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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만화 도시 같아요” 외국인에 더 호평 ‘서울로’

서울로7017 1주년 17명에게 듣다

등록 : 2018-05-17 15:01 수정 : 2018-05-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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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전문 사진작가 임준영씨가 중구 만리동의 디오빌 오피스텔 건물 옥상에서 포착한 서울로7017의 야경. 서울로의 파란 조명 불빛, 자동차 행렬의 전조등에서 뿜어내는 불빛, 고층 빌딩의 불빛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서울의 야경을 빚어낸다. 임준영 건축전문 사진작가

사람으로 치면 한 살이다. 2017년 5월20일 개장한 ‘서울로7017’ 이야기다. 1970년 건설돼 50년 가까운 세월 제 몫을 해내다 수명을 다한 서울고가는 철거되지 않고 다시 태어났다. 개장 전부터 주목받은 서울로7017이 생기고 한 해가 흐르는 동안, 도시 조직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차가 떠난 길을 17개 사람의 길로’ 만들고자 한 시설 의도를 따라, 서울로7017을 체감 중인 시민 열일곱 명을 만났다. 서울로 7017의 주요 과제로 꼽혔던 ‘녹지 확대’ ‘여행 관광’ ‘도시 활성화’ 측면에서 의견을 들었다.

공중보행로 “우려했던 것보다 괜찮아”

지난 11일 금요일 점심. 서울로7017은 인근 건물에서 쏟아져나온 직장인들로 한껏 붐볐다. 가까운 상가 대부분 만석이다. 개장에 맞춰 ‘서울 테라스’에 입점한 한 카페 매니저는 “지난 한 해 서울로 인근 매장은 평일 아침 8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두 시간, 낮 12시부터 1시까지 한 시간이 피크타임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이스커피 한 잔 들고선 동료들과 산책 중이라는 장선우(42)씨는 “개장 첫 주에 궁금해서 올라와보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온다. 이 길로 걸어서 출퇴근하는 동료도 많다”고 했다. 유정연(36·직장인)씨도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인데, 햇볕도 쬘 겸 30분 정도 걷곤 한다. 꽃나무 보며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한 차례 몰렸던 직장인들이 빠져나가면 남대문으로 향하는 중년 여성들이 뒤를 잇는다. 박인숙(58·주부)씨 일행도 마실차 나왔다가 화단에 눌러앉았다. “다리 생긴 뒤로 자주 오죠. 시장 가기 편해진데다가, 꽃구경도 하고.” 유치원에서 줄줄이 견학 나온 아이들도 단골손님이다. 박아무개(28·유치원 교사)씨는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에서만 봤던 여러 식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아무래도 유익하다. 근처 유치원에선 많이들 온다”고 했다.

화분마다 유독 꼼꼼하게 살펴보던 최양원(23·대학생)씨는 환경디자인원예학과에서 정원학을 공부한다고 했다. “서울로7017에 심은 식물, 나아가 도시 속 정원을 주제로 리포트를 쓰려고 조사차 나왔다”며, 방금 찍었다는 ‘돌나물’ 사진을 꺼내 보였다.


“사람이 먹는 나물로 이렇게 꾸미고,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나무가 종별로 있는 게 인상적이고요. 직접 와본 건 오늘이 처음이거든요. 우려와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일하시는 분들도 많고 식물들이 잘 살아난 편이라 풍경이 좋더라고요. 청계천 비슷한 케이스 아닐까 싶었어요. 지난 1년 동안 ‘케어’받고 있었구나 싶었죠.”

외국인들은 “환상!” 시민들은 “아직 신중”

서울로7017을 채운 ‘288종 꽃·나무, 화분 645개’는 그 발상과 함께 식물 생존 여부에 대한 관심으로 개장 때부터 논란을 불렀다. 확인해봤다. 하나하나 세어보니 감나무, 느릅나무, 남천 등 14개 화분이 비었거나 시들하고, 나머지 631개 화분은 물이 제법 올랐다. ‘우리 밀’ ‘미스김라일락’ ‘봄길 정원’이 인기다. 부레옥잠이나 참억새 등 계절을 타는 대여섯 종을 빼면 개장 초 휑했던 모습이 차츰 줄었다.

이런 풍경에 바로 반응하는 이들은 외국 관광객들이다. 런던에서 온 수재나(41·직장인)는 내내 상기된 표정으로 지그재그 걷고 있었다. “생일을 맞아 ‘자축’할 겸 열흘간의 서울여행을 왔다”며 “먼저 서울을 다녀온 직장 동료들이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다고 서울로를 추천했다. 풍경과 식물들이 모두 흥미롭다”며 신이 나서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온 마이클 일행도 마찬가지다. 동영상 촬영장비를 들고선 ‘여행 일지’를 찍는다며 한껏 자세를 잡던 20~30대들은 “서울역에 들렀다가 우연히 올라왔는데, 공중보행로와 초록색 키 큰 나무들이 영상에서 환상적으로 잘 나온다”며 감탄했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던 그리스인 마르코(38·여행작가)도 “높은 건물을 가로지르는 길과 식물 배치가 인상적이다. 밤에는 공상과학 만화에 나오는 도시 같다”고 묘사했다.

