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2월 한강사업본부와 업무 협약 맺어
개인·단체·기업 자원봉사자와 함께
생태 교란 나무와 풀 정리·나무 심기
걷기·강연 등 생태 인문 프로그램도
습지 생태가 있는 샛강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보물 같은 곳이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염형철 대표(오른쪽 사진)와 조합원, 자원봉사자들이 ‘시민들이 나서서 강을 되살리고 즐길 수 있게 해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샛강에서 시민 관리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서울의 한복판 빌딩 숲 사이에 있는 여의도 샛강공원은 우리나라 생태공원 1호다. 1997년 만든 샛강공원은 여의도 남쪽을 흐르는 물길과 물가로 이뤄져 있다. 23만 평의 넓이로 여의도 전체의 4분의 1 규모다. 생태 수로, 버들 숲, 수질 정화원, 물억새 군락, 산책로(7.4㎞)가 있다. 서해의 끝단으로 밀물과 썰물 변화에 따라 하루 두 번 수위가 1m쯤 오르내려, 환경과 생태의 다양성이 꽤 높다.
그런데 샛강공원을 찾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다. 88도로 남쪽 길이 끊어져 접근성이 떨어지고, 일부 하수가 처리되지 않은 채 들어와 더러 냄새가 나기도 한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한강조합)의 염형철(51) 대표는 “습지 생태가 있는 샛강은 서울 한가운데 있는 보물 같은 곳인데, 그간 관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강조합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펼칠 공간으로 샛강을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월 한강조합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와 ‘여의도 샛강 운영관리 활성화’ 업무 협약을 맺었다. 3월 여의도 샛강 안내센터에 사무실을 열어, 샛강에서 시민 관리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시민이 나서서 강을 되살리고 즐길 수 있게 해보자’는 목표로, 주말마다 봉사자들과 생태에 나쁜 영향을 주는 가시박 등의 풀을 뽑고 죽은 나무를 정리한다. 큰 덩굴에 치여 생기를 잃어가는 어린 버드나무, 조팝나무 등을 파내어, 물가의 너른 곳으로 옮겨 심는다. 염 대표는 “샛강은 장소가 넓어 따로 묘목장을 둘 필요도 없다”며 “서울시가 공유지 관리의 새로운 모델 만들기 실험을 받아들여줘 고맙다”고 한다.
2022년까지 총 3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서울시가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강조합은 도로변에 살아 있는 나무 울타리를 쳐서 미세먼지와 자동차 소음을 줄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묘목 2천 그루를 지원받았다. 5월25일 낮, 청년 자원봉사 단체 ‘어떤 버스’ 회원 100여 명이 샛강을 찾았다. 염 대표는 청년들에게 샛강공원과 한강조합을 소개하고 나무 심기 방법을 설명했다. “사철나무를 가로수 아래에 2열로 심어 2~3m 높이의 울타리를 만드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역사적인 일을 하는 거예요.” 사철나무는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과 봄에 푸르고, 나무 그늘에서도 잘 자라 한강조합이 고른 수종이다. 나무 심기 장소인 여의교와 서울교 사이의 88도로 가로수 아래로 가는 길에 염 대표는 봉사자들에게 샛강의 봄을 오감으로 느껴보라고 권했다. “요즘 찔레꽃이 한창이니 향기도 맡고, 새끼 열네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흰뺨검둥오리 가족도 만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청년들은 염 대표의 곡괭이질, 삽질 시범에 따라 구덩이를 파서 묘목을 꽂고 흙으로 덮어주며 구슬땀을 흘렸다. 한강조합의 샛강 가꾸기 활동 100여 일에 “답답했던 공간이 많이 시원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산책 나온 주민들이 수고한다며 인사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는 “주말마다 시민들과 23만 평의 정원을 가꾸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개인, 단체, 기업들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다며 다음에 또 오겠다고 하면 더 힘이 난다”고 한다. 염 대표는 지난해 환경연합 사무총장 자리를 마지막으로 25년간의 환경운동 활동을 마무리 했다. “50살이 되면서 인생 2막에선 비판과 감시의 역할을 넘어 직접 생산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한다. 공유지인 강을 시민들이 함께 가꾸고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조합원 350여 명을 모아 지난해 8월 한강조합을 만들었다. 그는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재미있다”고 했다. 시민 관리 모델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더디더라도 해내려 한다. 동료들은 그를 ‘한강의 돈키호테’라고 한다. 한강에 대한 열정이 많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가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강에서 좋은 경험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샛강공원 가꾸기를 하면서 생태·인문·트레킹 프로그램을 만들어 다달이 운영하고, 샛강 학당을 만들어 강연 프로그램도 연다. 지난달부터 여의샛강포럼을 시작했다. 시민 관리의 구체적인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여의도 샛강에서 즐거운 실험을 하며 앞으로 언젠가는 제주 올레길처럼 한강길(태백 검룡소에서 김포 하구까지) 1500리를 이어 길 위에서 시민들이 강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꿈을 이루고 싶어요.”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형섭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2022년까지 총 3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서울시가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강조합은 도로변에 살아 있는 나무 울타리를 쳐서 미세먼지와 자동차 소음을 줄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묘목 2천 그루를 지원받았다. 5월25일 낮, 청년 자원봉사 단체 ‘어떤 버스’ 회원 100여 명이 샛강을 찾았다. 염 대표는 청년들에게 샛강공원과 한강조합을 소개하고 나무 심기 방법을 설명했다. “사철나무를 가로수 아래에 2열로 심어 2~3m 높이의 울타리를 만드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역사적인 일을 하는 거예요.” 사철나무는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과 봄에 푸르고, 나무 그늘에서도 잘 자라 한강조합이 고른 수종이다. 나무 심기 장소인 여의교와 서울교 사이의 88도로 가로수 아래로 가는 길에 염 대표는 봉사자들에게 샛강의 봄을 오감으로 느껴보라고 권했다. “요즘 찔레꽃이 한창이니 향기도 맡고, 새끼 열네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흰뺨검둥오리 가족도 만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청년들은 염 대표의 곡괭이질, 삽질 시범에 따라 구덩이를 파서 묘목을 꽂고 흙으로 덮어주며 구슬땀을 흘렸다. 한강조합의 샛강 가꾸기 활동 100여 일에 “답답했던 공간이 많이 시원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산책 나온 주민들이 수고한다며 인사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는 “주말마다 시민들과 23만 평의 정원을 가꾸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개인, 단체, 기업들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다며 다음에 또 오겠다고 하면 더 힘이 난다”고 한다. 염 대표는 지난해 환경연합 사무총장 자리를 마지막으로 25년간의 환경운동 활동을 마무리 했다. “50살이 되면서 인생 2막에선 비판과 감시의 역할을 넘어 직접 생산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한다. 공유지인 강을 시민들이 함께 가꾸고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조합원 350여 명을 모아 지난해 8월 한강조합을 만들었다. 그는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재미있다”고 했다. 시민 관리 모델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더디더라도 해내려 한다. 동료들은 그를 ‘한강의 돈키호테’라고 한다. 한강에 대한 열정이 많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가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강에서 좋은 경험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샛강공원 가꾸기를 하면서 생태·인문·트레킹 프로그램을 만들어 다달이 운영하고, 샛강 학당을 만들어 강연 프로그램도 연다. 지난달부터 여의샛강포럼을 시작했다. 시민 관리의 구체적인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여의도 샛강에서 즐거운 실험을 하며 앞으로 언젠가는 제주 올레길처럼 한강길(태백 검룡소에서 김포 하구까지) 1500리를 이어 길 위에서 시민들이 강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꿈을 이루고 싶어요.”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형섭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