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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고 2015년 서울형 혁신학교 지정
사제동행 독서 등 각종 독서교육 힘써
독산고 프로그램 참가자 평균 13권 독서
지난해부터 생활밀착형 수업 확대
지난 13일 금천구 독산고 독서실에 사제동행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김도훈·마철웅 군, 김소현·유화진 양.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난 13일 금천구 독산고 도서실 문 쪽 벽면에는 학생들이 그린 책 홍보 포스터가 가득 붙어 있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4개의 둥근 탁자 위에 기말고사를 끝낸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들이 주제별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빈 탁자에 3학년 학생 넷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제동행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39개 팀 가운데 한 팀이다. 이 프로그램엔 금천구의 혁신교육지구 사업비가 지원된다.
사제동행 독서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학기 초 관심 분야를 정해 팀을 꾸려 한다. 한 학년 동안 3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고 활동하며 보고서를 낸다. 도서실에 모인 팀은 이번 학기 동안 광고홍보를 주제로 관련 책을 읽고 공익광고를 그려봤다. 유화진 양은 “관심 분야가 비슷한 친구들과 책을 읽고 토론하고 활동하니,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내용도 풍성해져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양은 사제동행 독서프로그램에 3년째 참여하고 있다. 올해 서울대에 진학한 김지현 양은 학교소식지 <독산소식>에 사제동행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후배들에게 적극 활용할 것을 권했다.
독산고의 독서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은 연평균 13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연평균 독서량인 8.9권보다 1.5배 더 많다. 이는 풍성한 독서프로그램 덕분이다. 독산고는 2015년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독서교육에 힘을 쏟아왔다. 금천구의 혁신교육지구 사업비를 활용하는 등 도서관 예산을 많이 늘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제동행 독서프로그램 외에도 독후감 쓰기, 독서토론 카페, 북 스토리텔링, 책 홍보 포스터 만들기, 작가와의 만남 등도 활발하다. 역사·과학·사회 등 교과 연계 독서 수업도 있고 세계시민아카데미 프로그램에도 책 읽기가 곁들여진다. 류금희 사서교사는 “독서교육으로 말하기, 쓰기 능력과 사고력을 키워주고 있는데, 아이들의 진로·진학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제동행 독서프로그램 외에도 독후감 쓰기, 독서토론 카페, 북 스토리텔링, 책 홍보 포스터 만들기, 작가와의 만남 등도 활발하다. 역사·과학·사회 등 교과 연계 독서 수업도 있고 세계시민아카데미 프로그램에도 책 읽기가 곁들여진다. 류금희 사서교사는 “독서교육으로 말하기, 쓰기 능력과 사고력을 키워주고 있는데, 아이들의 진로·진학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책을 읽을 때 휴대폰을 넣어두려고 학생들이 만든 ‘스마트폰용 이불패드’다.
독산고는 지역의 사회적 경제 기관과 협업해 사회적 경제 교육과 현장 탐방 프로그램도 열었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학교협동조합도 만들었다. 수업 나눔 등의 다양한 교육 실험에 교사들도 적극적이다. 2014년부터 독산고에 재직 중인 김육훈 교사는 “교육 환경을 바꿨더니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진로·진학 성과도 나아지고 있다”며 “학교의 변화 에너지가 잘 가동될 수 있게 하는 데 금천구의 혁신교육지구 사업도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 시작된 혁신교육지구 시범사업은 금천구와 구로구에서 2013년부터 2년간 진행됐다. 혁신교육지구는 2010년 경기도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혁신교육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초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는 교육 모델을 추진했다. 서울에서는 2012년 시범사업 지정으로 시작해, 2015년부터는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자치구 22곳에서 시행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에는 참여 협력 담당관, 지역청에는 교육협력복지과가 전담 부서로 새로 생겼다.
서울의 혁신교육지구 시범사업의 중요한 목표는 교육 격차 해소다. 구로구와 금천구는 학생들이 교육 여건 때문에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지역의 교육 문제를 함께 풀어가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으로 줄이는 노력과 함께 교육 문제를 학교, 자치구, 주민이 함께 풀어가기 위한 민·관·학 거버넌스(협치 기구)를 만들었다. 조성익 금천구 교육지원과 교육전문관은 “자치구의 교육 사업은 재원이나 공간 등 학교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데서 출발했다”며 “지역 전체가 기획, 실행, 평가의 전 과정을 함께해야 교육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공감대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지난해 새로운 지향점을 내걸었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되는 것이다. 수업 공간을 생활 현장으로 넓히고 협력강사 수업으로 마을강사와 함께 생활밀착형 수업을 한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마을이 거점이 되어 방과후 교육을 한다. 봉사활동 등 학교교육 담장을 마을로 넓혀, 배운 것을 마을에 가서 실천한다.
구로·금천·영등포 학교에서는 지난 한 해 1만 시간 이상의 협력수업을 했다. 학급당 평균 12시간 정도다. 구로구에서는 마을예술가와 활동가들이 작업장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학교 안에 임시 공방을 마련해 수업한다. 영등포구에서는 철공장에 들어선 문화예술촌에서 학생들에게 예술교육을 한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학생의 온전한 성장을 위해 학교와 마을이 협력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조대진 남부교육지청 교육협력복지과 장학사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대한 자치구의 경험이 쌓여간다”며 “지역과 학교가 밀접해지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자치구가 한다”고 했다. 내년엔 강남, 중랑, 송파 등 서울 전 지역으로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확대된다. 조 장학사는 “교육을 교사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학교를 넘어 지역 전체가 교육의 장이 되면 지역별 교육 격차도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