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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청년 주거 안정 위해
세대 협력형 ‘터무늬 있는 집’ 실험
LH 연계, 30명의 보증금 지원
공적 공급에 모델 활용 있어야
LH ‘청년 사회적 주택 사업’과 연계한 강북구 번동의 ‘터무늬 있는 집’ 3호. 입주 신청자들이 지난 1일 설명회에 참가해 집을 둘러 보고 있다.(왼쪽) 7일 르호봇수유비즈니스 센터에서 열린 두 번째 설명회에서 임소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이 함께살이 경험을 나누고 있다. 사회투자지원재단 제공
“‘지옥고’를 해결하는 도깨비방망이가 이미 지역에 있었다. ‘터무늬 있는 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8월19일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서울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강북구 삼양동에서 ‘옥탑방 한 달살이’를 마친 뒤였다. 이날 박 시장은 시민 출자 청년 주택 ‘터무늬 있는 집’을 ‘저렴하고 안정된 주거 공간을 공유하고 사회적 관계, 나아가 지역 문제의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앞서 7월30일에 강북구 번동의 터무늬 있는 집 1호점을 찾아 “오랫동안 찾던 모델이다. 잘하고 있다”며 격려했다.
서울시장이 극찬한 터무늬 있는 집은 지역 활동이나 생활 공동체를 지향하는 청년 그룹의 주거 안정과 공동 주거를 돕는 사업이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이 2016년 시작했다. 재단 부설 터무늬제작소의 문보경 소장은 “선배 세대는 출자해 보증금을 지원하고, 청년 세대는 공동 주거와 공동체 활동으로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올 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영리기관 지원사업(삼성전자 후원) 우수기관 사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기금의 모금과 관리는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책임진다. 출자금은 100만원부터 자유롭게 낼 수 있고, 전세 보증금 용도로만 쓰인다. 출자자는 약정 기간(2년, 3년, 5년)과 이자율(무이자, 0.5%, 1%)을 선택한다. 이자를 안 받겠다고 하면 연 1% 이자에 해당하는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다. 약정 기간이 끝나면 바로 다음날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다.
사업 실행을 맡은 터무늬제작소는 올해 초 문을 열었다. 강북 마을사랑방 ‘건강의 집’ 활동 청년들을 중심으로 청년 그룹(6명)에게 터무늬 있는 집 1호 전세보증금 1억2천만원을 지난 4월 지원했다. 2호는 부천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의 청년 그룹(3명)이 살 집에 시민출자기금을 지원한다. 입주할 청년들이 살 집을 스스로 정해 지난 6일 계약했다. 현재 출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최근 터무늬 있는 집 실험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좀더 많은 청년이 시민출자기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사업과 손을 잡았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의 사회적 주택을 활용하면 훨씬 더 많은 청년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터무늬 있는 집 3호가 될 번동의 LH 청년 사회적 주택은 10가구로 이뤄진 빌라 한 동이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위탁관리기관이 되어 법적 책임을 지고, 1호의 청년들이 만든 ‘로컬엔터테인먼트 협동조합’이 운영을 맡는다. 이들은 모집부터 입주 뒤 생활 관리, 공동체 생활 지원 등을 한다.
터무늬 있는 집 3호는 가구당 방이 3개다. 1인 1실로 한 집에 3명, 빌라 전체로는 30명이 산다. 임대 기간은 최장 6년이다. 임대보증금 4800만원은 시민출자기금에서 내준다. 입주 청년들은 3개월치 월세에 해당하는 월세이행보증금 60만원만 내면 된다. 월세는 시세의 절반 수준(방 크기에 따라 14만~26만원)으로 정해진다. 입주자는 LH 사회적 주택 입주 자격 요건(나이·소득 기준·무주택)을 갖춘 신청자들 가운데 공동체 프로그램 참여 의지를 살펴 정한다.
3호는 입주 신청 공고 일주일 만에 130명이 넘게 신청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 1일 번동5단지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설명회엔 30여 명의 청년이 참석했다. 터무늬 있는 집 모델과 LH 사회적 주택에 대한 설명에 이어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임소라 이사장이 청년들의 함께살이에 대해 경험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입주자 선정 기준과 입주 일정 등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설명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걸어서 10분 거리의 3호 집을 둘러봤다. 한 지원자는 “서울에서 신축 건물의 부엌과 화장실, 무인택배함이 있는 집에 살려면 보증금 1천만~2천만원이 훌쩍 넘고, 월세 50만원 이상으로도 찾기 힘들다”며 “셰어하우스에서 입주자들과 함께 요리도 하고, 운동도 하고 싶다”고 했다.
문 소장은 “공공 주택과 시민 출자의 결합 방식은 출자자나 입주 청년, 공공기관 모두에게 비용효과성이 크다”고 말했다. 입주 청년은 저렴한 월세로 6년 동안 집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고, 출자자는 주택 소유자가 LH라 보증금의 안전성을 얻을 수 있다. 공동 거주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효율적으로 운영해 LH는 주택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현재 LH 사회적 주택은 설계 단계에서는 입주자가 참여할 수 없다. 문 소장은 “입주 청년들이 직접 공동 주거를 위한 주택 구조를 논의하고, 운영까지 참여하는 방안이 고려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공공 주택과 시민 출자의 결합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민관 협력의 새로운 해결 방식이 될 수 있다”며 “LH·SH 등 공적 주택 공급에 ‘터무늬 있는 집’ 모델이 적극 활용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