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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의 어린이식당 ‘아이오이 모두의 식당’은 2016년 5월부터 매달 2회 열려 동네 아이들과 주민들 40여 명이 모여 한솥밥을 먹는다. 윤영희씨 제공
‘어린이 혼자 와도 괜찮아요. 숙제를 갖고 와도 괜찮아요. 함께 놀면서 저녁을 먹어요. 따뜻한 밥과 국을 준비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2013년 일본 도쿄도 오타구에서 시작되어 몇 년 만에 전국에 퍼진 ‘어린이식당’의 홍보 문구다. 일본은 20년이 훨씬 넘게 지속된 불경기와 저성장의 영향으로, 이혼율이 높아져 한부모 가정이 늘고, 일하는 부모의 늦은 귀가로 저녁밥을 사먹거나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며 혼자 저녁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린이식당 운동은,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사회의 엄마’ 노릇을 하며 저녁을 제때 먹기 어려운 어른들도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쿄, 요코하마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가 ‘어린이식당 안심·안전향상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금은 전국에 2200여 곳이 있다.
어린이식당 수만큼 그 운영 방식도 다양하다. 개인 주택에서 식당을 여는 경우, 아이들이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목욕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자원봉사자들이 전통 장난감으로 식사 전후에 아이들과 놀아주는 식당도 있다. 주 1회, 월 1회 등 식당을 여는 횟수는 공간의 여건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일 수 있는 시간에 따라 정해진다.
도쿄 근교 내가 사는 동네의 어린이식당 ‘아이오이 모두의 식당’은, 생활협동조합(생협) 조합원 몇몇이 의기투합해 2년 전에 문을 열었다. 매달 2회 생협 건물의 조리실이 딸린 공간을 무료로 빌려 운영한다. 조리는 보통 5명 정도의 자원봉사자가 식기 열소독, 밥과 국, 반찬, 후식 담당으로 나눠 준비한다.
식재료는 동네 빵집에서 다양한 종류의 빵을, 동네 마트에선 간장, 식용유 등의 조미료를, 텃밭 농사를 짓는 조합원들은 신선한 제철 채소를 기부한다. 이 밖에도 식당을 자주 이용하는 동네 어른들이 쌀이나 고기, 국수 등 식재료나 현금을 기부하기도 한다.
필요한 식재료는 식당 운영비로 산다. 지난 몇 년 동안 어린이식당 운동 붐이 일면서 지방정부가 관심을 갖고 운영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 동네 사가미하라시도 첫해부터 어린이식당에 연간 20만엔(약 200만원)을 지원해줘 운영비 걱정은 크게 줄었다.
매달 둘째·넷째 주 금요일마다 영양 만점의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40여 명의 동네 아이와 주민들이 한솥밥을 먹는다. 지난 2년 사이,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어느새 의젓한 중학생이 되어 식당을 찾아와 식사 준비를 도와주기도 한다. 음식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며 숙제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이식당이 동네의 거실과 부엌 몫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은 경제적 빈곤뿐 아니라 ‘관계의 빈곤’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식당은 단순하게 아이들이 무료로 밥만 먹는 곳이 아니라, 한 공간에서 같은 지역 아이와 어른이 함께 밥을 먹으며 관계를 맺고 연습해가는 의미 있는 장소다. 혼밥 문화가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에게까지 일상이 되어가는 한국 사회에도, 정서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함께 밥을 먹는 즐거움을 나눌 기회와 공간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지금 일본 사회의 상황처럼, 우리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된 미래에는 경제적인 빈곤과 더불어 ‘관계의 빈곤’ 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오르지 않을까. 날마다 35도를 기록하는 올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더운밥을 지어내는 일본 어린이식당 엄마들의 열정이 부디 서울까지 전해지기 바란다.
매달 둘째·넷째 주 금요일마다 영양 만점의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40여 명의 동네 아이와 주민들이 한솥밥을 먹는다. 지난 2년 사이,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어느새 의젓한 중학생이 되어 식당을 찾아와 식사 준비를 도와주기도 한다. 음식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며 숙제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이식당이 동네의 거실과 부엌 몫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은 경제적 빈곤뿐 아니라 ‘관계의 빈곤’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식당은 단순하게 아이들이 무료로 밥만 먹는 곳이 아니라, 한 공간에서 같은 지역 아이와 어른이 함께 밥을 먹으며 관계를 맺고 연습해가는 의미 있는 장소다. 혼밥 문화가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에게까지 일상이 되어가는 한국 사회에도, 정서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함께 밥을 먹는 즐거움을 나눌 기회와 공간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지금 일본 사회의 상황처럼, 우리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된 미래에는 경제적인 빈곤과 더불어 ‘관계의 빈곤’ 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오르지 않을까. 날마다 35도를 기록하는 올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더운밥을 지어내는 일본 어린이식당 엄마들의 열정이 부디 서울까지 전해지기 바란다.
배낭여행에서 만난 일본인과 결혼해 도쿄 근교에서 산다. <인터넷 한겨레> 육아 사이트 베이비트리에 일본의 삶과 육아 이야기를 연재 중이며, 저서로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 <마을육아>가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