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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작은 길이 무대로 등장합니다”

서울거리예술축제 예술감독 김종석 교수

등록 : 2018-10-04 15:11 수정 : 2018-10-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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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란 주제로

우리 안의 소수인 탐구

세 차례 정상회담 연 남북

어떻게 같이 갈지 영감 줘

김종석 예술감독이 1일 동대문구 용두동 서울문화재단 1층에서 ‘2018 서울거리예술축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막연한 통합이 아니라, 각각의 특성과 개별적인 부분들을 인정하고 그걸 바탕으로 연대하자는 의미입니다.”

김종석(52·용인대 연극학과 교수) ‘서울거리예술축제’ 예술감독은 4일 시작한 올해 서울거리예술축제의 주제 ‘따로, 또 같이’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3년 ‘하이서울 페스티벌’로 출발한 뒤 이름을 바꿔 16년째를 맞은 서울거리예술축제(관련 기사 10면)는 서울의 주요 광장과 거리를 무대 삼아 열리는 축제의 마당이다. 오는 7일까지 열리는 축제로, 서울 시민들은 일부러 문턱 높은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일상의 공간에서 고급 예술을 체험하게 된다.


서울거리예술축제는 해마다 그해를 대표하는 사회적 의미를 주제로 정해 축제의 색깔을 조금씩 바꾸어왔다. 지난해에는 ‘유쾌한 위로’라는 주제로 촛불시위에서 받은 상처와 아픔, 기쁨과 감동을 축제에 담았다. 지난 1일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에서 만난 김 예술감독은 올해 주제인 ‘따로, 또 같이’에 대해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을 문화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 감독은 올해 주제가 “애초에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소수인에게 눈을 돌리는 것이었다. 전체인 우리는 제각각 다른 소수들이 모여 이루어진 연대체라는 것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해 올해에만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서 ‘서로 다른 남북이 어떻게 같이 갈지’를 예술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로서 의미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남북은 ‘같이’ 가는 통일을 지향하지만, 그것은 ‘따로’인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제에 따라 무대가 되는 거리도 바뀐다. 김 감독은 올해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 길을 비롯해 도심을 연결하는 작은 길들을 무대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골목길들이 도시의 ‘다른 공간’을 ‘같은 장소’로 이어주기 때문이다. 6년 연속 이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김 감독은 해마다 축제의 주제는 달라졌지만 지난 6년 동안 달라지지 않은 주제도 있다고 한다. 바로 ‘성장’이다. 그는 우선 ‘관객으로서의 서울 시민들’의 성장을 꼽는다. “처음에는 우연히 지나가다가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이 많았으나, 해를 거듭하면서 프로그램을 미리 보고, 맞춤형 시간표까지 짜 오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김 감독은 “촛불혁명 이후에는 미리 작품을 공부하고 돗자리까지 준비하는 시민도 늘었다. 이제는 평론가들도 난해하게 생각하는 작품을 일반 시민이 굉장히 재미있게 보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고 한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거리예술은 복지”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고 한다. 해마다 16억 정도의 적은 예산으로 100만이 넘는 시민에게 문화 체험을 선사하고, 그들을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서울거리예술축제와 더불어 한국의 거리예술 작품 수준도 꾸준히 성장했다 한다. 사실 거리예술은 유럽이 강세다. 각종 기성 권위에 저항한 운동이었던 ‘프랑스 1968년 혁명’ 이후 “유럽에서 극장이 아닌 마을회관이나 시골로 찾아다니는 유랑극단이 크게 발달한 것”을 유럽 거리예술 성장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꼽는다. 하지만 최근 유럽에서는 “어려워진 경제 사정이나 테러 위협 등으로 대규모 거리예술 작품이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서울거리예술축제를 비롯한 축제 공간이 늘고, 이 공간에서 해외 출연진과 함께하는 작업도 늘면서 작품 수준이 빠르게 높아졌다. 김 감독은 대표 사례로 2016년 서울거리예술축제 개막작인 <시간의 변이>를 꼽았다. 호주 거리예술 전문가들과 한국 비보이들이 함께 만든 이 작품은 지난해 영국의 대표 거리예술축제인 스톡턴 축제에 개막작으로 초대된 데 이어, 올해는 폴란드 등지의 거리예술축제에 초청됐다고 한다.

이번 주말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 등 서울 거리에서 이런 ‘성장’을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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