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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스타트업 2기 ‘드림랩’과
연세대 고등교육혁신원 시범사업
사회문제 체계적 해결 방법론 교육
학기 중에도 발전·보완하도록 지원
지난 4일 오후 서대문구 연세대 스팀슨관 104호에서 한동현 드림랩 대표(왼쪽부터)가 ‘드림랩 인 연세’에서 ‘발달장애인 성교육 개선 프로젝트’를 수행한 고지연·김은수·백민경씨와 이야기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난 4일 오후 서대문구 연세대 스팀슨관 104호에서는 발달장애인 성교육용 ‘질문 카드’를 놓고 토론이 한창이었다. 김은수(22·문화인류학과 4학년)씨의 발표가 끝나자 고지연(22·중어중문학과 3학년)씨는 “부모님이 ‘질문 카드’를 통해 자위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자녀와 이야기해보자는 우리의 제안이 처음 듣는 사람들에겐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들리지 않을까”라고 고민했다. 백민경(23·신소재공학과 4학년)씨는 “성을 터부시하는 환경에서 자란 부모님 세대의 변화를 위해 ‘질문 카드’라는 놀이 형식을 택했던 건데, 발표 내용을 줄이다보니 설명이 부족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세대 고등교육혁신원과 비영리 스타트업 ‘드림랩’이 겨울방학 6주 동안 진행한 ‘드림랩 인 연세’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나 ‘발달장애인 성교육 개선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이틀 뒤 열리는 최종 성과공유회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고씨는 “지난 학기에 고등교육혁신원의 사회 혁신 역량 교과목을 수강했는데, 우수 프로젝트로 뽑힌 학생은 방학 동안 이 프로그램에서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공지를 봤다”며 “수업 시간에는 학점도 신경 써야 하고 다른 학생들과 경쟁도 해야 하는데, 방학 때는 정말 하고 싶은 사람들만 모일 테니 같이하면 재미있고 배울 것도 많을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좀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익히고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드림랩 인 연세’에 참가한 17명의 학생은 처음 2주 동안 사회 혁신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방법을 배운 뒤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팀끼리 구상한 사회문제 해결 프로그램을 4주 동안 실행했다. 고씨는 “보통 문제에 접근할 때 어떻게 해결할지 솔루션(해결책)과 결과물에 집착하게 되는데, 드림랩 강사분들은 한 달 내내 솔루션이 안 나오더라도 원인 분석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강조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제대로 된 솔루션을 내기 위해선 원인 분석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드림랩은 지난해 ‘비영리 스타트업’ 2기로 뽑혀 서울시엔피오(NPO)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서울 지역 대학생 11명의 공익 활동 관련 기초 교육을 한 바 있다. 한동현(24) 드림랩 대표는 “교육할 때 ‘따뜻한 마음만 갖고 행동하면 안 된다’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한다”며 “진짜 하려는 일을 달성할 수 있는지,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에서 공익 활동을 꿈꾸는 학생들이 학교의 지원을 받아 방학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등교육혁신원 쪽은 “취업 준비에 바쁜 학생 처지에서 6주 프로그램은 너무 힘들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일단 시범 사업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학생들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다. ‘학점도 안 나오고, 스펙에 도움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매주 모여 함께 밤을 새울 정도로 열정적으로 임했다. 국내 발달장애인 성교육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청소년 성교육 전문기관 ‘탁틴내일’을 방문한 김씨는 “발달장애인에게 화장실 이용법을 가르칠 때 ‘남자 화장실이니까 이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식의 교육이 가능한 사람과, 무조건 왼쪽 화장실만 들어가도록 훈련만 가능한 사람을 구분한다는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발달장애인에게 성교육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성교육놀이개발소 유니콘의 오지연 대표를 인터뷰한 고씨는 “방문하기 전에는 막연하게 성교육 교재가 부족하겠거니 생각했는데, 교재가 있어도 성을 터부시하는 보호자들이 가정에서 교육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전했다. 백씨는 “그 부분을 고려해 부모님부터 성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보니 놀이 형식이라는 솔루션을 찾게 됐다”며 “한 달 동안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매주 드림랩의 점검을 받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 탄탄한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발달장애인 가정에서 성교육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문제 인식만 갖고 있었는데, 고려해야 할 지점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져 단계적 논리 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진행해왔다”며 “시작은 분명 느렸지만 굉장히 열심히 해줘서 완성도를 빠르게 높였다. 졸업을 앞둔 고학년 친구들이 공익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저녁 연세대 알렌관 무악홀에서 열린 ‘드림랩 인 연세’ 최종 성과공유회에서는 모두 5팀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남석인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 혁신활동센터장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정작 학생들은 자신의 프로젝트 결과에 아쉬움이 많았다. 