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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맡에 늘 메모지, 아이디어 기록
‘청사초롱’ 공연 등 인사동살리기
임대료 앙등 전통가게 하나둘 떠나
중국 수입품 가게가 태반 차지
서울시 등 임대료 문제 관심 가져야
박복신 인사아트프라자 회장이 지난 9일 ‘제8회 대한민국 국전작가회 회원전’이 열린 프라자 3층 갤러리에서 인사동을 인사동답게 꾸리는 활동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인사동을 인사동답게 꾸미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입니다.”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인사아트프라자(종로구 인사동길 34-1) 박복신 회장의 지론이다. 인사아트프라자는 인사동에서 유일하게 공연시설(지하 2층에 약 250석, 150석 규모의 공연장 두 곳)을 갖추고 있는 문화 공간이다. 프라자는 이와 함께 2~5층 갤러리와 한국 전통 공예품 중심의 판매장도 갖고 있다.
성균관 부관장, 서울예술인협의회 회장, 종로문화원 이사, 만담보존회 후원회장 등 전통 보존을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박 회장은 몇 년 전부터 인사동 거리를 바라보면 아쉬움이 커져만 갔다고 한다. “어느 날부터인가 인사동이 인사동답지 않게 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필방·표구·고가구 판매점 중심이었던 전통 인사동 가게들은 점차 사라지고 중국에서 수입한 공산품·옷 등을 파는 가게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박 회장은 현재 인사동 거리의 ‘전통 가게’ 대 ‘중국 수입품 판매 중심 등 상업 가게’의 비율을 50 대 50으로 본다. “그럴 때면 20년 전이 그리워집니다. 그때 저는 컴퓨터 업계에서 일하면서 인사동을 자주 다녔는데, 그때만 해도 인사동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많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 회장이 운영이 어려워 매물로 나온 인사아트프라자를 12년 전인 2007년 사들인 것은 그곳에서 ‘전통 인사동’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선 언제나 ‘인사동을 지키자’는 다짐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늘 머리맡에 메모지를 둔 채 잠들 정도였습니다. 자다가도 인사동 활성화 아이디어 등이 떠오르면 얼른 메모를 했습니다.” 그의 아이디어들은 2014년부터 빛을 내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그해 기획공연 <청사초롱>을 인사아트프라자 공연장에 올렸다. 장애인 신랑과 나이 많은 신부가 펼치는 전통 해학 드라마였다. 박 회장은 2016년 초부터 2018년 말까지는 사물놀이로 유명한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초청해 무대를 꾸몄다. 박 회장은 올해도 마술과 민요·국악·그림 등이 결합한 새로운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박 회장의 이런 인사동 살리기 활동이 이어지면서 취지에 공감하는 인사동 가게 주인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 회장이 중심이 돼 2017년 결성하고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사문화연구원이다. 안지현 전 이화여대 공연문화연구센터 교수(경영학 박사)가 원장을 맡은 인사문화연구원에는 학자·문화예술 전문가·예술인·기업가·인사동 가게 주인 등 각 분야 전문가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에는 인사동 가게의 70%가 자기 가게였는데, 지금은 자기 가게 비율이 30%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많은 이들이 높은 임대료를 주는 상업 가게에 가게를 내준 뒤 떠났기 때문입니다.” 필방 등 전통적 인사동 가게들이 수익성 높은 상업 가게에 내쫓기는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에 따라 “인사문화연구원을 중심으로 임대료를 낮춰서라도 고가구·골동품·필방 등 ‘전통 인사동 상점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물론 이런 활동은 가게 주인 편에서는 단기적으로 손해다. 하지만 너도나도 눈앞의 이익을 좇아 수익성 높은 중국산 수입 상품 가게만 차린다면, 인사동은 금세 자신의 색깔을 잃을 것이라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인사동값싼 중국 공산품 판매 거리’라는 이미지가 확대·고착되면 인사동 가게 주인들뿐 아니라 서울,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의 손해입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이런 인사동 가게 주인들의 인사동 살리기 활동에 종로구는 물론이고,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있다. 인사동을 인사동답게 지켜낸 뒤 박 회장은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것일까. 그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고, 또 거창하다. “우리 국민과 외국 관광객이 여전히 북적이는 인사동 한가운데에 ‘한복 박물관’을 만들어 정부에 기증하는 것이 꿈입니다.” 그는 이를 위해 2015년부터 한복을 모으기 시작해 현재 150여 벌을 갖고 있다 한다. “현재 가수 유희열씨의 어머니 등 여러 분이 한복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2015년부터 외국 모델들을 몇 차례 초청해 한복을 입고 인사동 거리를 행진하게 하기도 했다. 