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서울시, 2017년 세운상가 옥상 개방
역사문화적 경관 조성 위해 3곳 심사
낙원상가 옥상도 주민과 협의
종로구·서대문구도 올해 옥상 행
종로구 장사동 세운 옥상에서 바라본 서울 모습. 저 멀리 남산 아래로 서울 시내가 펼쳐져 있다
4월26일 세운상가 9층 옥상에 올라서니 종묘, 남산 등이 눈앞에 다가왔다. 고풍스러운 옛 건물 옆으로 눈을 돌리자 고층 건물 사이로 수십 년 전에 지은 낡고 낮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심 속 건물들을 통해 서울의 ‘축적된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서울시는 2017년 9월 종로구 청계천로 159 세운상가 9층 옥상(2572㎡)에 옥상 공원과 전망대를 개장했다. 지난해 8월부터 운영 협약을 맺어 세운상가아파트관리회가 옥상을 관리하고 있다. 세운옥상은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길현기 서울시 역사도심재생과 다시세운팀 주무관은 “옥상 문을 거의 잠가놓았던 것을 재생 차원에서 자원화로 결정했다”며 “종로 쪽 전망이 보이는 곳이 제일 좋은 곳”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세운 옥상을 시작으로 서울에서 고궁 등 역사문화적 경관을 조망할 수 있고 휴식 장소로 가치가 있는 건물을 대상으로, ‘서울옥상’ 조성 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의 역사 도심 안에 있는 건물을 선정해 열린 옥상 공간을 만들고 체계적 관리 운영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조선 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종묘가 내려다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기초 조사를 바탕으로 3곳 정도 대상지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기초 조사 분석을 마무리 지으면 연말까지 기본계획을 세우려 하는데, 대상지가 정해지면 건물주와 건물 개방에 대해 협의해야 해서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서울시는 이외 낙원상가 옥상도 시민들에게 개방하기 위해 주민들과 협의하고 있다.
이기원 역사도심재생과 도심계획팀장은 “외국에도 옥상 명소가 많은데, 지역 활성화와 핫플레이스로 활용된다”며 “600년 고도인 서울도 역사 도심 내에 열린 옥상을 조성해 조망, 휴식, 관광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간다면 지역 활성화, 역사적 정체성과 역사 도시 위상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총사업비 205억원을 들여 중구 ‘정동 역사재생활성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제국의 길 탐방로, 정동 지역 한양도성 순성길 조성과 함께 재개관하는 세실극장의 옥상을 명소로 만드는 사업이다.
정동 지역은 근현대의 역사문화 자산이 집적된 도심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쇠퇴하고 있어,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역사 명소화를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는 덕수궁과 성공회 성당을 조망할 수 있는 세실극장 옥상 운영 방안도 건물주와 협의하고 있다. 서울시는 정동 일대를 역사 재생으로 역사 명소로 만들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서울시 공유도시팀은 공간 공유 사업을 신청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을 지원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옥상 공유 사업을 신청한 지자체가 줄었다. 도봉구가 어린이도서관 옥상에서 시문학 강연과 시낭송대회 등 ‘별헤는밤 별빛축제’를 열 계획이다. 서대문구는 ‘옥상 위 글로벌 축제’를 열 계획인데, 6월에 세계 여러 나라의 춤을 배울 수 있는 축제가 있을 것이다.
은평구는 7월에 은평공유센터 옥상과 서울혁신파크 옥상 등에서 캠핑을 할 계획이다. 성동구는 9월에 성동공유센터 홍보와 문화 확산을 위한 옥상 축제를 준비한다. 공유기업과 연계해 요가, 책 읽기, 버스킹 등을 할 계획이다. 이윤수 서울시 공유도시팀장은 “별도의 옥상 공유 관련 행사는 아직 준비하고 있지 않지만 6월 공유의 날에 공유기업 워크숍 등을 할 계획이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를 비롯해 종로구, 중구 등 서울시 25개 지자체 중 9개 구가 활발하게 옥상 행사를 했다. 종로구는 ‘아름꿈 도서관 우리동네 특별한 선물’ 행사로 도서관 4층 옥상과 옥상에 설치된 소무대를 활용해 열린 독서 공간과 문화행사를 마련했다. 중구는 옥상 녹화 사업을 완료한 공공기관과 민간 건물에서 버스킹, 토크쇼 등을 했다. 성동구는 성동공유센터 옥상에서 옥상 축제, 도봉구는 어린이도서관 옥상에서 예술축제를 열었다.
은평구는 은평공유센터 등 3개 건물 옥상에서 미술품 전시와 공연을 했다. 서대문구는 구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교류를 위한 글로벌 옥상 축제를 마련했다. 멀티플렉스를 벗어나 지역 내 옥상에서 주민참여형 다양성 영화제도 열었다. 송파구는 주민센터 옥상에서 버스킹, 전시회,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했다.
서울시 공유도시팀은 지난해 10월에 서울혁신파크 상상청과 옥상에서 초·중학생에게 청소년 공유 캠핑을 5차례 열었다. 청소년 공유 탐방 캠핑을 했는데 비엠, 히든북, 꿈꾸는 다락방, 프렌트립, 은평이품앗이 등 공유 기업·단체 5곳이 함께했다. 공유경제에 대한 기본 이론 교육과 공유경제 응용 놀이학습, 공간 공유와 물품 공유 체험, 재능 공유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공유도시팀은 올해도 캠핑을 하면서 다양한 행사를 하는 청소년·시민 공유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이윤수 팀장은 “사회문제 해결에 행정의 우선순위를 두다보니 옥상 활용 문제는 조금 밀려나 있지만 참여자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