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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선거 유세에 나선 정의당(사진 위 노란 띠), 민중당(주홍 띠), 녹색당(초록 띠) 후보들 모습. 정의당·민중당·녹색당 제공
“진보 정당이여, 지방정치에 좀더 관심과 애정을 쏟으라.”
꼭 한 달 전 치른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구의원 후보로 뛰었던 진보 정당 출마자들의 하나같은 주장이다. <서울&>은 지난 6월26~30일 정의당(26명), 민중당(13명), 녹색당(3명) 후보 42명 모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중 29명이 응답했는데, 진보 정당이 지방정치보다 중앙정치에 치중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재 진보 정당이 중앙정치와 지방정치 중 어느 곳에 치중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지방정치’라고 답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명을 뺀 전원이 ‘중앙정치’라고 답했고, 나머지 한 사람도 “중앙정치와 지방정치 어느 한쪽에도 힘을 싣지 못했다”(박정열 정의당 관악구의원 출마자)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서울에서 진보 정당 구의원 후보 42명이 출마해 정의당 후보 5명만 구의원에 당선됐다.
또한 응답자 중 55%(16명)가 제7회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진보 정당의 전체 성적을 낙제 수준인 ‘60점 이하’라고 평가했다. 외부의 시각이 아닌 진보 정당 후보자들의 이런 평가는 한국 진보 정당들이 자신들의 선거전략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후보자들이 보기에 중앙당은 “지방선거를 총선의 밀알로만 이해”(왕복근 정의당 관악구의원 출마자)한다. 당은 “여전히 최상위의 입법기관인 국회에 입성하는 것을 목표”(김민수 녹색당 은평구의원 출마자)로 하고 있으며, “국회의원 등 특정 유명정치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계”(주세훈 정의당 성북구의원 출마자)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정치를 위한 제대로 된 프로그램도 없다. 인력과 자원 부족으로 인해 “지역위원회가 지방정치의 역할을 높이지 못하고”(이미선 민중당 강서구의원 출마자), “실질적인 지역대중을 만나는 사업도 부족”(박희진 민중당 서대문구의원 출마자)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진보 정당 후보들도 선거에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지역에는 건강한 언론도 많지 않고, 활동 내용이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인지도는 당이 중앙언론에 얼마 만큼 나오느냐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상황”(이상희 녹색당 은평구의원 출마자)이다. 중앙정치 집중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현재 여건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지방분권화나 지방정치 활성화의 원래 목적에 비추어볼 때 ‘올바른 전략’은 아니다. 지방정치 활성화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에 담는다’는 점이다. 의정활동을 연구하는 한 연구자는 “지방정치는 지역 주민들이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중앙정치에서는 다룰 수 없는 그 지역에 밀착된 정책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중앙당 의존 선거전략으로는 이런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16명이 이번 선거에 대한 진보 정당 전체 성적표를 낙제 수준인 ‘60점 이하’라고 답한 것도 이런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많은 후보자들이 “진보 정치의 가치 부각 실패, 민주당과의 차별화 실패”(남일 정의당 강남구의원 출마자 등)를 낙제점을 준 이유로 꼽았다. 물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정당의 복지정책을 상당수 흡수”(김하철 정의당 서울시당 정책기획국장)한 것이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어렵게 한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성소수자, 여성, 노동을 묶을 수 있는 지방선거의 기조를 확립하지 못”(왕복근 정의당 관악구의원 출마자)하는 등 “풀뿌리 정치를 꾸준히 진행하지 못한”(이상희 녹색당 은평구의원 출마자) 탓도 적지 않았다.
