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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다문화 어울리는 교육 해야”

이주민·다문화 가족 문제 담은 책 <세계시민 교과서> 펴낸 이희용 기자

등록 : 2018-11-29 15:52 수정 : 2018-11-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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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탕,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고문

어릴수록 다문화 수용성 지수 높아

“단군, 최초의 다문화 가족 자녀”

‘이주민, 역사 속 늘 마주한 문제’ 논점

를 펴낸 이희용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고문이 최근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던 중 다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교육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어린이와 청소년은 스펀지와 같다.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다문화·이주민 등에 대해 잘 받아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다문화에 친숙하도록 교육을 하고 함께 어울릴 기회를 자주 만들어줘야 한다.”

최근 이주민·다문화 가족 문제 등을 주제로 쓴 칼럼을 바탕으로 새 글을 추가해 <세계시민 교과서>를 펴낸 이희용(58)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고문은 지난 13일 또래들에게 집단 폭행당한 뒤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한 러시아계 다문화 가족의 중학생(14)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조심스럽게 말을 열었다.

이 고문은 “개연성은 있지만 아직 죽은 중학생이 다문화 학생이어서 집단 괴롭힘의 표적이 됐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일찍부터 유치원과 각급 학교에서 다문화 이해 교육,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 세계시민 교육을 적극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그 사례로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조사해 발표하는 다문화 수용성 지수를 거론했다.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외국인을 이웃으로 삼을 수 있는지, 외국인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보는지 등에 관해 질문해 측정하는데, 나이가 적을수록 이주민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것이다.


이 고문이 쓴 <세계시민 교과서>는 이주민·다문화 교육을 위한 교재로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이주민과 다문화 가족, 난민 문제 등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흥미롭고 풍부한 지식을 전해주어 눈길을 끈다.

그는 단군 신화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단군의 자손이라고 믿고 있는데, 단군 신화의 글귀를 자세히 뜯어보면 이는 착각임을 알 수 있다”면서 “(웅녀와 결혼한)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오기 전에 이미 이 땅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고, 단군은 나라를 연 시조일 뿐, 백성들의 조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군은 문헌상 최초의 다문화 가족 자녀라고 주장한다.

“학자들은 환인의 아들 환웅과 곰에서 변신한 웅녀의 결혼을 두고, 천신을 믿는 무리와 곰을 숭배하는 부족의 결합으로 풀이한다.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다문화 가족이 탄생한 것이다.”

다문화 가족은 2017년 기준으로 31만 가구, 가구원은 96만 명을 헤아린다. 학령기에 든 다문화 가족 자녀도 계속 늘어나 2018년 초·중·고교 다문화 학생은 12만2212명을 기록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가족 출생아가 전체 출생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해 출생아 20명 중 1명은 다문화 가족 아이인 셈이다.

이 고문은 다문화 가족이란 표기에 대해서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4월 처음으로 ‘결혼이민자 가족과 사회 통합지원대책’에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혼혈인이란 용어의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다문화 가족이란 용어가 입법화하고 법률 조문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 고문은 “다문화 가족이라는 말은 여전히 차별적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면서 “일반인 사이에서는 다문화라고 하면 국제결혼 가족뿐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 등을 모두 일컫는 말로 쓰인다. 좁게는 아시아계 결혼이민자 가족을 비하하는 말로도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문화 가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대신 이주민 가족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소개했다.

제주도 난민 논란에도 그는 목소리를 보탰다. “우리나라에서도 6·25전쟁 중 많은 난민이 발생해 각국의 도움을 받았다. 유엔난민기구 집계에 따르면 2017년 말까지 한국인 난민 신청자는 631명이고, 이 가운데 병역 거부자나 성소수자 등이 프랑스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난민 인정을 받았다. 난민 문제를 남의 일처럼 여길 수만은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그는 전폭적인 난민 수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 “영국과 일본은 난민 문제에 더욱 폐쇄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니까 무조건 국경의 빗장을 열자는 이야기는 아니고 잘 관리하자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고려는 글로벌 왕국이자 다문화 국가 △귀화 성씨 이야기 △근대 조선에 영향을 준 외국 인물 등, 역사 속 흥미로운 이주민 이야기를 풀어내며 다문화 가족이나 이주민 문제를 역사 속에서 우리가 늘 마주한 문제라고 환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고문은 연합뉴스에서 대중문화팀장, 미디어전략팀장을 거쳐 2012년 8월부터 한민족센터에 배속돼 재외 동포와 다문화 분야를 담당해왔다. 2016년 5월부터 2018년 5월 연합뉴스 혁신위원장을 맡을 때까지 2년 동안 매주 한 번도 쉬지 않고 쓴 칼럼을 바탕으로, 내용을 보완해 책을 출간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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