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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 어린이집 운영 참여 유도, 걱정 반영 노력”

CCTV 없는 마포구립 성미어린이집 진선경 원장

등록 : 2018-04-26 14:50 수정 : 2018-04-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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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24년 지나 시설은 낡아도

부모 만족도는 80점 넘어

부모 CCTV 불필요 100% 동의

부모를 아이들 공간에 들어오게 해

지난 20일 마포구 성산동 마포구립 성미어린이집에서 진선경 원장이 아이들과 실뜨기 놀이를 하고 있다. 성미어린이집은 공동육아형 구립 어린이집으로, 부모와 교사가 적극 소통하며 놀이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을 한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마포구 성산동에는 성미산이 있다. 성미산 자락에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성미산어린이집뿐만 아니라 구립 성미어린이집도 깃들어 있다. 성미어린이집 이름 앞에는 ‘부모들이 100% 동의해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달지 않은’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성미어린이집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의 만족도가 높다. 무엇보다 부모와 교사 사이 소통이 잘 이뤄진다. 성미어린이집에 들어가려 대기하는 아이들 수가 160명이 넘는다. 저출산과 아동학대 사건 등으로 문 닫는 어린이집이 생겨나는 가운데 성미어린이집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마포구는 1994년 성미어린이집을 만들었다. 종교재단이 운영해오다 2009년 5월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공공교)이 맡아 새롭게 출발했다. 그런데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직접 설립하고 운영하는 공동육아협동조합 방식은 보통 부모들에게는 비용과 시간 면에서 부담이 꽤 크다. 공공교는 부모들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부모의 참여 폭을 넓힐 수 있는, 새로운 공동육아형 구립 어린이집 모델을 만들어보려 했다.

이 실험을 이끄는 진선경(48) 원장은 올해로 10년째 성미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진 원장이 부임하고 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린이집 공간을 부모들에게 개방하는 것이었다.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현관문 앞에서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데려간다. 성미어린이집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들 생활 공간까지 들어온다. 선생님과 인사도 나누고 아이의 건강 상태나 기분 등을 알려준다. 아이 사물함도 살펴보고 정리해준다. “처음엔 부모님들이 부담스러워했어요. 하지만 어린이집 문턱은 자주 넘을수록 쉬워지니 편하게 드나들라고 얘기해줬어요.”


어린이집 공간이 열리자, 맨 처음 부모들은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투와 행동을 보고 불만을 가졌다고 한다. 진 원장은 부모들의 불만을 수렴해 교사회에서 의논하고 조정해나갔다. 연령별로 나뉜 방모임에서 부모와 교사는 격월로 의견을 나누고, 부모 대표와 교사 대표는 매달 운영위원회를 연다. 어린이집 운영과 교육에 대한 결정은 부모들과 함께 내린다.

시시티브이 설치 논의는 2015년 방모임에서 시작했다. 원장과 운영위원장이 방모임에 참여해 의견을 모았다. 부모들은 시시티브이가 필요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부모 100%가 동의하면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에 따라 동의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교사와 부모 간 신뢰가 생기면 아이도 자연스레 선생님을 신뢰해요. 신뢰하지 않는 선생님과 온종일 있어야 하는 건 아이에게 불행한 일이죠.” 구청 담당자는 믿기지 않아서인지 일일이 부모들에게 연락해 자발적으로 서명한 것인지 확인했다고 한다.

놀이 위주의 보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도 소통이 중요했다. 무엇보다 자연에서 놀며 오감을 키우는 아이들의 나들이 활동이 자리잡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초창기에 날씨가 너무 좋아 나들이 활동을 서둘렀다. 교사들이 준비가 덜 된 상태라 우왕좌왕할 때도 더러 있었다. 아이들이 모기에 물리거나 조금 다쳐도 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진 원장은 부모들에게 선택하게 했다.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는 걸 감수할지, 아니면 아이들의 놀 자유를 뺏을지 부모들이 정하면 따르겠다고 했더니, ‘협박처럼 들린다’며 부모들이 한발 물러섰어요.”

어린이집에서도 부모들의 걱정을 반영하려 노력했다. 아이들 안전에 더 마음 쓰고 모기 기피제를 바르고 출발하며, 편한 놀이옷과 등하원 옷을 구분해 입혔다. 지금은 아이들이 좀 다쳐도 부모들은 속상하지만 드러내지 않으려 애쓴다. 교사 탓도 하지 않는다. “나들이 때 사고가 나면 공동육아어린이집은 부모와 교사회가 함께 책임을 지지만, 구립 어린이집에서는 원장과 교사만 책임을 져야 해요. 부모들도 함께 책임을 져줘야 구립 어린이집에서도 나들이 활동 등 놀이 위주의 보육 프로그램을 할 수 있어요.”

성미어린이집 운영 방식에 부모들의 만족도는 80점이 넘는다. 하지만 어린이집이 생긴 지 24년이나 되어 시설이 낡았고 내부 환경도 좋지 않다. 건물을 재건축하자니, 법에 따라 주차장도 만들어야 해 집이 더 좁아진다. 궁리 끝에 부모들이 나서서 어린이집을 재건축할 때 바로 옆 공원 땅을 일부 포함해 짓는 안을 마련했다. 공원에 노유자 시설(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시설)을 지을 수 있는 법이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청도 시설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진 원장은 성미어린이집에 오기 전 광진구의 한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일했다. 공동육아의 어려움과 필요성을 잘 안다. 성미어린이집처럼 보육료 부담 없이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구립 어린이집이 더 많이 생기길 늘 바란다. 또 현재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육아종합정보센터가 추진하는 열린어린이집 제도도 잘 운용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열린어린이집은 2016년부터 시행돼 지난해 서울에 203곳이 지정됐다. 어린이집 개방과 부모 참여 중심의 자율 운영으로 부모와 교사 간 신뢰를 높여간다는 취지다. 하지만 진 원장은 “열린어린이집 제도가 부모 욕구에 맞춘 행사 위주로 가고 있어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한다. 보육은 부모가 아닌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성미어린이집의 경험이 많은 어린이집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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