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만 59살에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 출전
화재 현장 돌아가려 꾸준히 운동
첫 근무지에 자원…진압팀장 맡아
은퇴 뒤 보디빌더 본격 도전 꿈꿔
지난 15일 성북구 돈암119안전센터에서 홍상의 진압팀장이 소방차 앞에 섰다. 정년을 1년 앞둔 그는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를 위해 100일 만에 몸무게 16㎏을 뺐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10일 오후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제7회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가 열렸다. ‘2019년 몸짱 소방관 달력’에 등장할 소방관 5명을 뽑는 이번 대회에 역대 최대인 소방공무원 34명이 출전했다. 울퉁불퉁한 근육을 지닌 젊은 소방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정년을 1년 앞둔 59살의 소방관도 있었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젊은 후배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몸매를 뽐낸 그에게 관객의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 15일 성북소방서 돈암119안전센터에서 만난 홍상의 진압팀장은 “100일 동안 닭가슴살만 먹으며 몸무게 16㎏을 뺐는데, 대회가 끝난 지 5일 만에 6㎏이 쪘고, 근육은 다 빠졌다”며 웃었다. “대회 직전 이틀 동안 물을 끊은 게 제일 힘들었어요. 근육이 안 나온다고 한 모금도 마시면 안 된다는데, 밤에도 물 생각밖에 안 나서 잠도 못 자고 대회에 나갔어요.”
대회장에서는 갈증에 시달리는 와중에 여러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느라 몸을 제대로 풀 시간도 없었다. 응원하러 온 가족들이 “너무 고생이다. 다음에는 나가지 말라”며 안쓰러워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몸을 못 풀어 꼴찌 해도 상관없다. 대회 홍보가 되면 좋은 거지”라며 개의치 않았다.
평소 ‘역기 몇 번 들고, 평행봉이나 하던’ 그가 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다른 소방관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성북소방서 홍보담당자가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던 그에게 대회 출전을 권했다. “젊은 사람들만 나가는 대회에 나이 먹은 사람 하나 끼면 다른 소방관들이 좀더 분발하겠다 싶어 그러자고 했죠. 그런데 한 달 뒤 공식 등록됐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운동하다가는 배만 나온 채 망신당하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체육관에 나갔습니다.” 올해 2월부터 관장의 지도를 받으며 본격적인 훈련에 착수해 100일 만에 보디빌더의 몸을 만들었다. 평소 꾸준히 운동하며 다진 기본 체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방관 체력 측정에서 늘 100점이었습니다. 화재 현장에 언젠가는 돌아갈 거라는 생각으로 계속 운동을 했거든요. 장비 20㎏을 진 채 뛰어야 하니까 몸이 안 되면 화재 진압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을 위해 30년을 준비한 거죠.” 3년 전 그는 자원해서 첫 근무지인 돈암센터로 30년 만에 돌아왔다. 화재 현장에서 퇴직하기 위해서였다. 1987년 말 처음 배치받았던 돈암센터는 화재가 드물었다. ‘화재와 한판 대결을 위해’ 소방관이 된 그는 8개월 만에 출동이 잦은 본서 근무를 자원했다. 그러나 상황실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화재 현장에 나가도 진압이 아니라 무전을 담당했다. 그 뒤로 예방, 경호, 구급 업무 등을 맡으며 화재 현장과 점점 멀어졌다. 56살에 진압팀장이 돼 소원을 풀었지만, 화재와 한판 대결보다 더 중요한 임무가 생겼다. 화재 현장에서 모든 팀원을 안전하게 데리고 돌아오는 것이다. “후배들이 다칠까봐 신경이 가장 많이 쓰이죠. 그래서 3년 동안 사고 한 번 없었고, 다친 직원도 없는 게 제 자부심입니다.” 30년 전 주변에서 제일 큰 건물이 11층짜리 서린빌딩이었지만, 지금은 수십 층짜리 고층 건물이 빼곡하다. “이제는 자동화 시스템 모르면 불 못 끕니다. 삼십몇 층까지 물을 올릴 수 없잖아요. 비상 엘리베이터 쓰는 법, 소화전 운용법은 기본이고, 화재감지기 원리까지 알아야 합니다.” 화재 출동의 30%를 화재감지기 오작동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출동해보면 원룸 안에서 고기를 구워 먹다가 화재감지기가 울린 상황이 많다. “일단 현장에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모르면 몸이 힘들어요. 