피부색이 다른 모델들이 한복을 입고 거리를 걷는 그 행사는 우리 국민에게 한복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줬고, 관광객들에게는 좋은 관광 상품이 됐다고 한다. 전통과 한복을 사랑하는 그의 행보를 보면, 어쩌면 박 회장이 인사동에서 진짜 지키고자 하는 것은 한국인의 자존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성균관 부관장, 서울예술인협의회 회장, 종로문화원 이사, 만담보존회 후원회장 등 전통 보존을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박 회장은 몇 년 전부터 인사동 거리를 바라보면 아쉬움이 커져만 갔다고 한다. “어느 날부터인가 인사동이 인사동답지 않게 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필방·표구·고가구 판매점 중심이었던 전통 인사동 가게들은 점차 사라지고 중국에서 수입한 공산품·옷 등을 파는 가게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박 회장은 현재 인사동 거리의 ‘전통 가게’ 대 ‘중국 수입품 판매 중심 등 상업 가게’의 비율을 50 대 50으로 본다. “그럴 때면 20년 전이 그리워집니다. 그때 저는 컴퓨터 업계에서 일하면서 인사동을 자주 다녔는데, 그때만 해도 인사동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많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 회장이 운영이 어려워 매물로 나온 인사아트프라자를 12년 전인 2007년 사들인 것은 그곳에서 ‘전통 인사동’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선 언제나 ‘인사동을 지키자’는 다짐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늘 머리맡에 메모지를 둔 채 잠들 정도였습니다. 자다가도 인사동 활성화 아이디어 등이 떠오르면 얼른 메모를 했습니다.” 그의 아이디어들은 2014년부터 빛을 내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그해 기획공연 <청사초롱>을 인사아트프라자 공연장에 올렸다. 장애인 신랑과 나이 많은 신부가 펼치는 전통 해학 드라마였다. 박 회장은 2016년 초부터 2018년 말까지는 사물놀이로 유명한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초청해 무대를 꾸몄다. 박 회장은 올해도 마술과 민요·국악·그림 등이 결합한 새로운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박 회장의 이런 인사동 살리기 활동이 이어지면서 취지에 공감하는 인사동 가게 주인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 회장이 중심이 돼 2017년 결성하고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사문화연구원이다. 안지현 전 이화여대 공연문화연구센터 교수(경영학 박사)가 원장을 맡은 인사문화연구원에는 학자·문화예술 전문가·예술인·기업가·인사동 가게 주인 등 각 분야 전문가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에는 인사동 가게의 70%가 자기 가게였는데, 지금은 자기 가게 비율이 30%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많은 이들이 높은 임대료를 주는 상업 가게에 가게를 내준 뒤 떠났기 때문입니다.” 필방 등 전통적 인사동 가게들이 수익성 높은 상업 가게에 내쫓기는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에 따라 “인사문화연구원을 중심으로 임대료를 낮춰서라도 고가구·골동품·필방 등 ‘전통 인사동 상점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물론 이런 활동은 가게 주인 편에서는 단기적으로 손해다. 하지만 너도나도 눈앞의 이익을 좇아 수익성 높은 중국산 수입 상품 가게만 차린다면, 인사동은 금세 자신의 색깔을 잃을 것이라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인사동값싼 중국 공산품 판매 거리’라는 이미지가 확대·고착되면 인사동 가게 주인들뿐 아니라 서울,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의 손해입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이런 인사동 가게 주인들의 인사동 살리기 활동에 종로구는 물론이고,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있다. 인사동을 인사동답게 지켜낸 뒤 박 회장은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것일까. 그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고, 또 거창하다. “우리 국민과 외국 관광객이 여전히 북적이는 인사동 한가운데에 ‘한복 박물관’을 만들어 정부에 기증하는 것이 꿈입니다.” 그는 이를 위해 2015년부터 한복을 모으기 시작해 현재 150여 벌을 갖고 있다 한다. “현재 가수 유희열씨의 어머니 등 여러 분이 한복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2015년부터 외국 모델들을 몇 차례 초청해 한복을 입고 인사동 거리를 행진하게 하기도 했다. 피부색이 다른 모델들이 한복을 입고 거리를 걷는 그 행사는 우리 국민에게 한복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줬고, 관광객들에게는 좋은 관광 상품이 됐다고 한다. 전통과 한복을 사랑하는 그의 행보를 보면, 어쩌면 박 회장이 인사동에서 진짜 지키고자 하는 것은 한국인의 자존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