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문화 정책 분야 민관 협치 사례로
성북의 공유성북원탁회의, 공동 수상
“지속가능 도시 문화 정책 완벽 사례”
“문화 협치 통해 마을 자치 싹 틔워”
지난 1일 성북구 돈암동 성북문화재단 건물 앞에서 김종휘 대표가 ‘공유성북원탁회의’ 등 문화 협치로 펼쳐지는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 포스터 아래에서 장난감 흔들말을 타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성북구·성북문화재단·공유성북원탁회의의 문화 정책 분야 민관 협치 사례(공유성북원탁회의)를 세계가 인정했다. 지난 5월25일 ‘지방자치단체의 유엔’이라 알려진 국제기구 세계지방정부연합(UCLG)이 국제문화상(정책에 수여함) 해당 정책으로 성북의 공유성북원탁회의를 선정한 것이다. 99개 후보 도시 가운데 프랑스 리옹과 공동으로 뽑혔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문화 정책의 중요하고 완벽한 사례’라고 평가받았다. 아시아에서는 첫 수상이다.
지난 20일 오후 성북구청 아트홀에서 세계지방정부연합 국제문화상 수상 기념 공유포럼 ‘서울시-성북구 문화 협치의 힘, 마을자치의 꿈’이 열렸다. 포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민선 7기 당선 구청장·시의원·구의원, 협치 전문가들, 주민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성북의 문화 협치 실험을 끌어온 김종휘(52) 성북문화재단 대표를 행사 전에 만났다. 2012년 9월 성북문화재단 설립 때부터 대표를 맡은 그는 “한국의 문화 정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거의 없었는데, 성북의 문화 협치 정책이 세계가 배울 모델로 꼽혀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우선 공유성북원탁회의를 소개해달라. “성북지역 문화예술 네트워크 모임으로 2014년 2월 첫 만남이 시작됐다. 그때는 14개 단체 27명이 참여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은 152개 단체, 328명으로 굉장히 커졌다. 주로 지역의 문화예술가, 주민, 활동가들이다. 매달 열리는 전체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하며 동네 친구가 되는 게 주요 활동이다. 공동운영위원장 한 명은 추천과 토론으로 뽑고 한 명은 사다리로 뽑는다. 주민 누구나 대표가 될 수 있고, 모두가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자발적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안건 내기와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 문화 협치 과정에서 재단이 중점을 둔 역할은? “재단의 사업, 예산, 권한을 공유성북원탁회의를 비롯한 민간 협력 주체와 공유하는 다소 파격적인 방식으로 운영했다. 6년간 거의 공모사업을 운영하지 않았다. 영화관, 미술관, 공연장 등 문화시설과 도서관을 관리하는 조직이기보다 협치를 매개하는 조직이 되려 했다. 동별 문화예술 협치 모임인 ‘예술마을 만들기’와 도서관 동행원탁도 이런 노력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성북구·성북문화재단·공유성북원탁회의의 3자 문화 협치의 대표적인 활동은? “지역 대표축제인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을 협치형 축제 모델로 바꿨다. 축제를 주관하는 협동조합도 만들어졌다. 또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직접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을 운영하는 협치 틀도 마련했다. 방치됐던 고가차도 하부 공간에 문화예술 거점공간 ‘미인도’(미아리고개+사람+길)를 열어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친다. 3년간의 토론과 협력으로 성북정보도서관에 공연장 ‘천장산 우화극장’을 열었다.” 문화 협치가 이뤄지면서 생긴 눈에 띄는 변화는? “문화 협치 활동을 했던 주민들이 주민자치회 활동에도 참여했다. 마을 자치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 풀이 넓어졌다. 뒷전에 있던 주민들을 끌어내는 일을 한 셈이다. 협치를 하니 민간의 사업 방식도 변했다. 각자도생이 아닌 협업 방식이 자연스레 나타났다. 3개 극단이 함께 서울문화재단의 공모사업에 지원해 선정 결과와 상관없이 지역에서 협업하며 공연했다.” 협치의 걸림돌과 과제를 제시한다면? “서로 관계를 형성해 계획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게 중요한데, 민간 주체의 역량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재단의 경험에 비춰보면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협치 방식의 결과가 훨씬 좋았다. 불확실성이 적고 더 안정적이었다. 단기간의 위탁사업으로는 민간 주체의 역량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 장기적 혁신 실험을 할 수 있게 민간이 10년 이상은 운영 경험을 하게 해야 한다.” 김종휘 대표는 문화기획자로 문화예술 활동가들, 사회적기업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30대에는 인디밴드 음반을 제작해 유통하며, 잡지를 만들고 축제를 기획하는 개인 회사를 운영했다. 2004년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스스로 고용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번다는 재활용 타악단 ‘노리단’이란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운영했다. 이후 문화기획자로 시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으고, 그 속에서 마을의 문제를 풀어가는 문화창작소 ‘○○은대학연구소’의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2012년 주민의 문화권 증진을 위한 성북문화재단 설립에 참여해 대표를 맡았다. 재단 대표 임기는 1년으로 그는 6번째 임기를 8월에 마친다. 임기를 마친 뒤 계획은? “성북의 문화 협치 모델을 책으로 만들 계획이다. 특정한 인물이나 조직이 아닌 어떤 조건들이 만들어지면 협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 한다. 