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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회 구성의 개방·공정성 가장 중요
시범동, 주민세 7천만~2천만원 수령
주민 결정하면 행정은 지원하는 방식
7월까지 자치 계획 마무리 일정 빠듯
올해부터 서울형 주민자치회 도입이 본격화된다. 1단계 4개 자치구(금천·도봉·성동·성북)는 시범동에 이어 46개 동에 확대 시행한다. 2단계 11개 자치구(강동·강서·관악·노원·동대문·동작·마포·서대문·양천·은평·종로)는 55개 동에 시범 운영하고, 3단계 5개 자치구는 시범동을 선정한다. 서울 자치구의 80%가 서울형 주민자치회 운영에 나서는 셈이다. 시의 민선 7기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기본계획’(찾동 2.0)에 따르면 2022년까지 424개 모든 동에 도입된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찾동 사업을 하면서 복지 서비스가 골목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주민자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걸 확인했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주민참여 조직인 주민자치회와 연결한 제도를 설계해, 2017년부터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도입했다. ‘찾동 2.0’엔 주민결정권 강화를 담았다. 최순옥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은 “찾동의 마을계획단 운영을 통해 참여 주민들이 마을 문제 해결에 의견을 내고 실행하는 활동을 하면서 주민자치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특징은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민 대표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출 과정이 공정해야 하며, 다양한 주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50여 명의 주민자치회를 꾸리는 과정의 공정성과 구성의 다양성이 가장 중요했다. ‘주민 누구나’에 충실하기 위해 6시간의 주민자치학교 교육을 이수한 주민 가운데 추첨으로 위원을 뽑는다. 성별(특정 성 비율 60% 이하), 연령별(40대 이하 15%) 할당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제도를 설계했다. 주민은 위원이 아니더라도 관심 있는 분과에 참여할 수 있다. 주민총회를 도입해 주민 누구나 참여해 자치 계획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자치학교 교육을 6시간 받은 주민을 대상으로 추첨해 위원을 선정하게 되어 있다. 사진은 양천구 목3동 주민자치학교 모습. 양천구 제공
주민자치회가 자치 계획을 실행할 수 있게 재정적 지원도 넓혀간다. 서울시와 자치구의 참여예산 동 사업선정권을 가진다. 올해부터 사업 3년 차인 26개 시범동에는 주민세(개인균등분 4800원)를 돌려보낸다. 동마다 많게는 7천만원(독산1동), 적게는 2천만원(금호1가동)으로 평균 3800만원을 받는다.
‘주민이 결정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방식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게 지원 틀을 갖췄다. 행정의 담당부서와 민간의 주민자치사업단을 둔다. 시(자치행정과·지역공동체담당관), 구(자치·마을과), 동(주민자치팀)의 담당 부서는 예산 교부와 행정 지원, 주민자치회 사업 모니티링을 한다. 시 주민자치사업단(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은 민관 협력 지원과 사업 설계 등을 하며, 자치구 마을지원센터(주민자치사업단, 동자치지원관)는 주민자치회 활동을 촉진하고, 역량 강화를 돕는다. 시는 시범 사업에서 자치구 마을지원센터의 인건비와 사업비, 주민자치회 간사 활동비 50%를 지원한다.
시범동 현장에서는 제도의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보완의 목소리도 적잖다. 우선 주민자치회가 자치회관이나 커뮤니티 공간 등을 운영하고 보조금 형태의 예산을 다루려면 재원과 사람을 갖춘 사무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자치구 마을자치센터의 인건비와 사업비를 시범 기간 동안 지원하고, 이후 주민자치회는 자치회관 운영 등의 수익으로 사무국을 꾸려나가야 한다. 김일식 금천구 주민자치사업단장은 “실제 자치회관 운영에서 사무국을 운영할 정도의 수익을 내기는 거의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사무국 운영을 위한 별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빠듯한 추진 일정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참여예산의 일정상 주민자치회는 7월까지 주민총회를 거친 자치 계획을 내야 한다. 의제를 발굴해서 논의하고, 두세 달 안에 주민총회 의결까지 마무리 짓기는 쉽지 않다. 이영기 도봉구 주민자치사업단장은 “참여 주민들은 자치 경험에 보람을 느끼면서도 이구동성으로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 힘들다고 한다”며 “주민의 호흡에 속도가 맞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원체계도 보완이 필요하다. 역량 있는 민간 사업단 선정이나 자치지원관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많아 자치구가 직접 지원하는 곳도 있다. 정병순 서울연구원 협치지원센터장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여러 모델을 놓고 현실적인 타당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획일적인 방식은 자칫 겉돌 수 있으며, 다양한 주민이 참여해 역량을 키워갈 수 있게 열린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생활 의제에 대한 정책과 예산을 주민들이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갖는 주민대표기구다. 사실상 풀뿌리 주민자치가 이뤄지는 기틀이라고 할 수 있다. 최순옥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은 “제도가 안정되면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동 주민들 여건에 맞춰 진행할 수 있게 속도를 조절하며, 예산 투입 과정 등의 미비한 점은 보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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