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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7일 마감 앞두고 300여 편 접수
유품 속 아버지 일기장 활용
어머니 기록하다 아버지도 도전
자녀가 함께 쓰기 등 다양한 방식
황연희씨가 지난 5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 중에서 발견한 일기장(왼쪽)을 활용해 아버지 자서전을 쓰고 있다. 황씨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부모 자서전 쓰기‘ 캠페인에 참여해 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를 글로 써 작은 책자로 만들 예정이다. 황연희씨 제공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간 자서전은 사회적으로 대단한 업적을 낸 사람들이 쓰는 거라는 인식이 많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되살리는 과정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자서전을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자서전 쓰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세대 간 갈등을 풀어가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2016년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진행한 ‘내가 쓰는 아빠 엄마 이야기’ 공모전이 그 사례이다. 자녀가 부모의 자서전을 쓰는 이 공모전의 수상작 30여 편은 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없어지면서 공모전은 2회로 끝났다.
올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부모 자서전 쓰기’ 캠페인을 6월부터 열고 있다. 삼성카드의 글쓰기 모바일 앱 ‘인생낙(樂)서’도 함께한다. 50개의 질문지를 이용해 자녀가 부모를 인터뷰해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자유롭게 기록한다.
질문의 내용은 고향에서의 기억에 남는 사건, 학창 시절 아쉽거나 후회되는 일, 젊은 시절의 가장 큰 도전과 그 결과, 결혼하게 된 과정, 아이 키우면서 힘들었던 기억,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결정, 자녀·손주들과 꼭 해보고 싶은 것 등이다. 캠페인에서는 30개 이상의 질문에 부모의 이야기를 적어보낸 사람 중 선착순 1천 명에게 보내준 글을 작은 책자로 엮어 선물로 준다. 이민정 홍보협력실장은 “부모 자서전을 써보겠다고 마음을 내더라도 막상 쓰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한다. 지난 두 달 동안 1800여 명이 부모 자서전을 쓰겠다고 참여 의사(사전 신청)를 밝혔고, 9월7일 마감을 앞두고 8월27일 현재까지 300여 편의 부모 자서전이 접수됐다. 접수된 자서전은 40대의 자녀가 부모의 이야기를 쓴 경우가 가장 많다. 분량과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간단하게 단답형으로 쓴 이도 있고, 단행본 분량 수준으로 풍성하게 쓴 이도 있다. 대개는 A₄용지 5~10장 분량이다. 내용은 성장 과정에 따라 시간순으로 정리한 경우가 많고, 마을활동이나 사회운동 등 특정한 활동에 초점을 맞춰 쓴 경우도 있다. 참여 방식도 다양하다. 차성기(70)씨는 1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했다. 막상 시작하니 자신이 4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도 같이 담고 싶어졌다. 차씨는 이전부터 명절 때 큰아버지와 다른 친척들에게 한국전쟁 통에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물어 수첩에 기록해놓았다. 사진은 거의 없어 아버지가 살았던 당시의 동네 사진을 찾아 넣었다. 황연희(57)씨는 지난해, 올해 부모를 잇따라 떠나보냈다.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일기장을 토대로 아버지의 이야기 쓰기에 나섰다. 처음엔 ‘3분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날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 위독 소식에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으로 달려간 날부터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영정을 들고 가족들과 고향집을 들러 아버지의 인생길을 더듬어본 내용이다. 다큐멘터리를 본 지인이 부모 자서전 쓰기 캠페인을 알려주고 참여해보라고 권했다. 아버지가 20여 년간 기록한 일기장과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 잊기 전에 아버지 이야기를 기록했다. 윤희선(31)씨는 환갑을 맞는 아버지를 위한 선물로 캠페인에 참여했다. 막상 아버지는 바쁘다며 내켜 하지 않아 어머니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집이나 카페에서 어머니 이야기를 들었다. 질문 중에 어머니에게 맞지 않는 것도 있어 고민했는데, 어머니가 추억의 꼬리를 물어가며 이야기를 잘 풀어줬다. 시간을 내 인터뷰하고 기록하며, 사진을 찾아야 하는 게 번거롭기도 했다. 중간에 ‘그냥 하지 말까’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동생들이 같이하니 마음에 걸려 포기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윤씨처럼 형제가 함께 부모의 이야기를 적은 경우도 적지 않다. 형제들이 함께 부모를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정리하며, 사진을 고르는 과정에서 형제간의 거리가 가까워지기도 한다. 