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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좋아지고 주민 행복한 모습 보람”

등록 : 2019-05-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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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권유로 구로안사모 2005년 가입

월 2~3회 안양천 수질검사, 정화 활동

봉사 1천 시간, 지난해 구민상 받아

자연과 함께하는 인성교육 준비

4월21일 아침 7시 안양천 변에서 구로 안양천을 사랑하는 시민들 모임(안사모)의 ‘왕고참’ 서명숙(사진 가운데)씨가 물사랑봉사단 청소년들과 함께 간이 수질 검사를 하고 정화 활동을 했다. 서씨는 2005년부터 15년째 안사모 활동을 하며, 1천여 시간의 봉사로 지난해 환경 분야 구로구 구민상을 받았다. 최미영 제공

올해도 안양천의 벚꽃 축제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죽어갔던 하천이 생태 하천으로, 자연 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총 33㎞의 안양천은 서울 7개 자치구(관악·금천·구로·동작·양천·강서·영등포구)와 경기도 3곳에 걸쳐 있다.

1999년 4월 이들 지방자치단체는 안양천수질개선대책협의회를 만들었다. 민간에서도 주민모임이 잇따라 생겨났다. 구로구에서는 ‘안양천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안사모)이 2002년에 생겨 18년째 안양천 수질 개선과 정화 활동을 해왔다.

일요일 이른 아침인 4월21일 아침 7시, 고척교 아래 안양천 변에 중·고등학생 45명과 엄마들 30여 명이 모였다. 안사모 회원과 청소년 자녀로 꾸려진 ‘물사랑봉사단’ 단원이다. 매달 넷째 주 일요일 아침에 모여 간이 수질검사와 쓰레기 줍기 활동을 한다.


“얘들아, 오늘 수질은 어때?” “부유물이 많아요. 수질이 안 좋게 나왔어요.” 안사모의 ‘왕고참’ 서명숙(51)씨와 아이들이 키트 검사를 하며 걱정한다. 전날 내린 비 탓에 물속 오염물질들이 떠올라 물 색깔이 탁하고 냄새도 난다. 아이들은 떠온 물과 시약을 섞어 바뀌는 색깔을 검사한다. 산소요구량, 수소이온농도, 질소 등 8가지를 측정했는데 일부가 조금 나쁘다고 나왔다. 아이들은 ‘세제 적게 쓰기’ 등 생활 속 환경 실천 방법들을 얘기한 뒤, 활동일지를 썼다. 활동일지는 구로구청 환경과에 전달된다.

안사모 회원은 120여 명이다. 주로 중·고등학생을 둔 엄마들이다. 지금까지 안사모를 거쳐 간 주민은 2천 명이 넘는다. 회원 대부분은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6~7년 정도 활동한다. 2005년 이웃의 권유로 모임에 참여한 서씨는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활동하고 있다. 맑고 깨끗한 안양천을 위해 계속 힘을 보태고 싶어서다. 지난 2년간 안사모 회장도 맡았다. 지난해에 1천여 시간의 봉사활동 등으로 구로구민 축제 ‘지(G)페스티벌’에서 환경 분야 구민상도 받았다.

서씨는 매달 2~3회 안사모 활동에 참여한다. 안사모는 첫째 주 일요일엔 안양천 걷기 행사 뒤로 주위의 쓰레기를 줍고, 캠페인을 펼친다. 셋째 주 화요일엔 안양천과 지천인 목감천, 도림천 등을 돌아가며 장화를 신고 물속에 들어가 쓰레기를 줍는다. 이성 구로구청장도 틈나는 대로 나와 같이 물에 들어가 청소한다. “당시 부구청장으로 안사모가 만들어지는 데 도움을 줬고, 이름도 붙여줬다고 해요.” 안사모는 안양천 주변을 수목원 수준의 자연 휴식 공간으로 꾸미겠다는 이 구청장의 정책에 발맞춰 화초 심기 활동도 꾸준히 한다.

안양천의 변화와 이용 주민들의 행복한 모습을 볼 때 서씨는 보람을 느낀다. “이전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수질도 깨끗해지고, 체육시설도 늘고, 꽃도 많아졌어요.” 안양천을 지나면서 많은 주민이 이용하고 있으면 유심히 보게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구청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안양천 수질은 3급수로 회복되고 있는데, 반려동물 데리고 나오는 주민들이 흙 속에서 배설물이 자연 처리될 거라는 생각에 그냥 두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는 “반려동물 배설물은 하천으로 쓸려 들어가 직접 오염원이 되기에 봉투에 담아 처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사모 활동은 동네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 “아이들이 일요일 이른 아침에 눈 비비고 나와 봉사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기특해요. 직접 경험하면서 어려서부터 환경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아요.” 처음엔 마지못해 왔던 아이들이 스스로 활동하고 관심을 이어가기도 한다. 수질 검사 활동을 하면서 미생물, 환경에 관심이 생겨 대학에 갈 때 전공으로 선택하는 아이들도 한해 한두 명씩 나온단다.

그의 삶도 안사모 활동을 하면서 변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갔다. 보육교사도 하며, 산업체 대학에 가서 공부도 했고, 최근엔 청소년상담센터에 취직했다. 보육교사를 하면서 아이들 인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앞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아이들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보고 싶어 한다. “안양천은 동네 아이들에게 소중한 공간이에요. 축구장, 롤러스케이트장 등 여러 운동시설에서 즐기며, 흙도 밟을 수 있고 물도 볼 수 있어요. 깨끗한 안양천에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즐겁고 행복했으면 해요.”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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