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상업사진작가 경력, 지난해 시장 합류
지난 5월 청년·작가 등과 조합 창립
VR콘텐츠·시그너처 굿즈 만드는 중
상인회 활동도 열심…부회장 맡아
지난 19일 용산구 용산2가동 신흥시장 1층에서 ‘이거해방협동조합’의 이세원 이사장과 조합원인 김새롬씨가 3D(입체) 스캐너로 시장 거리를 촬영한 뒤 태블릿PC로 보여주고 있다. VR(가상현실) 투어 콘텐츠 이용자들은 모바일이나 PC에서 시장 곳곳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남산 자락 비탈진 마을 ‘해방촌’, 행정동은 용산2가동이다. 건널목도 없고, 신호등도 없는 동주민센터 앞의 오거리에서 해방교회 쪽으로 내려가다보면 후미진 골목길이 보인다. 신흥시장 1층 입구다. 3~4년 전만 해도 대낮에도 컴컴해 다니는 사람들이 무섭다고 할 정도로 휑했던 곳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지면서 시장 안에 예술거리가 조성되고, 청년들이 들어와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금은 1, 2층 점포 35개 가운데 청년 가게의 비중이 90%를 차지한다.
이세원(35)씨도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상업사진작가였던 그는 해방촌에 매력을 느껴 2014년 겨울 이사했다.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며 뉴욕에 사는 친구의 주얼리 타투 스티커 사업의 한국 쪽 일을 도왔다. 이씨는 타투 스티커 판매 가게를 지난해 5월 열면서 신흥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씨는 올해 서울디지털재단과 해방촌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사진 분야를 패션에서 인테리어로 바꾸며 배운 VR(가상현실) 기술을 전통시장과 지역 활성화에 활용해보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지난해부터 신흥시장의 VR 콘텐츠를 만들었으며, 현재 시장 공식 누리집을 만들고 있다. 그간 마을재생사업이 추진되면서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지난해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방송이 되면서 해방촌과 신흥시장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시장 정보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잘 알리면 사람들 발길이 시장 전체로 옮겨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신흥시장 가게들의 정보와 스토리를 VR 속에서 접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보고 싶었어요.” 뜻 맞는 시장 청년, 해방촌 작가 5명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해보기로 했다. 4월부터 모여 설립을 준비하고 창립총회를 열고 5월에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이씨가 이사장을 맡았다. 협동조합 이름은 ‘이거해방’으로 정했다. “해방촌이란 지역에서 주저 없이 뭐든 해보자는 의미가 좋았어요. ‘이거해g, 저거해g, 같이해g’ 등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많아요.(웃음)” 출자금은 20만~60만원 수준으로 문턱을 낮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운영비는 벼룩시장(플리마켓)을 열어 받는 참가비와 공모사업비 등으로 마련한다. 주요 사업은 시장의 VR 콘텐츠와 시그너처 굿즈 만들기다. 이거해방협동조합 활동이 속도감 있게 진행된 데엔 용산구청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해방촌의 VR 콘텐츠 사업을 알게 된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3월 이씨는 용산구청의 확대간부회의에서 VR 콘텐츠를 활용한 지역 활성화에 대해 발표했다. 동주민센터에서도 동시에 방송이 됐다. 용산2가동장도 방송을 보고 연락해 왔고, 신흥시장 상인회와도 연결되었다. 사실 젊은이들이 시장 상인회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소통이 안 될 거라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이씨는 시장 상인들을 인터뷰하며 이런 선입견을 떨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가게를 꾸려오고 시장을 운영해온 어른들과 소통이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대화하다보면 그분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어요. 서로 알게 되면서 상인회도 적극적으로 받아줬어요.” 신흥시장은 1년에 한 번 공개되는 관리비 운영 내용을 앞으로는 전자우편으로 분기마다 알린다. 이씨와 같은 젊은 상인들이 상인회에 적극 참가하면서 생긴 변화다. 얼마 전 신흥시장은 용산구에서 전통시장 인증을 받았다. 이씨가 상인회의 문서 작업 등을 도운 것도 한몫했다. 가게 수, 도·소매 업종 비중 등 요건을 꼼꼼히 챙겨 용산구의 네 번째 인증 전통시장이 되었다. 앞으로 바닥 공사, 소방시설, 지붕 개선 등 시장 기반 시설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중에 이씨의 가게에 들른 박일성 상인회장은 그를 ‘우리 시장 보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달 말 열리는 상인회 총회에서 이씨는 정식으로 부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이거해방협동조합이 상인회 사무국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씨가 가장 공을 들이는 일은 청년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다. 