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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노숙인이라고 영원한 홈리스가 아니다

‘2018년 노숙인·쪽방 주민 자활 프로그램 종합계획’ 운영과 현황

등록 : 2018-09-0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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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 등 시설 상담자와 신뢰 관계로

노숙 탈출 성공하고 통장 5개 보유도

본인의 자활 의지 크면 쉽게 탈출

위험에 취약한 여성 노숙인 관심 필요

서울시, 실태조사 맞춤형 일자리 제공

‘2018 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가 지난 4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서울지역 새희망고용지원센터 직원들이 참여자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을 돕고 있다.

8월 마지막 주 화요일, 서울역광장은 후텁지근했다. 어림잡아 20여 명의 노숙인이 여기저기 누워 있었다. 서부역 쪽도 마찬가지. 10여 명의 노숙인이 그늘마다 축 처져 있다. 근처 회사에 다닌다는 직장인 강아무개(34)씨는 “매일 봐서 얼굴을 아는 사람도 있다”며 씁쓸해했다.


‘노숙인도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갖는다’

‘노숙인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갖는다.’ 서울시가 2012년 제정해 발표한 ‘노숙인 권리 장전’의 첫 문장이다. 서울시는 거리로 내몰린 삶을 본격적으로 돕기 위해 ‘2018년 노숙인·쪽방 주민 자활 프로그램 종합계획’을 마련해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2017년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대책(안)’에 따르면 2016년 10월 기준 노숙인 수는 1만1340명이다. 노숙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개인적 부적응 또는 사고”(54.2%)로 밝혀졌다. 이어 “경제적 결핍”(33.4%), “사회적 서비스 또는 지지망 부족”(6.4%)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도 노숙을 ‘우리 사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태’로 정의하고 각 자치구의 자활 프로그램 실행을 지원하고 있다.

조세현 사진작가와 서울시가 공동 운영하는 노숙인·쪽방 주민 사진학교 ‘희망프레임’은 종합계획 가운데 대표 프로그램이다. 그 밖에 서울시와 보건복지부 공모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50여 개 시설도 노숙인들의 자활과 자립을 위한 구체적 안을 내놓고 있다.

서대문구 브릿지종합지원센터에서는 경비 신임 교육, 건설 기초 안전교육, 1종 보통면허, 중장비 면허 취득 지원 등 취약계층의 직무 관련 자격 취득 지원을 강화했다. 구로구의 노숙인자활센터인 ‘길가온 혜명’에서는 요양·활동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며, 거리 노숙인들의 구체적인 사회 복귀를 돕겠다는 계획이다.

노숙인에 대한 밀착 지원 효과

현장 일선의 담당자들과 노숙인들의 신뢰 관계는 노숙인 자활·성공 사례로 곧바로 이어지곤 한다. 앞서 희망프레임에서 만난 조아무개(54)씨는 “쪽방상담소 담당자의 심리적 지원”을 재활 의지의 첫 번째 동기로 꼽았다.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끊임없이 말해줬어요. 그 한마디가 고마워서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나봐요” 조씨의 말이다.

서울시가 올해 처음 발행한 전자책 <노숙인 성공 사례집>은 일선 담당자와 노숙인들의 관계가 노숙인 자활·성공 사례의 첫 씨앗임을 보여준다.

이 아무개(45)씨는 가족해체 뒤 공사장에서 일하다 다치면서 노숙을 시작했다. 거리 상담원의 끈질긴 설득으로 노숙인 쉼터에 들어간 그는 일자리지원센터의 경비 신임 교육을 받으며 경비원 취업에 성공했다. 지금은 저축통장 5개를 갖고 제2인생을 시작했다.

소 아무개(47)씨 역시 시설 종사자들과 실무자들의 격려와 지지로 다시 일어섰다. 사업 실패 뒤 정신적 충격으로 환청을 듣게 되고 알코올중독에 빠지면서 노숙을 시작했지만, 시설 종사자들과 대화하며 다시 자립의 꿈을 키웠다. 지금은 노숙인 공동작업장에서 모은 돈으로 쉼터를 나왔다.

동대문 쪽방상담소의 유경순 실장은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재활 의지다. 40~50대 정도는 여기서 젊은 축에 든다. 젊고 재활 의지가 강한 분들은 옆에서 격려만 해도 큰 변화를 이룬다. 변하는 자기 모습에 다시 용기를 찾고, 우리도 일하는 보람을 갖는다”고 했다.

노정균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사단법인 희망이음 대표)은 “거리 노숙인들 78.6%가 정신질환을 앓는다. 흔히 노숙인들을 게으른 사람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우울증과 조현병, 양극성 장애 등을 앓는 환자로 봐야 한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치료가 되는 경우가 있다.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사회 복귀가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여성 노숙인 관심이 필요해요” 현장 목소리

한편 여성 노숙인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자주 나왔다. 조세현의 희망아카데미에 인문학 멘토로 참여한 오은 시인은 “35명 수강생 중 여성은 단 한 명뿐이었던 점이 아쉽다. 여성들은 안전상 문제로 외따로 떨어져 노숙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과 통화한 서울 자치구 5곳(서대문구·종로구·동대문구·용산구·마포구)의 노숙인 자활기관 담당자들은 남성과 여성 입소 비율을 8 대 2에서 9 대 1로 추산했으며, 다른 50여 개 기관 상황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가운데 여성전문 자활기관이 6곳 있지만, 예산 지원과 규모 등 문제로 거리로 내몰린 여성들을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서울시청 시민게시판에 글을 올린 익명의 제보자는 “여성 노숙인들은 성폭력, 생리, 임신 등 여성이라는 특수성에 기반한 위생 문제 같은 추가적인 문제들에 노출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대문 쪽방상담소의 유경순 실장은 “주거가 열악해 한 층에 8~9명이 함께 사는데 그중 여성이 1명씩 있는 비율이다. 방 한 칸에 남자들과 섞여 사는 모습인데, 올여름은 문을 닫고 자지도 못했다. 안전이 보장되지 못함이 안쓰럽다. 주거 환경이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 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서대문구 일자리지원센터 관계자는 “여성들은 정신적 문제로 노숙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 지원 등 교육과 치료를 받으면 또 금방 일어서 일자리를 찾아 자립해 나간다”고 한다.

서울시, 30일까지 노숙인 일자리 신청받아

서울시는 올해 안에 민간 일자리 1155개와 공공 일자리 1090개, 몸이 불편한 노숙인을 위한 공동작업 465개 등 총 2700개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 4일 서울광장에서 ‘2018년 취업 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를 통해 120개 일자리를 제공한 것에 이어, 11월까지 서울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6360여 명)의 근로능력을 평가 조사해 맞춤형 일자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 일자리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한다.

서울시는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에게 오는 30일까지 서울 노숙인일자리지원센터 누리집(seoulhomelessjc.or.kr)에서 구직 신청을 받는다. 각 시설 종사자들이 내용을 확인한 뒤 시설에 있는 노숙인 등과 일자리를 연결할 계획이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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