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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을 쓰기 위한 인터뷰는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것과 비슷하다. 좋은 재료를 준비하면 요리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아버지 태어나셨을 때 가족이 몇 분이었나요?” 일생에 걸친 이야기를 더듬어가기 위해 가장 오래된 기억에서 시작한다. 고향, 출생, 원가족 등이다. 너무 짧은 답변으로 끝난다면 “그때 할아버지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처럼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질문을 던져도 좋다. 그렇게 시작해서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했던 놀이, 당시 먹던 음식과 살아가던 모습, 학창 시절, 배우자와의 만남, 사회생활 등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 흘러가면 된다.
사람들은 자기 일생 이야기를 꺼 내는 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대단할 것 없는 이야기에 상대가 지루해할 거라는 두려움, 보잘것없는 삶이라고 무시당하거나 내 뜻과 다르게 오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이런 두려움을 잊고 편하게 기억을 더듬어 꺼낼 수 있도록 도와드리기 위해 ‘호기심, 공감, 용기’가 필요하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다고 상상해보자. 그 사람의 모든 것이 궁금해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 사람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감정에 대해 ‘왜 저러지?’ 하기 전에 이미 공감하고 있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큰 용기를 내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은 이미 누군가의 아빠 엄마가 된 이후의 모습뿐이다. 꿈 많은 소녀, 커다란 시련에 혼자 아파하던 청년의 삶에 귀 기울이다보면, 어느덧 내가 알던 부모님의 모습에 다다른다. 그 모습이 분명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기록은 녹음에 맡기고 부모님의 눈만 바라보며 경청하라. 간혹 중요한 무언가를 발견하면 종이에 적어도 좋다. 호기심, 공감, 용기. 이 세 가지만 가지고 대화에 집중하라. 부모님께서 당신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신다면, 충분히 스스로 이야기 방향을 잡아가실 수 있다. 그 이야기에서는 부모님이 주인공이고 최고의 전문가다.
사진은 기억의 보물 창고다. 부모 자서전을 쓸 때 인생에서 뜻깊은 사진을 골라 등장인물의 이름과 장소, 이야기를 들으면 매우 좋은 재료가 된다. 출판사 기억의책 꿈틀 제공
이제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보자. 사진은 기억의 보물 창고다. 사진마다 담긴 사연을 들으면서 책에 실을 사진을 스캔하면 인터뷰가 끝난다. 이렇게 좋은 재료가 준비되었으면 이미 반은 성공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다. 인터뷰 녹음을 들으면서 글을 써보자. 어릴 때 심부름을 가면 어머니께서 약도를 그려주시곤 했다. 약도에 등장하는 길이나 건물이 아름답고 생생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내가 가야 할 곳까지 안내해주면 그만이다. 약도를 그리기 위해 화가가 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부모님 자서전을 쓰기 위해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저 내가 이해한 부모님 삶의 여정을 간결하게 적으면 된다. 조금 어색한 문장이 있거나 맞춤법에 자신이 없더라도 우선 활자로 옮겨보자. 머릿속에서 복잡했던 생각도 글로 옮겨놓으면 어떻게 정리할지 보인다. 또 글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전에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그래서 과감하게 일단 쓰는 것이 중요하다. 초고를 완성하면 편집자의 눈으로 검토해줄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편이 좋다. 또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수정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 책을 써보고 싶은 사람은 많다. 내 인생에서 만드는 첫 번째 책이 내 부모님 삶의 기록이라면 그 또한 의미 있지 않을까?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