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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주민자치회 1단계 시범 26동 활동 3년차…종암동 행안부 장관상
매달 자발적으로 모여 마을 앞 청소 척척…자치회 위원 61명 열성적 참여
2월21일 아침 7시 성북구 종암동 주민자치회가 기획해 진행하는 골목 청소에 자치회 위원들과 주민 80여 명이 참여했다. 참여 주민들은 7개 조로 나뉘어 동네 전체로 흩어져 청소했다.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목요일마다 하는 골목 청소는 지난해 종암동 주민총회에서 1순위로 꼽힌, ‘깨끗하고 안전한 동네‘를 위해 생활안전환경분과가 나서서 추진하는 주민자치사업이다. 정용일 기자 youngil@hani.co.kr
지난 2월21일 어스름한 새벽, 성북구 종암동주민센터 앞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공기가 제법 차갑다. 주민들은 몸을 움츠리고 인사를 나눈다. 약속 시각인 7시, 80여 명이 모였다. 3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는 다양하고 열에 일곱은 남성이다. 7개 조로 나눠 동네 전체로 흩어진다. 앞사람들은 큰 빗자루로 쓰레기를 쓸고 뒷사람들은 쓰레받기에 담아 비닐봉지에 넣는다. 손발이 척척 맞는다.
종암동 주민자치회 생활안전환경 분과가 주관해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하는 골목 청소 모습이다. 이날 참여 주민들은 50ℓ 봉투 60여 개 분량의 쓰레기를 치웠다. 고영룡 종암동장은 “주민자치회에서 매달 청소를 하면서 골목 쓰레기가 이전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고 전했다.
종암동은 2017년 성북구 동선동과 함께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 동으로 선정되었다. 시범 시행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의 ‘마을계획 사업’에 참여한 자치구 4곳(도봉·금천·성동·성북)의 26개 동에서 이뤄졌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정책과 예산에 실질적 결정 권한을 지닌 동 단위 생활 민주주의 플랫폼을 지향한다. 그동안 단순 참여·자문 기구에 머물렀던 동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새롭게 구성해 명실상부한 주민자치 대표 기구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주민자치회는 자치 계획 수립과 주민총회 개최(계획 수립권), 자치회관 운영(행정권), 참여예산안 수립·신청(예산권) 등의 권한을 갖는다.
종암동은 주민자치회 출범 때,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와 찾동 마을계획단 사이의 미묘한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마을 전체를 위한 거라면 같이 해보자고 어렵사리 뜻을 모아 추진할 수 있었다. 전 주민자치위원장이었던 이병한 주민자치회 회장은 “토박이들과 동네에서 자영업, 영세 제조업을 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주민단체가 20여 개나 되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500여 명에 이르다 보니, 50명 정도의 위원 구성이 순탄치는 않았다”고 했다.
사실 2008년 종암 1·2동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다. 논란 끝에 양쪽 동에서 단체장을 1년씩 돌아가며 해, 자연스럽게 통합이 이뤄졌다. 이런 경험이 새 주민자치회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됐다. 이 회장은 “어차피 가야 할 길이면 앞서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모았다”고 한다.
종암동 주민자치회 활동은 꽤 활발하다. 마을 의제를 찾고 자치 계획을 짜 실행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지난 연말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우수 사례 공모에서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5개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15건의 마을 의제를 찾아냈다. 이 가운데 야외공연장 조성 계획은 구가 실행하겠다고 해서 빼고, 14건을 주민총회에 올렸다. 35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해 우선순위를 정했다. 주민총회에서 1위로 꼽힌 의제 ‘깨끗하고 안전한 동네’를 위해 생활안전환경 분과와 문화체육 분과가 골목 청소와 골목 갤러리 만들기에 나섰다. 기획행정 분과는 불편한 버스 정류장 위치 옮기기, 폐가를 허물어 마을 공용주차장(15개 면)으로 활용하기를 추진했다. 보건복지 분과는 찾동의 동복지협의체와 협력해 홀몸어르신들의 나들이를 도왔고, 기존 주민단체에서 해오던 ‘주민 헌혈의 날’을 이어 열었다. 교육아동청소년 분과는 동네 소식지(<너나들이>)를 두 차례 펴냈고, 동네의 이육사 기념관 건립을 알리기 위한 ‘청포도 알알이 사업’을 했다. 현재 종암동 주민자치회 위원은 61명이다. 매달 2~3회 회의에 참석한다. 분과마다 사정에 맞게 회의와 뒤풀이 방식, 회비 액수를 정했다. 주민끼리라 해도 최소한의 약속과 규칙은 만들었다. 세대 간의 차이도 서로 이해하면서 경험이 쌓여갔다. 김지연 종암동주민센터 마을코디는 “과정마다 매 순간 힘들었지만, 그사이 주민들의 변화를 몸으로 느낀다”고 한다. 시흥3동 “주민총회에 참여 많이 하도록 찾아가는 투표 시행” 남부도로사업소 문제 조정안 내놓아 방학2동 마을계획단, 자치회로 잘 전환 금천구와 도봉구의 시범동 활동은 서울형 주민자치회 모델에 충실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박희선 서울시 주민자치사업단 부단장은 “두 자치구의 시범동에선 지원 체계가 잘 가동돼 다양한 주민이 모이고, 민주적 절차와 방식으로 동을 대표해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천구 시흥3동 주민자치회는 지난해 행안부의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우수 사례로 상을 받았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총회에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게 공을 들였다. 사전투표는 물론이고 길거리 투표, 찾아가는 투표를 했다. 금천고에는 학교 협조를 받아 점심시간에 급식실 앞에서 의제를 벽에 붙이고 투표함을 뒀다. 200명 정도의 학생이 투표에 참여했다. 주부나 어르신들을 위해 마트 앞에도 투표함을 놓았다.