부모 자서전 쓰기 캠페인 참여자들은 입 모아 기대 이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했다. 황연희씨는 “생전에 아버지와 마음 터놓고 얘기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며 “아버지의 자서전을 쓰면서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윤희선씨는 “어머니와 더 돈독해졌고, 어머니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기회를 선물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이번 캠페인을 주관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이경희 대표이사는 “세대 간 갈등이 깊어지는 지금, 더 많은 자녀가 부모의 자서전을 쓰면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게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질문의 내용은 고향에서의 기억에 남는 사건, 학창 시절 아쉽거나 후회되는 일, 젊은 시절의 가장 큰 도전과 그 결과, 결혼하게 된 과정, 아이 키우면서 힘들었던 기억,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결정, 자녀·손주들과 꼭 해보고 싶은 것 등이다. 캠페인에서는 30개 이상의 질문에 부모의 이야기를 적어보낸 사람 중 선착순 1천 명에게 보내준 글을 작은 책자로 엮어 선물로 준다. 이민정 홍보협력실장은 “부모 자서전을 써보겠다고 마음을 내더라도 막상 쓰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한다. 지난 두 달 동안 1800여 명이 부모 자서전을 쓰겠다고 참여 의사(사전 신청)를 밝혔고, 9월7일 마감을 앞두고 8월27일 현재까지 300여 편의 부모 자서전이 접수됐다. 접수된 자서전은 40대의 자녀가 부모의 이야기를 쓴 경우가 가장 많다. 분량과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간단하게 단답형으로 쓴 이도 있고, 단행본 분량 수준으로 풍성하게 쓴 이도 있다. 대개는 A₄용지 5~10장 분량이다. 내용은 성장 과정에 따라 시간순으로 정리한 경우가 많고, 마을활동이나 사회운동 등 특정한 활동에 초점을 맞춰 쓴 경우도 있다. 참여 방식도 다양하다. 차성기(70)씨는 1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했다. 막상 시작하니 자신이 4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도 같이 담고 싶어졌다. 차씨는 이전부터 명절 때 큰아버지와 다른 친척들에게 한국전쟁 통에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물어 수첩에 기록해놓았다. 사진은 거의 없어 아버지가 살았던 당시의 동네 사진을 찾아 넣었다. 황연희(57)씨는 지난해, 올해 부모를 잇따라 떠나보냈다.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일기장을 토대로 아버지의 이야기 쓰기에 나섰다. 처음엔 ‘3분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날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 위독 소식에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으로 달려간 날부터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영정을 들고 가족들과 고향집을 들러 아버지의 인생길을 더듬어본 내용이다. 다큐멘터리를 본 지인이 부모 자서전 쓰기 캠페인을 알려주고 참여해보라고 권했다. 아버지가 20여 년간 기록한 일기장과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 잊기 전에 아버지 이야기를 기록했다. 윤희선(31)씨는 환갑을 맞는 아버지를 위한 선물로 캠페인에 참여했다. 막상 아버지는 바쁘다며 내켜 하지 않아 어머니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집이나 카페에서 어머니 이야기를 들었다. 질문 중에 어머니에게 맞지 않는 것도 있어 고민했는데, 어머니가 추억의 꼬리를 물어가며 이야기를 잘 풀어줬다. 시간을 내 인터뷰하고 기록하며, 사진을 찾아야 하는 게 번거롭기도 했다. 중간에 ‘그냥 하지 말까’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동생들이 같이하니 마음에 걸려 포기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윤씨처럼 형제가 함께 부모의 이야기를 적은 경우도 적지 않다. 형제들이 함께 부모를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정리하며, 사진을 고르는 과정에서 형제간의 거리가 가까워지기도 한다. 부모 자서전 쓰기 캠페인 참여자들은 입 모아 기대 이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했다. 황연희씨는 “생전에 아버지와 마음 터놓고 얘기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며 “아버지의 자서전을 쓰면서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윤희선씨는 “어머니와 더 돈독해졌고, 어머니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기회를 선물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이번 캠페인을 주관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이경희 대표이사는 “세대 간 갈등이 깊어지는 지금, 더 많은 자녀가 부모의 자서전을 쓰면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게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