문화 영역만이 아니라 주민자치, 도시재생 등 여러 영역에서도 접목해봤으면 한다. 다른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지역문화재단 운영에도 활용되길 바란다.” 민선 7기 시작으로 재단 이사장(구청장)이 바뀐다. 새 이사장에게 바라는 점은? “민선 5, 6기를 통해 문화 협치로 마을 자치의 싹을 틔웠다. 여기에는 재단에 자율성을 준 성북구가 있었다. 협치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은 경험과 감수성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공유성북원탁회의는 지역 문화예술가와 주민이 공유재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성북의 마을 자치가 민선 7기에 꽃피웠으면 한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우선 공유성북원탁회의를 소개해달라. “성북지역 문화예술 네트워크 모임으로 2014년 2월 첫 만남이 시작됐다. 그때는 14개 단체 27명이 참여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은 152개 단체, 328명으로 굉장히 커졌다. 주로 지역의 문화예술가, 주민, 활동가들이다. 매달 열리는 전체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하며 동네 친구가 되는 게 주요 활동이다. 공동운영위원장 한 명은 추천과 토론으로 뽑고 한 명은 사다리로 뽑는다. 주민 누구나 대표가 될 수 있고, 모두가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자발적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안건 내기와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 문화 협치 과정에서 재단이 중점을 둔 역할은? “재단의 사업, 예산, 권한을 공유성북원탁회의를 비롯한 민간 협력 주체와 공유하는 다소 파격적인 방식으로 운영했다. 6년간 거의 공모사업을 운영하지 않았다. 영화관, 미술관, 공연장 등 문화시설과 도서관을 관리하는 조직이기보다 협치를 매개하는 조직이 되려 했다. 동별 문화예술 협치 모임인 ‘예술마을 만들기’와 도서관 동행원탁도 이런 노력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성북구·성북문화재단·공유성북원탁회의의 3자 문화 협치의 대표적인 활동은? “지역 대표축제인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을 협치형 축제 모델로 바꿨다. 축제를 주관하는 협동조합도 만들어졌다. 또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직접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을 운영하는 협치 틀도 마련했다. 방치됐던 고가차도 하부 공간에 문화예술 거점공간 ‘미인도’(미아리고개+사람+길)를 열어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친다. 3년간의 토론과 협력으로 성북정보도서관에 공연장 ‘천장산 우화극장’을 열었다.” 문화 협치가 이뤄지면서 생긴 눈에 띄는 변화는? “문화 협치 활동을 했던 주민들이 주민자치회 활동에도 참여했다. 마을 자치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 풀이 넓어졌다. 뒷전에 있던 주민들을 끌어내는 일을 한 셈이다. 협치를 하니 민간의 사업 방식도 변했다. 각자도생이 아닌 협업 방식이 자연스레 나타났다. 3개 극단이 함께 서울문화재단의 공모사업에 지원해 선정 결과와 상관없이 지역에서 협업하며 공연했다.” 협치의 걸림돌과 과제를 제시한다면? “서로 관계를 형성해 계획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게 중요한데, 민간 주체의 역량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재단의 경험에 비춰보면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협치 방식의 결과가 훨씬 좋았다. 불확실성이 적고 더 안정적이었다. 단기간의 위탁사업으로는 민간 주체의 역량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 장기적 혁신 실험을 할 수 있게 민간이 10년 이상은 운영 경험을 하게 해야 한다.” 김종휘 대표는 문화기획자로 문화예술 활동가들, 사회적기업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30대에는 인디밴드 음반을 제작해 유통하며, 잡지를 만들고 축제를 기획하는 개인 회사를 운영했다. 2004년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스스로 고용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번다는 재활용 타악단 ‘노리단’이란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운영했다. 이후 문화기획자로 시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으고, 그 속에서 마을의 문제를 풀어가는 문화창작소 ‘○○은대학연구소’의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2012년 주민의 문화권 증진을 위한 성북문화재단 설립에 참여해 대표를 맡았다. 재단 대표 임기는 1년으로 그는 6번째 임기를 8월에 마친다. 임기를 마친 뒤 계획은? “성북의 문화 협치 모델을 책으로 만들 계획이다. 특정한 인물이나 조직이 아닌 어떤 조건들이 만들어지면 협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 한다. 문화 영역만이 아니라 주민자치, 도시재생 등 여러 영역에서도 접목해봤으면 한다. 다른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지역문화재단 운영에도 활용되길 바란다.” 민선 7기 시작으로 재단 이사장(구청장)이 바뀐다. 새 이사장에게 바라는 점은? “민선 5, 6기를 통해 문화 협치로 마을 자치의 싹을 틔웠다. 여기에는 재단에 자율성을 준 성북구가 있었다. 협치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은 경험과 감수성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공유성북원탁회의는 지역 문화예술가와 주민이 공유재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성북의 마을 자치가 민선 7기에 꽃피웠으면 한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