종암동 주민자치회 활동은 꽤 활발하다. 마을 의제를 찾고 자치 계획을 짜 실행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지난 연말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우수 사례 공모에서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5개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15건의 마을 의제를 찾아냈다. 이 가운데 야외공연장 조성 계획은 구가 실행하겠다고 해서 빼고, 14건을 주민총회에 올렸다. 35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해 우선순위를 정했다. 주민총회에서 1위로 꼽힌 의제 ‘깨끗하고 안전한 동네’를 위해 생활안전환경 분과와 문화체육 분과가 골목 청소와 골목 갤러리 만들기에 나섰다. 기획행정 분과는 불편한 버스 정류장 위치 옮기기, 폐가를 허물어 마을 공용주차장(15개 면)으로 활용하기를 추진했다. 보건복지 분과는 찾동의 동복지협의체와 협력해 홀몸어르신들의 나들이를 도왔고, 기존 주민단체에서 해오던 ‘주민 헌혈의 날’을 이어 열었다. 교육아동청소년 분과는 동네 소식지(<너나들이>)를 두 차례 펴냈고, 동네의 이육사 기념관 건립을 알리기 위한 ‘청포도 알알이 사업’을 했다. 현재 종암동 주민자치회 위원은 61명이다. 매달 2~3회 회의에 참석한다. 분과마다 사정에 맞게 회의와 뒤풀이 방식, 회비 액수를 정했다. 주민끼리라 해도 최소한의 약속과 규칙은 만들었다. 세대 간의 차이도 서로 이해하면서 경험이 쌓여갔다. 김지연 종암동주민센터 마을코디는 “과정마다 매 순간 힘들었지만, 그사이 주민들의 변화를 몸으로 느낀다”고 한다. 시흥3동 “주민총회에 참여 많이 하도록 찾아가는 투표 시행” 남부도로사업소 문제 조정안 내놓아 방학2동 마을계획단, 자치회로 잘 전환 금천구와 도봉구의 시범동 활동은 서울형 주민자치회 모델에 충실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박희선 서울시 주민자치사업단 부단장은 “두 자치구의 시범동에선 지원 체계가 잘 가동돼 다양한 주민이 모이고, 민주적 절차와 방식으로 동을 대표해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천구 시흥3동 주민자치회는 지난해 행안부의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우수 사례로 상을 받았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총회에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게 공을 들였다. 사전투표는 물론이고 길거리 투표, 찾아가는 투표를 했다. 금천고에는 학교 협조를 받아 점심시간에 급식실 앞에서 의제를 벽에 붙이고 투표함을 뒀다. 200명 정도의 학생이 투표에 참여했다. 주부나 어르신들을 위해 마트 앞에도 투표함을 놓았다.
지난해 6월29일 금천구 시흥3동 금천고 급식실 앞에서 시흥3동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학생들에게 주민총회를 알리고 사전투표를 안내하고 있다. 시흥3동 주민자치회 제공
주민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데 발 벗고 나서기 위해 생활민원조정 특별분과를 꾸렸다. 시흥3동으로 이전해 오는 남부도로사업소 문제가 몇 년째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생활민원조정 분과에서 주민들, 남부도로사업소, 행정 각각의 의견을 듣고 조정안을 만들어 한자리에 모아놓고 논의해 일단락을 지었다. 김명자 시흥3동 주민자치회장은 “100%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더라도 주민들은 주민자치회 중재안을 받아들였고, 일부는 주민자치회 분과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도봉구 방학2동은 마을계획단을 주민자치회로 잘 전환한 사례로 꼽힌다. 애초 찾동의 마을계획단을 시작할 때 주민자치회의 전 단계로 인식을 공유했다. 마을 일을 하고 싶은 주민 누구나 마을계획단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마을계획단 구성원 42명이 자연스럽게 주민자치회(45명)로 넘어왔다.
마을계획단 경험을 살려 주민들에게 필요한 활동을 적극 펼쳤다. 지난해 폭염 때는 무더위 쉼터를 행정에 먼저 요구해 마련했다. 운영도 직접 했다. 형식적인 운영이 아닌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 밤늦게까지 열고 간단한 먹을거리도 준비했다. 수해가 났을 때도 주민자치회 임원들이 신속하게 연락해 위원들이 나서서 빠른 복구를 위해 일손을 보탰다. 윤은숙 방학2동 주민자치회장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게 주민의 관심을 반영한 분과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행안부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성동구 마장동 주민자치회는 서울형으로 운영 방식을 바꾸면서 변하고 있다. 김성찬 마장동 주민자치회 사무국장은 “임원회 중심에서 분과회 중심으로 가면서 생각지 못한 의견들이 나오고 여러모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마을의 의제를 찾기 위해 동네를 둘러보고, 주민들을 인터뷰하며 자원조사에도 나서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67건의 의제가 나왔다. 회의를 거쳐 주민총회에 13건을 올려 9개가 선정됐다. 동네에 축산물 시장이 있어 주민들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엠(EM, 친환경 유용 미생물)을 활용한 환경 정화와 악취 저감 캠페인이 우선 사업으로 뽑혔다. 동주민센터 이엠 발효기에서 발효액을 만들어 아이들과 마을 곳곳에 뿌려 악취를 줄이는 활동을 했다.
한편,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 사업의 서울시 주민자치사업단인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는 2018년 서울형 주민자치회 사례집 <마을을 움직이는 주민자치 이야기>를 지난달 발간하고, 누리집에 공개했다. 박희선 부단장은 “시범동의 현장 경험이 주민자치의 첫걸음을 준비하는 동네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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