제로 그렇게 받았다. 그는 “이건 내가 더 위라는 걸 확인하는 자존심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래서 누구든 많이 받고 싶어 한다.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도 많다. 상대의 몸값이 얼마인지 관계자를 통해 수소문하고, 함께 출연하는 누구보다 내 출연료가 적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번복도 한다. 작품이 별로여서 안 한다 했다가, 돈을 많이 주니 했다는 사람도 있다. 연예인들은 ‘회당 얼마’씩으로 출연료를 받는다. 비중 적어도 되니 회차만 채워달라고 요구하거나, 다음 회에서 자신이 죽는다는 걸 알고, 작가와 피디한테 전화해 제발 죽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는 이도 있었다. 차마 밝힐 수 없는, 돈을 둘러싼 더 치열한 이야기가 많다.
어쨌든 그들도 사람인데 돈에 목숨 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돈돈돈’ 하는 문화가 너무 심하다 보니, 때론 작품을 위해 돈에 연연하지 않는 이들을 만날 때면 놀라게 된다. 드라마 회당 수천만원을 받는 이종석은 방영 예정인 에스비에스(SBS) 2부작 단막극 <사의 찬미>에 돈 한 푼 안 받고 출연한다. 단막극에 이른바 ‘톱배우’가 나오는 것도 드문데, 출연료를 받지 않는 경우는 더 없다. 이종석은 단막극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을 이유로 들었다. 이순재도 최근 개봉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덕구>에 한 푼도 안 받고 출연했다. 고현정도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에, 이나영도 개봉을 앞둔 탈북 여성 이야기 <뷰티풀 데이즈>에 무보수로 나온다.
모두 ‘돈 이상의 가치’에 의미를 둔다. 상업성보다 작품성을 생각한 영화에 힘을 보태고 싶기 때문이다. 작은 영화이고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들은 투자를 받지 못해 엎어지기 일쑤다. 그런데 유명인이 출연하니 관심을 갖고 한번 더 보게 되는 것이다. <덕구>는 다문화가정이 배경이고 노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등 대중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할 지점이 있다. 단막극 역시 마찬가지다. <사의 찬미>는 이종석이 나오지 않았다면 화제를 불러모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소재, 좋은 작품을 위한 연예인들의 결단은 의미 있다.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손해봤겠지만, 그 손해가 열 배, 백 배의 가치를 일궈냈다. 때론 대중문화를 발전시키고 다양화시킨다는 사명감이 돈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