“진보 정당, 지역정치인 육성과 유지가 시급” 거대 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 개선해야 도쿄도의회, 지역정당이 다수당
그렇다면 진보 정당이 지방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진보 정당 후보자들은 우선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어야 한다고 답했다. 거대 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는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반수 이상이 “중대 선거구로 선거구를 조정”(이승무 민중당 금천구의원 출마자 등)하는 문제 등 선거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1번 더불어민주당, 2번 자유한국당’ 중심으로 동반 당선되는 현행 2인 선거구제 중심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당 설립 조건 완화도 선거제도 개선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정당법은 정당 설립 조건으로 ‘△중앙당의 수도 소재, △5개 시·도당 및 시·도당별 당원 1천인 이상’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전국적인 정당만 인정한다는 것으로, 지역에 밀착된 지역정당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다.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일본 사례를 보자. 2017년 말 현재 일본 도쿄도의회는, 중앙정치에서 여당인 자유민주당이 127석 중 23석만 차지했다. 최대 의석 정당은 도쿄 지역정당인 ‘도민 퍼스트회’(53석)이며, 도민 퍼스트회는 또 다른 지역정당인 ‘도쿄생활자네트워크’(1석)와 함께 여당을 구성하고 있다. 도쿄생활자네트워크는 진보적 성향을 띤 소비자 운동단체이며, 도민 퍼스트회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를 중심으로 창당한 지역정당이다. 일본 평화헌법 수호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시자카 고이치 릿쿄대 교수는 무엇보다 도쿄생활자네크워크 등 진보적 소비자운동단체가 지역정당화할 수 있는 부분에 주목한다. 이시자카 교수는 “도쿄생활자네트워크 등 일본 지방정당의 장점은 중앙정당의 재편에 동요하지 않고 환경이나 평화를 위한 독자적인 노선을 지켜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 현실에서는 진보 정당이 선거제도 개편보다 더욱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지만 진보 정당이 여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이기중 정의당 관악구의원 당선자)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편의 결정권을 거대 정당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 정당 후보자들은 진보 정당이 선거제도 개편보다는 지역정치인 육성과 유지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후보자 조기 발굴과 육성(임한솔 정의당 서대문구의원 당선자), 지속적인 지역활동이 가능할 수 있는 인적·물적 토대 구축(김일웅 정의당 강북구의원 출마자) 등 자체 역량 강화에 힘을 쏟는 것이 이후 선거제도 개편에서 진보 정당의 무게감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하지만 이는 지방분권화나 지방정치 활성화의 원래 목적에 비추어볼 때 ‘올바른 전략’은 아니다. 지방정치 활성화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에 담는다’는 점이다. 의정활동을 연구하는 한 연구자는 “지방정치는 지역 주민들이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중앙정치에서는 다룰 수 없는 그 지역에 밀착된 정책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중앙당 의존 선거전략으로는 이런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16명이 이번 선거에 대한 진보 정당 전체 성적표를 낙제 수준인 ‘60점 이하’라고 답한 것도 이런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많은 후보자들이 “진보 정치의 가치 부각 실패, 민주당과의 차별화 실패”(남일 정의당 강남구의원 출마자 등)를 낙제점을 준 이유로 꼽았다. 물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정당의 복지정책을 상당수 흡수”(김하철 정의당 서울시당 정책기획국장)한 것이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어렵게 한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성소수자, 여성, 노동을 묶을 수 있는 지방선거의 기조를 확립하지 못”(왕복근 정의당 관악구의원 출마자)하는 등 “풀뿌리 정치를 꾸준히 진행하지 못한”(이상희 녹색당 은평구의원 출마자) 탓도 적지 않았다.
“진보 정당, 지역정치인 육성과 유지가 시급” 거대 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 개선해야 도쿄도의회, 지역정당이 다수당
그렇다면 진보 정당이 지방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진보 정당 후보자들은 우선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어야 한다고 답했다. 거대 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는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반수 이상이 “중대 선거구로 선거구를 조정”(이승무 민중당 금천구의원 출마자 등)하는 문제 등 선거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1번 더불어민주당, 2번 자유한국당’ 중심으로 동반 당선되는 현행 2인 선거구제 중심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당 설립 조건 완화도 선거제도 개선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정당법은 정당 설립 조건으로 ‘△중앙당의 수도 소재, △5개 시·도당 및 시·도당별 당원 1천인 이상’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전국적인 정당만 인정한다는 것으로, 지역에 밀착된 지역정당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다.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일본 사례를 보자. 2017년 말 현재 일본 도쿄도의회는, 중앙정치에서 여당인 자유민주당이 127석 중 23석만 차지했다. 최대 의석 정당은 도쿄 지역정당인 ‘도민 퍼스트회’(53석)이며, 도민 퍼스트회는 또 다른 지역정당인 ‘도쿄생활자네트워크’(1석)와 함께 여당을 구성하고 있다. 도쿄생활자네트워크는 진보적 성향을 띤 소비자 운동단체이며, 도민 퍼스트회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를 중심으로 창당한 지역정당이다. 일본 평화헌법 수호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시자카 고이치 릿쿄대 교수는 무엇보다 도쿄생활자네크워크 등 진보적 소비자운동단체가 지역정당화할 수 있는 부분에 주목한다. 이시자카 교수는 “도쿄생활자네트워크 등 일본 지방정당의 장점은 중앙정당의 재편에 동요하지 않고 환경이나 평화를 위한 독자적인 노선을 지켜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 현실에서는 진보 정당이 선거제도 개편보다 더욱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지만 진보 정당이 여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이기중 정의당 관악구의원 당선자)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편의 결정권을 거대 정당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 정당 후보자들은 진보 정당이 선거제도 개편보다는 지역정치인 육성과 유지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후보자 조기 발굴과 육성(임한솔 정의당 서대문구의원 당선자), 지속적인 지역활동이 가능할 수 있는 인적·물적 토대 구축(김일웅 정의당 강북구의원 출마자) 등 자체 역량 강화에 힘을 쏟는 것이 이후 선거제도 개편에서 진보 정당의 무게감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