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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홈 소속 청소년 7명이 찍은 일상
평범한 생활 속에 우리 사회에 메시지
남한 또래들과 다름없음을 보여줘
“아이들 마음의 상처 어루만져줘”
김태훈 ‘우리들의 성장 이야기’ 대표(뒷줄 왼쪽 첫째)와 그룹홈에서 함께 생활하는 탈북 청소년들이 10월26일 성북동 리홀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사진전<#특별한#일상>출품작들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지난 10월25~29일 성북동 리홀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사진전 <#특별한 #일상>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전시는 성북구 정릉동의 탈북 아동·청소년 그룹홈 ‘우리들의 성장 이야기’에 모여 사는 초·중·고생 7명의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들은 학교나 동네 골목, 그룹홈, 북녘땅이 보이는 강원도 철원 등지에서 일어난 ‘평범한 자신들의 일상’을 사진에 담았다. 반면, 전시 제목인 ‘#특별한 #일상’은 ‘탈북자들은 무언가 우리와 다르다’고 보는 남한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에서 따왔다. 이런 전시 내용과 제목의 불일치는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조용한 메시지’를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이야기는 2006년 ‘총각 아빠’ 김태훈(42) 그룹홈 ‘우리들의 성장 이야기’ 대표가 북한 이탈 청소년들을 멘토링하다 당시 10살이던 염하룡군을 만난 데서 출발한다. 지방에 일하러 간 어머니를 집에서 홀로 기다리는 염군을 본 김 대표는 바로 직장을 그만두고 탈북청소년 그룹홈을 시작했다. 이후 아이들이 늘어나 현재는 대학생이 된 염군을 포함해 모두 13명의 아이들이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사진에 담겨 있는 아이들의 꿈은 무엇이죠?” 10월26일 오후 전시된 아이들의 사진 앞에 선 김 대표에게 물었다. 곧바로 “잘 사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아이들에게 잘 사는 것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삶’이라는 열쇳말과 연결돼요”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그룹홈에 모여 살다보니까, 자신의 정체성을 숨길 수도 없고, 이걸 지워버릴 수도 없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북에서 왔다는 꼬리표는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을 힘들게 만듭니다. 차별 의식 때문이죠.” 김 대표는 “학교 담임에게 ‘그 집 아이 때문에 우리 반 아이 한 명이 전학 가고 싶어 한다’는 전화를 받을 때면 슬퍼진다”며 “우리 아이들이 남한의 평범한 가정 아이였다면 과연 그렇게 학교에서 쉽게 전화를 걸어올까 싶다”고 한다. 학교에서조차 ‘차별적 시각’으로 아이들을 보는 것 같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아이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다만 아이들은 그것을 말 없는 사진으로 보여준다. 혼자 있는 자신의 모습 등을 전시한 조청룡(ㄱ중 1학년)군, 그룹홈 친구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찍은 주철광(ㄱ중 3학년)군, 김태훈 대표를 찍은 뒤 천사와 악마의 날개를 한쪽씩 그려넣은 주호빈(ㄱ중 1학년)군, 그룹홈 생활을 “사춘기 소년의 시각으로 마구 찍은” 막내 정주영(ㅈ초 5학년)군까지….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활이나 꿈이 남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또래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피사체를 통해 보여준다. 아이들이 사진을 찍는 것은 치유의 과정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아이들이 전시회를 위해 올해 4월부터 디카 찍는 법을 배운 뒤 5월에 마을에서 첫 출사를 했다”면서 “(자신은) 이후 전시회에 낼 사진을 고르는 과정에서 ‘포토보이스’(Photovoice) 방식으로 아이들 마음의 상처를 쓰다듬어주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의 캐럴라인 왕 교수와 메리 앤 부리스 교수가 개발한 포토보이스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찍고 싶은 사진을 찍게 한 뒤,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이번 전시에서도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사진을 찍게 한 뒤 ‘이건 왜 찍었니’ 하고 물어서 속마음을 찾아내고자 했다”고 한다. 김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이번 전시가 아이들 마음을 치유하고 남한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을 교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의 분쟁과 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남한과 북한의 갈등 또한 서로서로 ‘우리는 다르다’고 보는 데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준비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은 더 열린 것 같습니다.” 김 대표의 마지막 말에서 ‘탈북자는 먼저 온 통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사진에 담겨 있는 아이들의 꿈은 무엇이죠?” 10월26일 오후 전시된 아이들의 사진 앞에 선 김 대표에게 물었다. 곧바로 “잘 사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아이들에게 잘 사는 것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삶’이라는 열쇳말과 연결돼요”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그룹홈에 모여 살다보니까, 자신의 정체성을 숨길 수도 없고, 이걸 지워버릴 수도 없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북에서 왔다는 꼬리표는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을 힘들게 만듭니다. 차별 의식 때문이죠.” 김 대표는 “학교 담임에게 ‘그 집 아이 때문에 우리 반 아이 한 명이 전학 가고 싶어 한다’는 전화를 받을 때면 슬퍼진다”며 “우리 아이들이 남한의 평범한 가정 아이였다면 과연 그렇게 학교에서 쉽게 전화를 걸어올까 싶다”고 한다. 학교에서조차 ‘차별적 시각’으로 아이들을 보는 것 같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아이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다만 아이들은 그것을 말 없는 사진으로 보여준다. 혼자 있는 자신의 모습 등을 전시한 조청룡(ㄱ중 1학년)군, 그룹홈 친구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찍은 주철광(ㄱ중 3학년)군, 김태훈 대표를 찍은 뒤 천사와 악마의 날개를 한쪽씩 그려넣은 주호빈(ㄱ중 1학년)군, 그룹홈 생활을 “사춘기 소년의 시각으로 마구 찍은” 막내 정주영(ㅈ초 5학년)군까지….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활이나 꿈이 남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또래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피사체를 통해 보여준다. 아이들이 사진을 찍는 것은 치유의 과정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아이들이 전시회를 위해 올해 4월부터 디카 찍는 법을 배운 뒤 5월에 마을에서 첫 출사를 했다”면서 “(자신은) 이후 전시회에 낼 사진을 고르는 과정에서 ‘포토보이스’(Photovoice) 방식으로 아이들 마음의 상처를 쓰다듬어주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의 캐럴라인 왕 교수와 메리 앤 부리스 교수가 개발한 포토보이스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찍고 싶은 사진을 찍게 한 뒤,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이번 전시에서도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사진을 찍게 한 뒤 ‘이건 왜 찍었니’ 하고 물어서 속마음을 찾아내고자 했다”고 한다. 김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이번 전시가 아이들 마음을 치유하고 남한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을 교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의 분쟁과 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남한과 북한의 갈등 또한 서로서로 ‘우리는 다르다’고 보는 데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준비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은 더 열린 것 같습니다.” 김 대표의 마지막 말에서 ‘탈북자는 먼저 온 통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