후배들이 더 똑똑해졌으면 좋겠는데, 내가 잔소리한다고 하겠어요? 아들도 내 말 안 듣는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설비기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나이를 먹으니 어제 봤던 것도 잊어버리고, 외운 것도 잊어버리고, 머리로는 도저히 외워지지 않아 눈으로 계속 외운 끝에 지난해 자격증을 따냈다. 올해는 전기기사 자격증을 준비할 계획이었는데 이번 대회 때문에 미뤘다. 퇴직 뒤 빌딩 특별 감리로 취업하려면 설비기사와 전기기사 자격증 두 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은퇴 계획은 달라질 것 같다. “본격적으로 보디빌더로 나갈까 생각하고 있어요. 운동해보니까 건강도 건강이지만 자세가 좋아지더라고요. 어딜 가도 주저하거나 뒤에 숨지 않고, 자신감이 생겨요. 다른 분들도 나이 먹었다고 주저하거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합시다. 도전해야 즐거움도 희망도 있는 거잖아요.”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평소 ‘역기 몇 번 들고, 평행봉이나 하던’ 그가 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다른 소방관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성북소방서 홍보담당자가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던 그에게 대회 출전을 권했다. “젊은 사람들만 나가는 대회에 나이 먹은 사람 하나 끼면 다른 소방관들이 좀더 분발하겠다 싶어 그러자고 했죠. 그런데 한 달 뒤 공식 등록됐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운동하다가는 배만 나온 채 망신당하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체육관에 나갔습니다.” 올해 2월부터 관장의 지도를 받으며 본격적인 훈련에 착수해 100일 만에 보디빌더의 몸을 만들었다. 평소 꾸준히 운동하며 다진 기본 체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방관 체력 측정에서 늘 100점이었습니다. 화재 현장에 언젠가는 돌아갈 거라는 생각으로 계속 운동을 했거든요. 장비 20㎏을 진 채 뛰어야 하니까 몸이 안 되면 화재 진압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을 위해 30년을 준비한 거죠.” 3년 전 그는 자원해서 첫 근무지인 돈암센터로 30년 만에 돌아왔다. 화재 현장에서 퇴직하기 위해서였다. 1987년 말 처음 배치받았던 돈암센터는 화재가 드물었다. ‘화재와 한판 대결을 위해’ 소방관이 된 그는 8개월 만에 출동이 잦은 본서 근무를 자원했다. 그러나 상황실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화재 현장에 나가도 진압이 아니라 무전을 담당했다. 그 뒤로 예방, 경호, 구급 업무 등을 맡으며 화재 현장과 점점 멀어졌다. 56살에 진압팀장이 돼 소원을 풀었지만, 화재와 한판 대결보다 더 중요한 임무가 생겼다. 화재 현장에서 모든 팀원을 안전하게 데리고 돌아오는 것이다. “후배들이 다칠까봐 신경이 가장 많이 쓰이죠. 그래서 3년 동안 사고 한 번 없었고, 다친 직원도 없는 게 제 자부심입니다.” 30년 전 주변에서 제일 큰 건물이 11층짜리 서린빌딩이었지만, 지금은 수십 층짜리 고층 건물이 빼곡하다. “이제는 자동화 시스템 모르면 불 못 끕니다. 삼십몇 층까지 물을 올릴 수 없잖아요. 비상 엘리베이터 쓰는 법, 소화전 운용법은 기본이고, 화재감지기 원리까지 알아야 합니다.” 화재 출동의 30%를 화재감지기 오작동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출동해보면 원룸 안에서 고기를 구워 먹다가 화재감지기가 울린 상황이 많다. “일단 현장에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모르면 몸이 힘들어요. 후배들이 더 똑똑해졌으면 좋겠는데, 내가 잔소리한다고 하겠어요? 아들도 내 말 안 듣는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설비기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나이를 먹으니 어제 봤던 것도 잊어버리고, 외운 것도 잊어버리고, 머리로는 도저히 외워지지 않아 눈으로 계속 외운 끝에 지난해 자격증을 따냈다. 올해는 전기기사 자격증을 준비할 계획이었는데 이번 대회 때문에 미뤘다. 퇴직 뒤 빌딩 특별 감리로 취업하려면 설비기사와 전기기사 자격증 두 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은퇴 계획은 달라질 것 같다. “본격적으로 보디빌더로 나갈까 생각하고 있어요. 운동해보니까 건강도 건강이지만 자세가 좋아지더라고요. 어딜 가도 주저하거나 뒤에 숨지 않고, 자신감이 생겨요. 다른 분들도 나이 먹었다고 주저하거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합시다. 도전해야 즐거움도 희망도 있는 거잖아요.”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