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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직속 ‘청년청’과 청년 시정참여기구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가 양대 축
3월31일 출범식…서울청년시민위원이 일자리경제·복지안전망 등 8개 분과 활동
3월14일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학생회관 앞에서 대학생들이 서울시의 청년 정책과 청년자치정부 홍보물을 읽고 있다. 서울시 청년자치정부는 3월31일 출범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시가 청년에게 더 많은 권한을 나눠주는 청년자치정부 시대를 열겠다고 합니다. 여러분을 괴롭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남겨주시면 청년자치정부가 여러분과 함께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달 14일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학생회관 앞에서 서울시 청년자치정부 추진위원회 차혜영 운영위원장이 학생들에게 외치고 있었다.
지나가던 유성재(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3학년)씨는 서울시 청년 정책 8개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판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한참 고민했다. 무중력지대(청년공간),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청년 뉴딜 일자리, 청년 예술인 지원,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역세권 2030 청년주택, 희망두배청년통장, 청년 고민상담소 마음톡톡(마음건강 지원) 가운데 청년수당을 선택했다. “다른 정책보다 조금 더 현실적인 청년수당과 청년통장을 놓고 고민했다. 청년통장은 이자를 더 주는 건 좋은데, 저축할 돈을 마련하는 것도 부담이라 당장 지원받을 수 있는 청년수당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대학가와 청년 밀집 지역을 찾아 서울시 청년자치정부와 청년 정책을 알리고 있는 차 위원장은 “서울시 청년 정책에 대해 알고 있는 대학생들도 이 정책을 청년들이 제안하고 만들었다는 건 잘 모르더라”고 했다.
3월1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청년자치정부 시정참여 아카데미’에서 만난 직장인 제수민(27)씨도 지난해 청년수당을 받은 뒤에야 청년수당 제안자가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회원들이라는 걸 알게 됐다. “청년수당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저소득층 관련이라 생각했지, 저도 받을 수 있는 줄은 몰랐어요. 친구가 청년수당을 받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봤는데 ‘서울시가 청년에게 필요한 시간을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젊음’이라는 시간을 팔아서 돈을 번다고 느낄 때라 나도 지원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뒤 사회복지기관과 시민단체 등에서 근무하다 과중한 업무와 계약직 차별 등 ‘현실 사회’에 부딪힌 제씨는 스스로 ‘갭이어’(진로를 찾는 시간)를 선택했다. 청소년상담사와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교재 대금과 시험 비용은 그에게 목돈 수준의 부담이었다.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월 50만원씩 나온 청년수당이 큰 도움이 되었다. “금전적인 것뿐 아니라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청년수당을 받게 되면 관계망 지원사업인 ‘동네 모임’에 꼭 참여해야 하는데, 또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었거든요.” 회사 면접을 앞두고 ‘한두 번 입을 면접용 정장을 사야 하나’ 고민하는 그에게 정장을 무료로 빌려주는 서울시 ‘취업날개' 서비스를 알려준 것도 동네 모임 친구들이었다. 서울청년시민위원 “의사 결정할 권한 부여받아 책임감 막중” 위원 1천여 명 1년 4차례 서울청년시민회의 참석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뒤 사회복지기관과 시민단체 등에서 근무하다 과중한 업무와 계약직 차별 등 ‘현실 사회’에 부딪힌 제씨는 스스로 ‘갭이어’(진로를 찾는 시간)를 선택했다. 청소년상담사와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교재 대금과 시험 비용은 그에게 목돈 수준의 부담이었다.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월 50만원씩 나온 청년수당이 큰 도움이 되었다. “금전적인 것뿐 아니라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청년수당을 받게 되면 관계망 지원사업인 ‘동네 모임’에 꼭 참여해야 하는데, 또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었거든요.” 회사 면접을 앞두고 ‘한두 번 입을 면접용 정장을 사야 하나’ 고민하는 그에게 정장을 무료로 빌려주는 서울시 ‘취업날개' 서비스를 알려준 것도 동네 모임 친구들이었다. 서울청년시민위원 “의사 결정할 권한 부여받아 책임감 막중” 위원 1천여 명 1년 4차례 서울청년시민회의 참석
3월17일 서울시청에서 ‘청년자치정부 시정참여 아카데미’가 열렸다. 최근 서울청년시민위원에 가입한 직장인 제수민(오른쪽)씨가 다른 참석자와 토론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난해 말 취업에 성공한 제씨는 “어떻게 하다보니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청년자치정부에 참여하고 있다”며 신기해했다.