이씨는 시장에서 체험, 식사, 디저트가 곁들여지는 코스 상품을 만들어볼 계획인데 빠지는 가게가 있으면 제대로 하기 힘들다.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같이해야 할 게 많아요. 시장과 상인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했으면 해요.” 젊은 상인들이 참여하고 싶게 만들기 위해, 친분을 쌓아가며 벽부터 허물려 한다. 협동조합 일, 상인회 일로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는 그를 보고 “왜 그렇게 뛰어다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는 게 재미있다”고 말한다. “좋은 나이잖아요. 10년 뒤 이곳에서의 재밌는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이거해방’ 이름처럼 뭐든 하다보면 어깨를 펼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해부터 신흥시장의 VR 콘텐츠를 만들었으며, 현재 시장 공식 누리집을 만들고 있다. 그간 마을재생사업이 추진되면서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지난해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방송이 되면서 해방촌과 신흥시장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시장 정보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잘 알리면 사람들 발길이 시장 전체로 옮겨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신흥시장 가게들의 정보와 스토리를 VR 속에서 접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보고 싶었어요.” 뜻 맞는 시장 청년, 해방촌 작가 5명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해보기로 했다. 4월부터 모여 설립을 준비하고 창립총회를 열고 5월에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이씨가 이사장을 맡았다. 협동조합 이름은 ‘이거해방’으로 정했다. “해방촌이란 지역에서 주저 없이 뭐든 해보자는 의미가 좋았어요. ‘이거해g, 저거해g, 같이해g’ 등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많아요.(웃음)” 출자금은 20만~60만원 수준으로 문턱을 낮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운영비는 벼룩시장(플리마켓)을 열어 받는 참가비와 공모사업비 등으로 마련한다. 주요 사업은 시장의 VR 콘텐츠와 시그너처 굿즈 만들기다. 이거해방협동조합 활동이 속도감 있게 진행된 데엔 용산구청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해방촌의 VR 콘텐츠 사업을 알게 된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3월 이씨는 용산구청의 확대간부회의에서 VR 콘텐츠를 활용한 지역 활성화에 대해 발표했다. 동주민센터에서도 동시에 방송이 됐다. 용산2가동장도 방송을 보고 연락해 왔고, 신흥시장 상인회와도 연결되었다. 사실 젊은이들이 시장 상인회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소통이 안 될 거라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이씨는 시장 상인들을 인터뷰하며 이런 선입견을 떨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가게를 꾸려오고 시장을 운영해온 어른들과 소통이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대화하다보면 그분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어요. 서로 알게 되면서 상인회도 적극적으로 받아줬어요.” 신흥시장은 1년에 한 번 공개되는 관리비 운영 내용을 앞으로는 전자우편으로 분기마다 알린다. 이씨와 같은 젊은 상인들이 상인회에 적극 참가하면서 생긴 변화다. 얼마 전 신흥시장은 용산구에서 전통시장 인증을 받았다. 이씨가 상인회의 문서 작업 등을 도운 것도 한몫했다. 가게 수, 도·소매 업종 비중 등 요건을 꼼꼼히 챙겨 용산구의 네 번째 인증 전통시장이 되었다. 앞으로 바닥 공사, 소방시설, 지붕 개선 등 시장 기반 시설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중에 이씨의 가게에 들른 박일성 상인회장은 그를 ‘우리 시장 보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달 말 열리는 상인회 총회에서 이씨는 정식으로 부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이거해방협동조합이 상인회 사무국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씨가 가장 공을 들이는 일은 청년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다. 이씨는 시장에서 체험, 식사, 디저트가 곁들여지는 코스 상품을 만들어볼 계획인데 빠지는 가게가 있으면 제대로 하기 힘들다.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같이해야 할 게 많아요. 시장과 상인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했으면 해요.” 젊은 상인들이 참여하고 싶게 만들기 위해, 친분을 쌓아가며 벽부터 허물려 한다. 협동조합 일, 상인회 일로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는 그를 보고 “왜 그렇게 뛰어다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는 게 재미있다”고 말한다. “좋은 나이잖아요. 10년 뒤 이곳에서의 재밌는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이거해방’ 이름처럼 뭐든 하다보면 어깨를 펼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