백씨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려고 했는데 방학이라 장애학교 쪽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데다 시간이 부족해 아쉽게 포기했다”며 “학교에서 학기 중에도 계속 지원해준다고 해 프로젝트를 보완하고 이어나갈 방안을 팀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런 학생들의 열정 덕분에 올 여름방학에도 ‘드림랩 인 연세’를 계속 진행하는 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사회 혁신을 하거나 사회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면 열정만 갖고 무작정 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드림랩 인 연세’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식을 단계적으로 설정하는 등 사회문제를 논리·체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론을 배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무슨 일이든 이번에 배운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드림랩 인 연세’에 참가한 17명의 학생은 처음 2주 동안 사회 혁신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방법을 배운 뒤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팀끼리 구상한 사회문제 해결 프로그램을 4주 동안 실행했다. 고씨는 “보통 문제에 접근할 때 어떻게 해결할지 솔루션(해결책)과 결과물에 집착하게 되는데, 드림랩 강사분들은 한 달 내내 솔루션이 안 나오더라도 원인 분석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강조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제대로 된 솔루션을 내기 위해선 원인 분석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드림랩은 지난해 ‘비영리 스타트업’ 2기로 뽑혀 서울시엔피오(NPO)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서울 지역 대학생 11명의 공익 활동 관련 기초 교육을 한 바 있다. 한동현(24) 드림랩 대표는 “교육할 때 ‘따뜻한 마음만 갖고 행동하면 안 된다’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한다”며 “진짜 하려는 일을 달성할 수 있는지,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에서 공익 활동을 꿈꾸는 학생들이 학교의 지원을 받아 방학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등교육혁신원 쪽은 “취업 준비에 바쁜 학생 처지에서 6주 프로그램은 너무 힘들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일단 시범 사업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학생들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다. ‘학점도 안 나오고, 스펙에 도움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매주 모여 함께 밤을 새울 정도로 열정적으로 임했다. 국내 발달장애인 성교육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청소년 성교육 전문기관 ‘탁틴내일’을 방문한 김씨는 “발달장애인에게 화장실 이용법을 가르칠 때 ‘남자 화장실이니까 이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식의 교육이 가능한 사람과, 무조건 왼쪽 화장실만 들어가도록 훈련만 가능한 사람을 구분한다는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발달장애인에게 성교육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성교육놀이개발소 유니콘의 오지연 대표를 인터뷰한 고씨는 “방문하기 전에는 막연하게 성교육 교재가 부족하겠거니 생각했는데, 교재가 있어도 성을 터부시하는 보호자들이 가정에서 교육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전했다. 백씨는 “그 부분을 고려해 부모님부터 성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보니 놀이 형식이라는 솔루션을 찾게 됐다”며 “한 달 동안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매주 드림랩의 점검을 받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 탄탄한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발달장애인 가정에서 성교육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문제 인식만 갖고 있었는데, 고려해야 할 지점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져 단계적 논리 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진행해왔다”며 “시작은 분명 느렸지만 굉장히 열심히 해줘서 완성도를 빠르게 높였다. 졸업을 앞둔 고학년 친구들이 공익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저녁 연세대 알렌관 무악홀에서 열린 ‘드림랩 인 연세’ 최종 성과공유회에서는 모두 5팀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남석인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 혁신활동센터장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정작 학생들은 자신의 프로젝트 결과에 아쉬움이 많았다. 백씨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려고 했는데 방학이라 장애학교 쪽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데다 시간이 부족해 아쉽게 포기했다”며 “학교에서 학기 중에도 계속 지원해준다고 해 프로젝트를 보완하고 이어나갈 방안을 팀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런 학생들의 열정 덕분에 올 여름방학에도 ‘드림랩 인 연세’를 계속 진행하는 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사회 혁신을 하거나 사회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면 열정만 갖고 무작정 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드림랩 인 연세’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식을 단계적으로 설정하는 등 사회문제를 논리·체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론을 배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무슨 일이든 이번에 배운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