“청년수당 모임할 때 청년의 목소리를 더 구체적으로 내기 위해 청년자치정부를 만들려 한다는 이야기는 듣긴 했어요. 지난달 6일 회사가 있는 광진구에서 청년자치정부설명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가서 들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했어요. 평소에 공공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항상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설명회를 들으며 그게 아니라 제가 주변에 민감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 가입했습니다.”
청년자치정부의 한 축을 이루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는 청년 문제를 당사자가 참여해 해결하는 시정참여 기구다. 기존에는 서울청년의회를 연 1회 열어 청년수당, 희망두배청년통장 같은 정책을 제안하고, 시가 이를 수용해 정책에 반영하는 식으로 운영했다. 올해부터 연 4회 서울청년시민회의를 여는 등 상설 운영으로 바뀌면서 역할도 늘어났다. 정책 발굴부터 설계, 숙의, 결정 등 거의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서울시 청년청 이정훈 청년교류팀장은 “2013년 8월 ‘서울시에서 청년 100명과 머리를 맞대고 청년 정책을 만든다’며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발대식이 열렸다. 서울시 공문서에 ‘청년 정책’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지금은 부산, 경기도 등 15개 지방자치단체에 청년정책네트워크가 구성될 정도로 빠르게 퍼졌다”고 말했다.
김희성 서울시 청년명예시장은 “과거에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통제하고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제는 사회문제를 정부가 다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문제의 당사자인 시민이 참여해 문제를 해결한다”며 “서울시의 청년정책 전담 부서를 확대한 청년청과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를 합친 청년자치정부는 청년들이 문제를 스스로 다스리고 해결하는 합동 정부 조직으로, 역사상 한국에서는 한 번도 없었던 시도”라고 평가했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회원인 서울청년시민위원은 일자리경제·복지안전망·민주주의·교통환경·교육문화·도시주거·건강·평등 분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활동하게 된다. 김희성 명예시장은 “서울청년시민위원들이 각 분과에서 어떤 문제를 다룰까, 어떤 정책을 만들까 논의한 뒤 분기마다 서울청년시민회의에 모여 결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제씨는 건강 분과에 관심이 많다. 청년수당의 마음건강 지원사업인 ‘마음 상담’에서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판정받았던 친구 때문이다. “하는 것마다 어설프고 잘 안 된다며 자기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였는데, 마음 상담을 받으면서 우울감도 덜해지고 ‘나도 뭘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며 관점이 달라지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청년수당을 돈만 지원해주는 거라 생각하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청년수당이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날 시정참여 아카데미에는 청년자치정부가 정치적 포퓰리즘이 아닌가 궁금해서 왔다는 청년도 있었다. 제씨는 “직접 청년수당을 받아보니 포퓰리즘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의 첫걸음인 것 같다”며 “다른 청년들을 만나면서 들은 얘기들이 소중했고 ‘어떻게 하면 내가 좀더 행복할 수 있을까’ 미래를 고민했던 때가 20대의 터닝포인트였다”고 했다.
3월31일 오후 광진구 능동로 세종대학에서 서울시 청년자치정부 출범식이 열렸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6년 동안 청년들과 함께 만든 주요 청년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며 “청년 정책 거버넌스의 권한을 확대해 청년과 함께 정책을 기획·설계·결정하는 청년자치정부를 통해 청년 문제는 물론 앞으로 겪게 될 미래 문제에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출범식이 끝난 뒤 1회 서울청년시민회의가 이어졌다. 이날 서울청년시민위원으로 위촉된 제씨는 다른 위원 1천여 명과 함께 올 한 해 서울청년시민회의의 활동 과제를 논의했다.
“제가 하는 일이 공공을 위해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 저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서울시 예산을 짜는 데 의사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책임감과 부담감이 막중하네요. 일반 시민일 때보다 조금 더 민감해지고 세심해지겠습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