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 어린이 동요 부르기 대회 예선 현장

아이처럼 노래하라 “경쟁보다 자신감을 키우는 무대”

등록 : 2016-04-29 11:16 수정 : 2016-04-2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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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 어린이 동요 부르기 대회 예선 무대.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동요 노랫말처럼 사랑스럽다
한 손만으로도 세어 볼 수 있는 다섯 글자의 예쁜 말♬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아이들은 고개를 까딱까딱, 입을 벙긋벙긋하며 깜찍하게 노래한다. 무대에서 금천 어린이 동요 부르기 대회의 예선전이 열리고 있다.

“아, 떨려요. 빨리 끝내고 싶어요.” 친구들과 장난치던 신재윤(7)군의 얼굴에 긴장감이 묻어난다. 재윤군은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 참여했다. 곡명은 ‘탱글탱글 화샤샤’. 탐스럽게 익은 오렌지를 표현한 노래다. 곡에 맞춰 머리나 목에 단 커다란 오렌지색 리본은 원장선생님이 만들어 달아 준 수제품이다. 아이들을 인솔해 온 새롬어린이집 정유진(30) 교사는 “본선 진출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뒀다. 학기 초에 으레 있기 마련인 서먹함이 아이들과 같이 연습하면서 사라졌다”며 웃었다.

“동요에는 고뇌와 넋두리가 없다"

금천 어린이 동요 부르기 대회는 올해로 여섯번째다. 이날 예선에는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모두 77팀, 353명이 참여했다. 참가자가 가장 많았던 미취학 부문은 주로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참가하거나 초등학생 언니 오빠 따라 덩달아 신청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귀여움으로 승부하던 동생들 무대가 끝나고 초등학교 형들의 노래가 시작되자 내내 간질거리던 귀가 시원하게 트인다. 아이들의 투명한 노랫소리는 몸을 들썩이게 하고 입술을 달싹이게 한다. 분명 노랫말은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데 콧날이 찡해지는 건 왜일까? 대회 심사를 맡은 유태왕 금천구립합창단 지휘자는 “동요에는 고뇌나 넋두리가 없다.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꿈과 희망, 사랑이 가득하다”며 동요의 매력을 말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는 어떤 곡들일까. 노래를 자유로이 고를 수 있는 동요 대회에서 아이들은 종종 같은 곡을 선택하기도 한다. 올해 참가자들이 가장 사랑한 곡은 ‘네잎클로버’ ‘다섯 글자 예쁜 말’ ‘뚱보 새’. 특히 뚱보 새의 “낭창낭창 나뭇가지 끝에/앉아 있는 참새 한 마리/뚱뚱보가 될까 봐/남들이 놀릴까 봐/걱정이 태산 같아요/먹는 것도 없는데/언제 이렇게 몸이 불었지/혹시라도 저울이 고장났을까 봐/이 가지 저 가지 옮겨 다니며/자꾸자꾸 몸무게를 재 본답니다”라는 노랫말은 절로 웃음 짓게 만든다.


백산초등학교에 다니는 이지아(9)양은 동요대회 참가가 처음이다. 대회 안내문을 보고 도전하기로 결심했지만 연습을 조금밖에 못해 걱정을 많이 했다. 지아 어머니 박정수(43)씨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며 딸의 도전을 응원했다. 지아양은 어머니의 바람대로 무대에서 맑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반전의 매력을 보였다.

도전하는 용기와 성취감을 목적으로 해야

“노래 잘하던 아이가 대회를 앞두고 무리한 연습으로 목이 쉬는 경우가 있어 너무 안타깝다. 동요 대회는 어른들의 볼거리로 만들기보다는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행사 내용을 맞춰야 한다. 아이들이 대회에서 느끼는 떨림조차 훗날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다. 상을 받지 못해도 도전하는 용기, 해냈다는 성취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동요 대회의 중요한 목적이다” 유태왕 금천구립합창단 지휘자의 충고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상장 장사를 하는 온갖 대회의 주최 측이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금천어린이 동요 부르기 대회 본선은 5월3일 오후 2시부터 금나래아트홀에서 열린다. 예선을 통과한 27팀이 실력을 겨룬다. 금천구 외 종로구와 성북구에서도 어린이날을 맞아 동요 대회를 개최한다. 올해 18회째를 맞는 종로어린이동요축제에는 관내 초등학교를 대표하는 10팀이 참여하며 5월19일 오후 3시30분 종로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성북구가 주최하는 제8회 성북 아리랑 동요제는 5월1일 예선을 거쳐 5월5일 어린이날 오후 2시 성북아트홀에서 본선 무대를 펼친다.

글·사진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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