서울 시민들과 국내 여행객들 반응은 그보다 덤덤한 편이다. 여행자와 이용자 사이 시각차가 있다. 최근 들어서야 서울로를 몇 번 찾았다는 정상훈(38·대학강사)씨가 대표적이다. “올라오면 미세먼지가 심할 것 같아 피했는데,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았어요. 야경이 볼만했어요. 신중하게 몇 년 더 두고 봐야 완전한 평을 내릴 수 있겠죠.”  

지난 15일 점심시간, 인근 직장인들과 시민들이 서울로를 걷고 있다. 전현주 객원기자

남대문·중림동 상권 “개장 때 반짝 관심 아쉬워”

서울로7017 개장 때 화두로 꼽았던 ‘지역 활성화’는 어떻게 되었을까. 서울로 6개 지역(퇴계로 주변, 한강대로 주변, 서울역 광장, 북부 역세권, 만리동, 청파동 램프)을 돌며 서울로와 이어진 17개 길 권역 시민들 체감 여부를 확인한 결과, 단절된 서울역 일대를 통합 재생하겠다는 서울시의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에 지난 1년은 아직 짧아 보였다. 남대문시장에서 5년째 장사하고 있다는 만둣가게 주인은 “서울로 개장 당시 한 달 반짝 손님이 늘었다”고 기억했다.

“그때는 정말 실감났죠. 한 달이 지나니 개장 전이랑 비슷해지더라고요. 평일 저녁은 한산하고, 주말에 늘고 그 정도지, 개장 전후 큰 차이는 없어요” 시장 들머리에서 호떡을 굽는 50대 상인도 “개장 때 반짝 손님이 늘고, 상권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인근 숙박업 관계자들도 서울로7017 개장 전후 숙박객 변화를 묻는 말에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중림동 권역도 사정이 비슷하다. 도심의 대표적 낙후 지역으로 꼽혔으나 서울역 주변 대대적 정비계획 발표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우려했던 동네다. 서울로7017 개장을 앞뒤로 새로 형성된 상권과 옛 상권이 어우러지는 동안 한 차례 변화가 있었다.

한 해가 지난 지금은 열기가 조금 가라앉은 모습이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중림동 언덕의 한 카페 주인은 “겨울엔 아예 사람이 없었다”며 웃었다. 골목엔 여전히 빈집이 보였고 주말에도 한산한 편이었다. 서울역 북부 일대는 저녁부터 발길이 확연히 줄었다.

중림동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은 “서울로 개장 전후 소폭 집값이 오른 건 맞지만, 서울 다른 지역과 비교해 눈에 띌 만큼은 아니다.” “방문객이 조금 늘었지만 크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지켜보고 있다”며 비슷한 답을 내놨다. 일명 ‘서울로7017 효과’를 기대하고 중림동 골목에서 3년째 장사한다는 음식점 주인은 “개장 후 이틀 반짝 손님이 늘고, 다시 줄어들었다. 건물주는 자꾸 월세를 올려 고민이다”고 말했다. 대체로 “반짝 관심이 아쉬웠다”는 소감이었다.

“장기적이고 더 매력적인 콘텐츠 필요”

서울로7017이 벤치마킹했다고 알려진 뉴욕 ‘하이라인 공원’과 비교는 꾸준히 이어진다. 버려진 고가 철로를 도심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하이라인 공원은 2009년 개장식 후 맨해튼의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지난 13일까지 서울로7017 곳곳에 놓였던 공공피아노에서 쇼팽을 연주하던 이효주(23·학생)씨는 “뉴욕에 살고 있는데, 돌아가는 길에 소문으로만 듣던 서울로를 ‘드디어’ 구경했다”며 웃었다. “뉴욕 하이라인은 멀리 뉴저지강이 잘 보이는 탁 트인 풍경이 좋고, 서울로는 도심 한가운데서 도시 풍경을 볼 수 있어 각자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이라인에 피아노는 없는데, 이런 (아기자기한) 시도는 서울로만 하는 점도 눈에 띄고요.”

김수민(32·강사)씨는 “서울로7017는 진입로마다 매력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로7017을 목적으로 서울역까지 가기엔 끌림이 부족하거든요. 솔직히 지상에서 보면 거대한 육교로만 보여요. 진입로마다 문화시설이나 맛집, 넓고 여유로운 테라스 카페 등이 있다면, 거기 간 김에 자연스럽게 두 동네 왔다 갔다 하며 애용하겠죠.” 실제로 하이라인 공원은 진입로마다 유명 미술관과 로스터리 카페, 문화시설이 즐비해 별다른 행사 없이도 유동인구가 많다.

평소 도시재생과 서울시 정책 방향에 관심이 많다는 이여운(29·직장인)씨는 “공동체 정신 회복을 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주문하기도 했다.

“단순히 일회성 도시농부 체험이나 문화 체험을 시킨다고 도시가 재생되지 않는다고 봐요.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 장기적으로 흙을 만질 수 있는 교육 환경이나, 자연과 도시 공존이란 주제로 질 높은 공동체 교육 프로그램을 서울로7017이 주최해 꾸준히 열어준다면, 서울로의 의미가 생길 것 같아요. 인식이 바뀌어야 먼 훗날 도시가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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