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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지적장애인 아들 돌보며
장애인 문제에 눈떠
조선장애자보호연맹과 교류
서울시, 적극적 교류 모델 만들길
지난 9일 안광범 남북장애인교류협회 회장이 협회 사람들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 성공과 이후 북한 장애인단체와 교류를 기원하며 디엠지(DMZ) 평화 여행을 갔다.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디엠지생태평화공원 들머리에 있는 표지판 옆에 선 안 회장. 남북장애인교류협회 제공
“북한 장애인들에게도 제가 실험한 장애인 자립 모델이 꼭 전파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12일 오후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여러 미디어에서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안광범(63) 남북장애인교류협회 회장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전국의 장애인단체는 많지만 남북장애인교류협회는 특별하다. 영등포구 문래동 센터플러스 빌딩에 있는 사회적 기업 ‘남북장애인교류협회 인쇄사업부’가 중심이다. 현재 인쇄사업부에는 출퇴근하는 지적장애인 14명이 일반 인쇄기술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쇄사업부는 사회적 기업 인증 이외에도 ‘장애인 표준사업장’ ‘중증장애인 기업’ 인가를 함께 얻었다. 안 회장이 이끄는 남북장애인교류협회는 장애인들이 일을 통해 생활비를 스스로 벌고 보람도 느끼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을 적극 추구하는 서울시 장애인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4·27과 5·26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모드가 조성된 데 이어 6·12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교류 활성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바쁘게 남북 장애인단체 교류를 준비 중인 안 회장을 지난 12일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남북장애인교류협회 인쇄사업부’는 ‘일과 복지’를 결합한 독특한 모델 같다. “제가 살아온 경험이 쌓인 결과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12살 때인 1960년대 말부터 인쇄 노동을 했다. 올해로 52년째다. 1980년대 중반 인쇄출판기획디자인 회사인 ‘삼영 디앤피’를 설립했다. 또 그사이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가 2013년 졸업하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어렵게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게 눈을 돌리게 된 것 같다.” 안 회장은 장애인과의 첫 만남에 대해 “지적장애인 아들을 둔 맞벌이 부부가 출근 뒤 아들을 돌볼 방법을 못 찾아 고민하는 것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한창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던 2009년의 일이다. 안 회장은 그 부부에게 “아이를 돌봐주겠다”며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를 맡은 뒤, 내친김에 구청 사회복지과 등을 통해 10여 명의 지적장애인들을 소개받고 이들과 본격적으로 생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북한 장애인의 삶은 얼마나 더 팍팍할까’ 하는 생각에 남북장애인교류협회를 만들고 통일부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은 것도 같은 해에 이루어졌다. 안 회장은 “처음에는 순수하게 삼영 디앤피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장애인들을 돌보았는데,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더욱이 장애인들도 일에서 보람을 찾는 것이 장애인 복지라는 생각에서 2013년부터는 현재의 ‘인쇄사업부’ 모델을 만들었다고 한다. 북한 장애인단체와 교류는 있었나. “조선장애자보호연맹에 여러 번 지적장애 어린이용 지능개발 교구 등을 지원했다. 연맹의 김문철 위원장에게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담은 유에스비 동영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는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던 탓에 재미교포 실업가 이름을 빌려 지원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의 교류 계획은. “4·27, 5·26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교류의 문이 넓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북한 장애인단체와 직접 교류하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 장애인에게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모델을 전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애인들이 인쇄업종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일하는 ‘남북장애인교류협회 인쇄사업부’ 모델을 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인쇄산업이 낙후된 상태여서 당장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돼지 2018마리를 데리고 가서 북한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다. 돼지 농장이 안착할 때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사료도 보내주겠다고 김문철 위원장에게 제안할 계획이다. 또 현재 60% 정도 공정이 이루어지다 중단된 평양 장애자자립회관 공사가 재개되는 데 어떻게 힘을 보탤 수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다.” 안 회장의 최근 고민은 믿을 수 있는 교류와 지원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사실 안 회장의 주변에는 이미 ‘북한에 선을 닿게 해주겠다’는 사람이 여럿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안 회장은 “그들이 남북 화해에 참된 마음으로 다리가 돼주겠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브로커에 불과한지 알기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안 회장은 서울시 등 책임 있는 기관이 이런 교류 문제에서도 모델을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사회적 기업도 밀집돼 있고, 장애인 정책도 다른 자치단체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이런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북한과 교류하는 모델을 만든다면, 남북 화해의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안심하고 대북 교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4·27과 5·26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모드가 조성된 데 이어 6·12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교류 활성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바쁘게 남북 장애인단체 교류를 준비 중인 안 회장을 지난 12일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남북장애인교류협회 인쇄사업부’는 ‘일과 복지’를 결합한 독특한 모델 같다. “제가 살아온 경험이 쌓인 결과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12살 때인 1960년대 말부터 인쇄 노동을 했다. 올해로 52년째다. 1980년대 중반 인쇄출판기획디자인 회사인 ‘삼영 디앤피’를 설립했다. 또 그사이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가 2013년 졸업하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어렵게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게 눈을 돌리게 된 것 같다.” 안 회장은 장애인과의 첫 만남에 대해 “지적장애인 아들을 둔 맞벌이 부부가 출근 뒤 아들을 돌볼 방법을 못 찾아 고민하는 것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한창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던 2009년의 일이다. 안 회장은 그 부부에게 “아이를 돌봐주겠다”며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를 맡은 뒤, 내친김에 구청 사회복지과 등을 통해 10여 명의 지적장애인들을 소개받고 이들과 본격적으로 생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북한 장애인의 삶은 얼마나 더 팍팍할까’ 하는 생각에 남북장애인교류협회를 만들고 통일부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은 것도 같은 해에 이루어졌다. 안 회장은 “처음에는 순수하게 삼영 디앤피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장애인들을 돌보았는데,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더욱이 장애인들도 일에서 보람을 찾는 것이 장애인 복지라는 생각에서 2013년부터는 현재의 ‘인쇄사업부’ 모델을 만들었다고 한다. 북한 장애인단체와 교류는 있었나. “조선장애자보호연맹에 여러 번 지적장애 어린이용 지능개발 교구 등을 지원했다. 연맹의 김문철 위원장에게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담은 유에스비 동영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는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던 탓에 재미교포 실업가 이름을 빌려 지원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의 교류 계획은. “4·27, 5·26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교류의 문이 넓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북한 장애인단체와 직접 교류하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 장애인에게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모델을 전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애인들이 인쇄업종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일하는 ‘남북장애인교류협회 인쇄사업부’ 모델을 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인쇄산업이 낙후된 상태여서 당장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돼지 2018마리를 데리고 가서 북한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다. 돼지 농장이 안착할 때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사료도 보내주겠다고 김문철 위원장에게 제안할 계획이다. 또 현재 60% 정도 공정이 이루어지다 중단된 평양 장애자자립회관 공사가 재개되는 데 어떻게 힘을 보탤 수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다.” 안 회장의 최근 고민은 믿을 수 있는 교류와 지원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사실 안 회장의 주변에는 이미 ‘북한에 선을 닿게 해주겠다’는 사람이 여럿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안 회장은 “그들이 남북 화해에 참된 마음으로 다리가 돼주겠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브로커에 불과한지 알기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안 회장은 서울시 등 책임 있는 기관이 이런 교류 문제에서도 모델을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사회적 기업도 밀집돼 있고, 장애인 정책도 다른 자치단체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이런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북한과 교류하는 모델을 만든다면, 남북 화해의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안심하고 대북 교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